세 차례 입장문에서 학폭 의혹 전면 부인…동창생 H 폭행은 사실? 통화 녹취록 해석 여지 남아
연예인의 학폭은 보통 수년에서 수십 년 전에 벌어진 일이라 사실 확인이 쉽지 않다. 제보자와 동창들의 주장이 엇갈리고 기억이 왜곡되는 경우도 많다. 어찌 보면 가장 정확한 기억은 학폭 의혹을 받는 연예인일 수 있다. 그래서 김히어라의 소속사 그램엔터테인먼트가 밝힌 공식입장을 중심으로 이번 학폭 논란을 입체적으로 분석해봤다.
#세 번의 공식입장을 통해 본 김히어라 입장
9월 6일 발표된 공식 입장의 주요 요지는 ‘디스패치 보도 내용 가운데 김히어라가 OO여자중학교 재학 시절 친구들끼리 만든 빅상지라는 이름의 카페에 가입해 그 일원들과 어울렸던 것만 사실’이라는 점이다. 이어 빅상지 카페는 일진 모임이 아니고 평범한 학생들도 많이 가입했다고 밝혔다. 따라서 일진 활동을 하지도 않았으며 학교폭력에 가담하지도 않았다는 내용이다. 또한 제보자들의 제보는 착오와 오해에서 비롯된 해프닝에 불과하다고도 밝혔다.
9일 발표된 공식 입장은 김히어라와 동창생 H의 통화 녹취와 관련돼 있다. 디스패치가 이들의 통화 녹취를 공개한 데 대한 대응이다. 김히어라의 소속사는 녹취가 공개된 전화통화는 6일 소속사 공식입장 발표 이후 H가 김히어라에게 먼저 연락해 8일 이루어진 것이라고 밝혔다.
공식입장과 함께 소속사도 녹취록을 공개했는데 ‘H는 매체에 제공할 목적으로 통화를 녹음했으며 의도적으로 사실이 아닌 부분, 또는 기억의 왜곡으로 증명할 수 없는 일들을 언급하며 통화를 이어갔다’고 지적하며 ‘김히어라와 H, 두 사람 사이의 사건은 매우 개인적인 일이었으며, 소속사는 H의 주장에 인정이나 동의하지 않음을 밝힌다’고 강조했다.
또한 ‘H와 김히어라는 친한 사이였지만 H의 일련의 행동들로 김히어라가 지속적인 피해를 입어 사이가 멀어져 다투게 됐을 뿐 H가 주장하는 지속적인 괴롭힘과 폭행이 아니’라며 ‘일진과 학폭이라는 것에 지속적이지도 않은 잘잘못과 오해로 인한 친구의 다툼이 포함되는 것인지 소속사는 의문’이라고 밝혔다.
11일 발표된 공식입장은 디스패치가 취재 보도 과정에서 자행한 행위를 밝히며 강력한 법적 조치로 대응하겠다는 내용이다. 소속사는 ‘디스패치가 제보자의 말을 악의적으로 편집하여 보도했으며 인정하면 기사 수위를 조절해주겠다, 복귀할 수 있게 해주겠다 등의 말로 회유 및 강권을 했다’고 지적하며 ‘거짓말과 거짓된 행동으로 당사를 기만했다’고 주장했다.
세 차례에 걸친 소속사 공식입장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김히어라가 빅상지라는 모임의 일원이었던 것은 사실이나 해당 카페는 일진과 무관하다는 점이다. 두 번째는 제보는 제보자들의 착오와 오해에서 비롯된 해프닝이라는 점이다. 세 번째는 동창생 H와 관련된 부분으로, 사이가 멀어져 다툰 것에 불과하고 다툼의 원인 역시 H의 일련의 행동들로 김히어라가 지속적인 피해를 입었기 때문이라는 점이다. 네 번째는 지속적이지도 않은 잘잘못과 오해로 인한 친구의 다툼도 학교폭력에 해당하는지 의문이라는 점이다.
#빅상지는 일진 그룹인가?
‘빅상지’라는 모임부터 살펴본다. 디스패치는 ‘빅상지’는 ‘Big+상지’의 합성어로 해당 여자중학교에서 노는 친구들의 모임, 한마디로 일진 그룹이라고 설명했다. 빅상지가 갈취와 폭언, 폭행을 일삼으며 교내 괴롭힘을 주도했다고도 밝혔다.
김히어라 학폭 논란이 불거진 뒤 온라인에선 동창생들이 김히어라의 입장을 지지하는 글을 여럿 올라왔는데 여기에도 빅상지에 대한 언급이 나온다. ‘소위 노는 애 무리였지만 요즘 학폭 이슈 뜨는 것처럼 애들을 괴롭히거나 한 기억은 없다’ ‘빅상지에서 노는 아이들도 모두가 다 골칫덩어리 양아치들이 아니었다. 소수의 몇몇이 좀 그런 친구들이 있었지만 그 몇몇에 히어라는 속하지 않았다’ 등이다.
빅상지가 실제 일진 그룹인지는 재판을 통해 밝혀질 전망이지만 적어도 노는 애들, 양아치 등도 포함된 모임이었던 것으로는 보인다. 소속사의 공식입장에서도 ‘빅상지 카페는 일진 모임이 아니고 평범한 학생들도 많이 가입했다’는 표현이 나온다.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평범하지 않은 학생도 가입돼 있었다고 볼 수 있다.
김히어라의 소속사는 공식입장에서 “다툼만 있어도 일진, 학폭이라는 잣대를 들이밀고 ‘일반화의 오류’ 프레임으로 인해 학폭과 상관없는 이들까지 카페 회원이라는 이유로 일진, 학폭을 의심받는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처럼 빅상지가 일진 그룹이 아니라면 가장 큰 피해자는 다른 빅상지 카페 회원들일 수 있다. 학창시절의 추억이 훼손되고 일진으로 몰린 다른 빅상지 회원들도 김히어라를 지지한 다른 동창생들처럼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이 부분을 지적하고 나섰을 수 있다. 그런데 아직 다른 빅상지 회원들은 별다른 목소리를 내지는 않고 있다.
오히려 김히어라가 빅상지 멤버였다는 디스패치의 첫 보도에 등장한 몇 가지 사례가 눈길을 끈다. 선배 언니들에게 이유 없이 맞은 적도 많고 선배들이 돈을 구해오라고 시키면 돈을 구하러 다녔다는 등의 내용과 친한 동생이 김히어라를 위해 절도사건을 벌인 내용 등이 대표적이다. 다만 절도사건은 김히어라가 시킨 게 아닌 친한 동생이 스스로 벌인 것으로, 김히어라는 억울하게 사회봉사 처분을 받았다고 한다.
디스패치는 취재 과정에서 김히어라가 이를 인정했다며 기사에 본인 멘트를 직접 사용했다. 그렇지만 소속사는 공식입장을 통해 빅상지에 가입했다는 부분만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는 친한 동생 절도사건 등도 김히어라가 인정했다는 내용도 모두 사실이 아니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빅상지라는 모임의 성격만큼이나 이런 사례들의 진위 여부도 재판에서 쟁점이 될 전망이다.
#제보는 착오와 오해에서 비롯된 해프닝일까?
두 번째는 제보자들의 착오와 오해에서 비롯된 해프닝이라는 부분이다. 이 부분은 소속사의 주장이 사실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실제로 처음 디스패치에 제보한 제보자들 가운데 2명은 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기억이 잘못됐다거나 허위 증언이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다만 디스패치는 이들이 주장한 피해사례를 증명할 수 없어 제보자 4명의 제보를 최초 보도에서 배제했다고 밝혔다. 디스패치는 추가 보도를 통해 이들이 애초 어떤 내용을 제보했으며 나중에 어떻게 주장을 바꿨는지 등을 밝히며 최초 보도에는 이를 반영하지 않았음을 재차 강조했다.
#다툼은 김히어라에게 지속적인 피해를 입힌 H 때문?
최근 가장 첨예하게 문제가 되고 있는 부분은 동창생 H 관련 사안이다. 디스패치와 소속사가 모두 녹취록을 공개했을 정도다. 해당 통화에 대해 소속사는 6일 공식입장 발표 이후 H가 김히어라에게 먼저 연락을 해서 통화가 이뤄졌다는 입장이다. 반면 디스패치는 애초 제보자 네 명을 통해 학폭 취재에 들어가자 김히어라가 먼저 다른 피해자인 E, F, H에게 연락을 취했다고 한다. E와 F는 김히어라를 만나 용서를 해줬지만 H는 끝내 연락이 닿지 않았다고 밝혔다.
소속사가 공개한 녹취록에도 H가 “머야 갑자기. 5월 6월부터 제보가 들어왔었다며. 그거 아니었으면 연락 안 했을 거 아냐?”라고 묻자 김히어라가 “아냐 난 연락했어. 그전부터 너의 번호를 물어보려고 애를 썼는데 주변에 아는 사람들이 없다 보니”라고 말하는 등 김히어라가 5월 내지는 7월부터 먼저 연락을 시도한 정황이 여럿 등장한다.
양측 녹취록은 각기 편집을 거쳐 조금 내용이 다른데 김히어라가 H를 괴롭힌 이유를 언급한 부분이 디스패치 녹취록에는 빠져있다. 소속사는 이 부분을 공개하며 “H와 김히어라는 친한 사이였지만 H의 일련의 행동들로 김히어라는 지속적인 피해를 입었고, 이로 인해 둘은 멀어지고 다투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김히어라의 이런 발언에 대한 H의 반응은 “그랬구나. 합리화 쩌네”였다.
H의 반응에 김히어라는 “그냥 이런 게 다 소용없이 E, F한테 얘기했던 게 다 사실이고 진심이야. 난 널 만나서도 진심으로 사과하고 싶었어. 내가 진심으로 다해서 너가 필요한 만큼 매번 진심으로 사과할게”라고 말했다. 소속사 측은 H의 일련의 행동들로 김히어라는 지속적인 피해를 입어 다투게 됐다고 밝혔지만 통화에서 사과를 하고 있는 것은 김히어라다. 소속사가 공개한 녹취록을 보면 ‘김히어라에게 지속적인 피해를 입힌 일련의 행동을 한 주체’는 H뿐만 아니라 E와 F도 포함돼 있다. 김히어라는 ‘너네’라고 지칭했다. 그런데 김히어라는 ‘E, F한테 얘기했던 게 다 사실이고 진심’이라며 H에게도 사과하고 싶다고 말하고 있다.
#지속적이지 않은 폭행은 학폭이 아닐까?
소속사 공식입장을 받아들여 H와 E, F 등의 일련의 행동이 김히어라에게 지속적인 피해를 입힌 게 원인이라면 그럼에도 김히어라가 사과하는 이유가 따로 존재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통화 녹취록을 보면 이런 표현들이 나온다. H가 “너 솔직히 말해. 너 우리 때렸잖아. 괴롭혔잖아”라고 말하자 김히어라는 “내가 사실 다 기억나진 않는데. 너한테 그랬던 건 맞아”라고 답한다. 기본적으로 H를 때리고 괴롭힌 부분은 인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부분도 있다. H가 “맨날 불러서 때리고”라고 말하자 김히어라는 “내가 거기에 있었어? 난 학원도 가고 모임에 매번 있지도 않았어. 내가 인정할 수 있는 건 인정해”라고 말한다. H에 대한 잦은 폭행이 있었다는 주장에 김히어라가 자신은 그 자리에 없었다고 반박하는 뉘앙스인데 여기서 ‘모임’이라는 단어가 등장한다.
이 부분에 대한 디스패치 녹취록은 조금 더 구체적이다. H가 “그렇게 안 때렸다고?”라고 말하자 김히어라는 “내가 널 매일 마구마구…”라고 말한다. 생략된 부분은 ‘때렸다고?’라고 김히어라가 반문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H가 “노래방에 불러서 때리고, 바깥에서 때리고…. 너는 맨날 나만 괴롭혔으니까”라고 말하자 김히어라는 “나는 학원도 가고. 맨날 그 모임에 있을 수 없었어”라고 말한다. 디스패치는 그 모임을 빅상지라고 밝혔다.
결국 김히어라는 그 ‘모임’이 H를 자주 폭행하고 괴롭힌 사실은 일정 부분 인정하는 뉘앙스지만 본인은 매일 그 모임에 있지는 않았다고 주장한다. 이 모임이 빅상지라면 빅상지가 일진 그룹으로 비춰질 수도 있는 대목이다.
소속사의 공식입장에는 ‘일진과 학폭이라는 것에 지속적이지도 않은 잘잘못과 오해로 인한 친구의 다툼도 포함되는 것인지 소속사는 의문’이라는 표현이 나온다. 그런데 소속사가 공개한 통화 녹취를 보면 최소한 김히어라가 H를 때리고 괴롭힌 부분은 인정했다. 지속적이진 않았다는 주장을 받아들여도 최소한 단발적인 괴롭힘과 때린 행동은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소속사는 ‘지속적이지도 않은 잘잘못과 오해로 인한 친구의 다툼’이라 주장하며 이런 사안도 학폭인지 의문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교육부 산하 준정부기관인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의 ‘에듀넷·티-클리어’ 사이트는 학교폭력을 ‘학교 내외에서 학생을 대상으로 발생하는 신체·정신 또는 재산의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라고 정의하고 있다. 학폭의 유형 가운데 신체폭력의 범주에는 ‘때리는 행위’가 포함돼 있는데 다른 사람을 시켜서 때리는 행위도 포함된다고 규정돼 있다.
다만 이런 해석은 소속사가 공개한 통화 녹취를 기반으로 한 것인데 소속사는 통화 녹취를 공개하며 ‘H의 주장에 인정이나 동의하지 않음을 밝힌다’고 밝혔다. 또한 ‘H는 매체에 제공할 목적으로 통화를 녹음하였고, 의도적으로 사실이 아닌 부분, 또는 기억의 왜곡으로 증명할 수 없는 일들을 언급했다’고도 밝혔다. 따라서 통화 녹취 내용은 ‘해석’만 가능할 뿐 ‘판단’까지 가능한 영역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한 진위 여부 역시 법정에서 시시비비가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