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의 '판도라' 뮤직비디오 캡쳐 사진 |
그런데 컴백 시점이 좋지 못했다. 일본 시장에서 각광받는 한류 스타에게 독도 문제가 불거진 상황에서의 한국 무대 공식 행사는 자칫 치명적일 수 있다. 공식 행사에서 독도 문제에 대한 질문을 받으면 이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혀야 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경우가 독도 문제가 한창 불거졌던 2005년 3월에 영화 <외출> 현장 공개 행사를 가진 배용준이다. 역시나 현장 공개 직후 기자회견에서 독도 문제에 대한 질문을 받은 배용준은 “매우 중요한 사항이라고 생각하며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안타깝다. 다만 지금은 영화를 위해 모인 장소니 나중에 다른 기회에 얘기했으면 한다”며 즉답을 피했다. 그렇지만 며칠 뒤 자신의 공식 홈페이지에 “독도는 대한민국 영토이고 그렇게 때문에 더욱 이성적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글을 올려 다른 기회에 얘기하겠다는 약속을 지켰다.
그렇지만 이 발언은 일본 활동에서 어느 정도 어려움을 야기했다. 최근 일본 언론 <뉴스포스트세븐>가 다시 한번 “공식 홈페이지에 ‘독도는 대한민국 영토’라는 내용의 길을 남겼으면서 일본에서 한몫 챙기려고 하니 뻔뻔한 일”이라며 2005년 배용준이 올린 글을 문제 삼았다.
카라 역시 <PANDORA(판도라)> 발매 기념 쇼케이스 및 기자간담회에서 똑같은 질문을 받았다. 기자의 질문은 일본에 비해 한국에서의 활동이 미진한 까닭과 냉랭한 한일 관계 상황에서 일본 활동시 독도 관련 입장 표명 등 두 가지였다.
이에 규리는 “국내 활동 공백이 생겼지만 일본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점을 멤버들이 뿌듯해 하고 있다. 일본에서 한국을 많이 알리고 오겠다는 의도로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그리고 두 번째 질문인 독도 문제에 대한 답변에 취재진의 이목이 집중됐지만 MC 방송인 박지윤이 “첫 번째 질문으로 답이 되지 않았나 싶다”는 말로 카라의 답변을 중단시켰다.
독도 관련 질문이 나올 경우 MC가 진행을 끊기로 미리 카라의 소속사 측과의 협의가 이뤄진 것인지 박지윤의 순간적인 판단이었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카라의 독도 문제에 대한 공식 입장은 ‘미확인’으로 마무리됐다.
최근 일본 언론은 배용준과 함께 소녀시대도 문제 삼았다. 소녀시대는 2008 드림콘서트의 리허설 장면이 문제가 됐다. 당시 2008 드림콘서트에선 엔딩 무대에 출연 가수가 모두 올라가서 함께 ‘독도는 우리땅’을 부를 예정이었다. 이에 따라 소녀시대는 ‘독도는 우리땅’을 부르는 리허설에 참가했던 것이다. 그렇지만 공식 행사의 엔딩 무대는 이뤄지지 못했다. 일본에서 활동하려는 몇몇 가수들이 ‘독도는 우리땅’을 부르는 데 난색을 표해 엔딩 무대 자체가 무산된 것. 당시에도 몇몇 한류가수들로 인해 엔딩 무대가 급격히 없어진 것을 두고 뒷말이 무성했다. 그런데 엉뚱하게도 리허설 장면 동영상이 유출돼 소녀시대가 일본 언론의 비난을 받은 것이다.
물론 카라를 비난할 순 없다. 가수가 새 앨범을 들고 쇼케이스를 갖는 현장에서 독도 관련 질문을 받는 것이 정상적인 상황은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배용준처럼 즉답은 피했을지라도 “영화를 위해 모인 장소니 나중에 얘기하겠다” 정도의 발언은 했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은 아쉬움은 든다. 물론 그런 기회 자체를 MC인 박지윤에게 빼앗기고 말았지만.
그렇지만 카라가 독도 발언에 침묵한 것이 그리 화제가 되진 못했다. 자칫 국내 네티즌의 맹공을 받을 수도 있을 법한 사안이지만 카라의 선정성 논란이 워낙 눈길을 끌면서 독도 발언 침묵은 크게 화제가 되지 못한 것.
사실 카라의 선정성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0년 ‘점핑’으로 컴백했을 당시에도 뮤직비디오가 선정성 논란에 휘말리면서 방송 활동을 위해 무대 의상을 전면 수정하기도 했다. 이번에도 역시 ‘판도라’의 뮤직비디오가 착시 현상 등으로 화제가 되며 선정선 논란을 야기했다. 게다가 아직 만 18세로 법적 미성년자인 멤버 강지영까지 파격적인 의상으로 선정성 논란에 휘말린 것을 두고 다양한 문제제기가 이뤄지고 있다.
이처럼 ‘판도라’로 컴백한 카라는 ‘독도’는 빼고 ‘선정성 논란’은 더하기로 국내 무대에 공식 컴백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