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0년 추락 헬기 10대 중 8대가 노후, 교체 예산은 50% 삭감
산림청이 설훈 민주당 의원실과 어기구 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3~2022년 동안 추락한 헬기 10대 중 8대가 20년 넘게 운용된 기체인 것으로 파악됐다. 자료에 따르면 산림청에서는 3대, 지자체에서는 7대가 추락 사고를 겪었다. 총사망자는 16명, 총부상자는 5명으로 집계됐다. 연식이 가장 오래된 사고기체는 2022년 11월 강원도 양양군에서 추락한 'S-58T‘다. 1962년 제작된 이 기체는 추락할 때까지 약 60년간 운용됐다.
문제는 한국에 배치된 산불 대응용 헬기 상당수가 20년 넘게 운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산불 대응용 헬기는 산림청과 지자체가 각각 관리한다. 산림청이 보유한 산불 진화용 헬기 48대 중 33대가 ‘경년항공기’로 분류된다. 경년항공기는 기체 연령이 20년을 초과한 항공기를 말한다. 산림청에서 가장 오래된 헬기는 충청남도에 배치된 미국제 ‘BELL206'으로 제작된 지 35년 됐다.
지자체가 운용하는 민간 임차 헬기는 더 열악한 것으로 보인다. 2022년 11월 기준 지자체가 민간업체에서 임차한 헬기는 총 72대다. 이 중 29대가 제작된 지 40년이 넘은 것으로 파악됐다. 평균 기제 연령은 35년이다. 10월 3일 경기도 포천시 인근에서 추락한 헬기도 43년 된 노후 기체인 것으로 조사됐다.
헬기 생산 연도 등에 따라 노후 기체를 퇴역시키는 등의 규정은 없다. 헬기 등 항공기는 사용연한이 없기 때문이다. 대신 경년항공기로 분류된 기체는 강화된 안전관리를 받는다. 자주 발생하는 결함유형을 특별관리항목으로 지정해 주기적인 점검을 받는다. 산림청 헬기는 이러한 주기적인 점검을 통과하면 운용할 수 있다. 지자체 임차 헬기의 경우도 기체 연령에 상관없이 지방항공청에서 연 1회 실시하는 검사를 통과하면 된다.
다만 항공업계에서는 20~25년을 헬기 적정 교체 주기로 본다. 정비비용과 가동률 등을 감안한 기간이다. 이 기준에 따르면 한국에서 운용되는 산불 대응용 헬기 상당수가 교체 대상인 셈이다.
그러나 산림청이 요청한 기체 교체 예산은 절반 가까이 삭감된 것으로 나타났다. 산림청은 대형 헬기 2대와 중형 헬기 1대 도입을 위해 1350억 원을 요청했다. 정부 예산안에는 725억 원만 반영됐다.
채진 목원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헬기가 워낙 오래 쓰다 보니 노후화된 것들이 많다. 교체할 부품도 확보하기 어려운 것들도 있다”며 “기계는 노후화되면 사고 발생 확률이 기본적으로 올라간다. 게다가 헬기는 부품이 매우 많은 기계다. 아무리 정비를 잘한다고 해도 안전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산림청 관계자는 “20년 넘었다고 해서 노후 헬기라고 부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단지 관리를 더 잘 해서 쓰라는 의미”라며 “모든 헬기는 국토부의 인증을 받는다. 인증을 받았기 때문에 50년 되더라도 비행을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강원 기자 2000w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