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 도심 개발 ‘산 넘어 산’이로다
▲ 용산역세권 개발사업 조감도. 주민보상안이 확정됐지만 최종 주민 동의 절차 등 다양한 변수가 아직 남아 있다. |
사상 최대 도심개발 사업이어서 ‘단군 이래 최대 규모’라는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에 따라붙는 수식어다. 침체된 부동산 경기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는 프로젝트라는 평가를 받는다. 규모가 워낙 크다보니 참여하는 건설사만도 수십 개며 협력업체까지 합하면 수백 개 수준이다. 지지부진하다 최근 큰 고개 하나를 넘은 용산 개발 사업의 오늘과 내일을 조명했다.
서부이촌동 주민 보상 계획을 놓고 출자기업들의 이견으로 4개월이나 사업이 지연돼 온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사업이 마침내 합의를 이끌어냈다. 용산국제업무지구 사업시행자인 드림허브프로젝트금융투자(드림허브)는 지난 23일 이사회를 열어 사업자가 개발 이익을 줄여 1조 원 이상의 민간 보상을 추가하는 것을 뼈대로 하는 서부이촌동 보상계획 및 이주대책안을 최종 승인했다.
용산국제업무지구 사업은 그동안 서부이촌동 사유지 보상 재원 마련 문제로 난항을 겪어왔다. 드림허브의 대주주인 코레일이 “안정적인 자금 확보 없이 보상을 시작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아 사업이 앞으로 나가지 못했다. 이번 이사회에서도 전체 10명의 이사 가운데 코레일 측 3인의 이사는 자금 조달 방안 등에 대해 여전히 현실성이 없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으나 나머지 이사들이 문제없다는 입장을 견지해 결국 보상안 승인을 결정했다.
보상계획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부분은 2200여 명의 주택 소유자에게 새 아파트를 추가 부담이 거의 없도록 제공하겠다는 내용이다. 특별분양가를 보상금액(대림·성원아파트 기준)과 연계해 같은 크기 아파트로 이전할 경우 추가 비용이 들지 않게 한 것이다. 다만 주택을 넓혀 갈 경우에는 커지는 부분에 한해 일반분양가를 내도록 했다.
이에 따라 서부이촌동 주민 보상금액이 새로 입주할 아파트 분양가에 비해 턱없이 낮을 것으로 예상하고 개발 반대 목소리를 높였던 일부 주민들은 마음을 바꿀 가능성이 커졌다는 게 용산역세권개발의 판단이다. 용산역세권개발 윤지호 보상팀장은 “추가분담금이 많이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반대해왔던 주민들이 마음을 바꿀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번 보상안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하는 주민이 늘어나고 있다. 서부이촌동 11개 주민모임 김찬 총무는 “2007년 말 동의서를 받을 때 추가분담금 없이 기존 주택보다 큰 곳으로 옮길 수 있도록 해주겠다고 약속한 게 지켜지지 못해 불만”이라면서도 “추가분담금이 엄청나게 나올 것으로 생각했던 통합개발 반대파 주민들이 많이 찬성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주택 소유자들은 그밖에도 이주지원금 3000만~3500만 원과 입주 때까지 전세금(최대 3억 원)도 지원받기 때문에 이사 부담도 없다.
변수는 서부이촌동의 연립, 빌라 등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어떻게 반응할지다. 특별분양가가 서부이촌동에서 가장 비싼 대림·성원아파트 보상기준이기 때문에 이 아파트보다 낮은 금액의 보상을 받는 지역 주민들은 비싸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서부이촌동의 한 빌라 소유자는 “우리는 보상금액이 적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특별분양가 기준에 맞춰 아파트로 옮길 수 없을 것”이라며 “이런 식의 보상안을 절대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세입자와 상가영업자를 위한 혜택도 마련됐다. 세입자를 위해선 2007년 5월 30일부터 그 해 8월 30일까지 구역 내 주택에 거주하다가 이주한 경우 4개월분의 법정 주거이전비(4인가족 기준 약 1700만 원)를 주기로 했다. 또 50㎡ 이하의 임대주택 입주권을 주거나 특별이주정착금(평균 약 2000만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상가영업자에는 법정 영업손실보상금 외에 상가 입주권을 주거나 최대 3000만 원의 상가영업 보조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세입자와 상가영업자가 해당 지역에서 이주하지 않으면 개발사업이 지연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획기적인 안을 마련했다는 게 용산역세권개발 측의 설명이다.
논란이 되어 온 보상재원 조달은 용산역세권개발이 최근 외환은행과 미래에셋증권에 금융컨설팅을 받을 결과에 따라 추진하기로 했다. 이들 금융기관은 최근 용산국내업무지구 내 랜드마크빌딩, 부티크 오피스텔, 펜토미니엄 주상복합 아파트 등을 분양해 여기서 나온 매출채권을 유동화할 경우 5조 6000억 원 규모 자금 조달이 가능하다는 금융 컨설팅 검토 결과를 내놓았다. 용산역세권개발은 이를 활용해 보상재원 등 사업비와 공사비를 충당할 계획이다.
그런데 이런 계획은 국내외 부동산 경기 침체 장기화에 발목을 잡힐 가능성이 있다. 개발사업이 전반적으로 위축돼 있는 상황에서 내년에 용산역세권에 들어서는 고가의 아파트가 얼마나 잘 분양되는지에 따라 자금조달이 얼마나 원활히 이뤄질지 판가름 나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주택시장 침체가 계속돼 내년 용산국제업무지구의 아파트 분양을 할 때 분양가가 상대적으로 비싸게 느껴질 수 있다”며 “요즘은 아무리 핵심지역이라도 분양가가 비싸면 미분양이 대거 발생하기 때문에 자칫 분양이 계획대로 이뤄지지 못하면 자금 조달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시와 드림허브 측은 이주대책이 자세히 소개된 50쪽 규모의 책자를 주민들에게 발송하고 8월 30일부터 9월 12일까지 새 보상안에 대해 단지별 주민설명회와 개별 상담을 진행할 예정이다. 서울시는 이후 주민투표를 통해 논란이 된 성원·대림아파트 분리개발 등을 포함한 주민 투표를 실시한다.
반대 입장을 묻는 방식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데 반대가 과반수를 넘지 않을 경우 물건조사, 보상계획공고, 감정평가 등을 거쳐 내년 하반기 보상금 지급이 가능할 전망이다. 서울시 지구단위계획과 관계자는 “반대가 많지 않으면 개발계획변경 승인, 실시계획인가, 건축허가 등 인허가가 순조롭게 진행될 것”이라며 “예정대로 2016년 말 준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일한 중앙일보 조인스랜드 기자 jumpcut@joo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