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구연 KBO 총재, ‘그대가 조국’ 배급사 대표 등 채택…일각에선 국감 희화화 우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복지위)는 프랜차이즈 업체 왕가탕후루를 운영하는 ‘달콤나라엘리스’의 김소향 대표를 증인으로, 아이돌 출신 가수 남태현 씨를 참고인으로 부른다. 왕가탕후루는 과일에 설탕 시럽을 바른 중국 간식 탕후루를 파는 업체다. 탕후루가 유행하면서 가맹점이 2022년 43개에서 2023년 420개까지 늘었다. 김 대표를 증인으로 부른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은 청소년·아동의 당 과다 섭취 문제, 건강권 등에 대해 질의할 예정이다.
가수 남태현 씨는 필로폰 투약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인물이다. 2022년 8월 교제 중이던 서 아무개 씨가 남 씨의 투약 사실을 폭로했고, 같은 달 경찰은 그를 마약 투약 혐의로 입건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정밀 감정에서 필로폰 양성 반응이 나왔다. 남 씨를 참고인으로 부른 강선우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남 씨에게 마약을 투여하게 된 계기에 관해 물어보려고 한다”며 “지금 10대와 20대 사이에서 마약 투약 사례가 증가하고 있는데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질의할 예정”이라고 했다.
10월 13일 식품의약안전처 대상 복지위 국정감사에는 유튜브 ‘입질의 추억TV’ 운영자 김지민 씨가 참고인으로 나온다. 수산물 전문가 김 씨는 수산물 수입 식품 시험분석에 대한 질의를 받을 것으로 전해졌다.
복지위는 김용현·황동현 당근마켓 각자대표, 강승현·최재화 번개장터 각자대표도 참고인으로 채택했다. 앞서 식약처는 번개장터 등 중고 거래 플랫폼이 의약품 오남용 문제를 조장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9월 12일 식약처 조사 결과에 따르면 개인 간 의약품 거래가 별다른 규제 없이 이뤄지고 있었다. 복지위는 의약품 중고 거래 문제, 재발 방지 대책에 대해 질의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도 주목받는 증인이 있다. 문체위는 9월 25일 열린 전체회의에서 허구연 KBO(한국야구위원회) 총재, 영화 ‘그대가 조국’ 배급사인 엣나인필름 정상진 대표, 최범 문화자유행동 대표 등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허 총재를 증인으로 부른 위원은 이상헌 유정주 민주당 의원이다. 이 의원은 프로야구 인공지능 심판에 대해 질의할 예정이고, 유 의원은 프로야구 자유계약(FA) 문제 등을 물을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 위원들은 정상진 대표를 상대로 관객 수 부풀리기 의혹에 대해 질의할 것으로 보인다. 조국 전 장관 부인 정경심 씨 재판 등을 담은 영화인 ‘그대가 조국’ 배급사인 엣나인필름은 관객 수 조작 의혹으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최범 대표가 몸담은 문화자유행동은 광화문광장에 있는 세종대왕·이순신 장군 동상을 이전해야 한다고 주장한 단체다. 최 대표는 9월 12일 열린 창립총회에서 “광화문 광장을 조선시대 인물이 채우고 있는 것을 보고 아무런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을 나는 우파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날 총회에는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대통령실 관계자 등 여권 인사들이 참석했다. 민주당 위원들은 동상 이전 주장이 나온 배경 등에 관해 물어본다는 방침이다.
외교통일위원회에서는 문재인 전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와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 증인 채택을 두고 여야가 신경전을 벌였다. 국민의힘은 김정숙 여사의 외유성 해외 순방에 대한 질의가 필요하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김건희 여사 해외순방 중 명품 쇼핑 의혹 등을 질의해야 한다며 맞섰다. 양 당이 합의를 보지 못하면서 증인 채택은 불발됐다.
역대 국감에서 이색 증인들은 논란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2020년 국정감사 때 EBS 인기 캐릭터 ‘펭수’와 이근 전 대위가 각각 참고인과 증인으로 채택될 수 있다는 소식이 알려졌고, 이를 둘러싼 공방이 뜨거웠다. 황보승희 국민의힘 의원은 ‘펭수’를 참고인으로 불러 펭수 연기자의 혹사 문제와 보상 문제 등을 질의하겠다고 밝혔다. 펭수 연기자는 프로그램 제작 일정과 캐릭터 이미지를 이유로 국정감사에 불출석했다.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은 이근 전 대위를 군사법원 국정감사 증인으로 신청했다. 전 의원은 총검술 폐지와 관련해 실전 경험이 있는 이 전 대위 의견을 듣기 위해 증인으로 신청했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이 전 대위 출석이 국정감사를 희화화하는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며 반대했다. 결국 여야 간사 사이에 협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이 대위 출석은 불발됐다. 당시 펭수와 이 전 대위의 증인 채택 문제가 논란이 되면서 ‘보여주기식 국감’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색 증인을 부르는 것에 대해 쓴소리도 나온다. 소모적인 논쟁만 발생하고, 국정 감사 취지에 어긋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직장인 나 아무개 씨(28)는 “국정감사를 희화화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정감사는 행정부를 견제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정책을 주로 이야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특히 탕후루 문제는 이해를 못 하겠다. 사장을 불러서 탕후루를 못 팔게 할 수도 없고, 덜 달게 만들라고 할 수도 없다”며 “마약 문제도 굳이 마약 경험을 국정감사장에서 들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이강원 기자 2000w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