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피스 비행복 쉽게 찢어지는 데다 방염 기능도 의문시…육군 관계자 “품질검사 실시했다”
육군 등에 따르면 헬기조종사 비행복은 점프슈트 스타일의 원피스 비행복과 상하의가 나눠진 투피스 비행복 두 가지다. 이 중 투피스 비행복이 품질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일요신문i’ 취재 결과 국내 육군 항공부대의 헬기조종사 투피스 비행복이 손쉽게 찢어져 곳곳에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항공부대 헬기조종사 A 씨는 “(비행복) 품질 관리가 이뤄지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A 씨는 최근까지 입고 있던 비행복을 보여주며 “보급받은 지 1년도 안 됐는데 엉덩이 부분이 찢어져 세탁소에 갔다. 세탁소 주인이 만져보더니 ‘찢어진 부분 전체가 다 찢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며 “그동안 어쩔 수 없이 무늬가 다르더라도 비슷한 원단으로 덧대 입고 다녔다”고 하소연했다.
실제 기자가 비행복을 잡고 가볍게 힘을 줘 앞뒤로 당겼더니 쉽게 찢어졌다. 이를 본 A 씨는 “부대에서 일명 ‘누더기 비행복’을 입고 다니는 헬기조종사가 많다”며 “이렇게 쉽게 찢어지는데, 비행복으로 신체를 보호할 수 있을지 다들(헬기조종사) 의문을 가진다”고 말했다. A 씨의 항공부대에서는 비행복 품질을 개선해달라는 요구가 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화재 시 비행복이 화상 위험을 줄여주지 못한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헬기조종사 B 씨는 “헬기 사고 때 헬기조종사를 보호하기 위해 (비행복에는) 방염 역할을 하는 아라미드 원단이 사용된다”면서도 “그러나 부대 내에서는 비행복에 불이 붙기도 한다는 말들이 오간다”고 귀띔했다.
일부 섬유 전문가들은 아라미드 원단을 사용해도 방염되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원단제조·섬유 업체인 FS이노베이션의 이현학 부사장은 “아라미드 원단은 외부 자극을 막아줄 만큼 성질이 강해 외부 위협 방지 용도로 쓴다”면서도 “소재가 딱딱해 레이온과 섞어 교직하는 경우가 있지만 방염 등 기능성을 위해선 추가 가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섬유개발연구원 관계자도 “레이온, 아라미드, 안티스태틱은 보호복 원단으로 주로 쓰이며 가공처리 방법이나 원단 비율에 따라 불이 붙을 수도 있다”며 “다만 불이 붙었다고 해서 심한 화상을 입을 정도로 불붙는 시간이 길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육군 관계자는 “육군 군수사에서 규정과 절차에 따라 비행복 품질검사(원단 및 완제품 검사)를 실시했다”며 “분리형 비행복(투피스 비행복)은 원단의 찢어지는 강도 측정검사에서 합격 받은 제품을 납품받았다”고 말했다.
비행복을 비롯해 전투복 등 군복 품질 개선이 어렵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전투복이나 군복에 쓰일 수 있는 좋은 소재를 개발한 업체가 있어도 기존 비행복 제작 업체에서 국방부나 조달청에 더 낮은 입찰가를 제시하면 낮은 입찰가를 제시한 업체를 선정한다는 이유에서다. 섬유업계 한 관계자는 “전투복이나 군복에 맞춰 좋은 소재를 개발하는 업체가 많은데 입찰가가 기존 업체보다 비싸면 국방부나 조달청에서 계약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과거에 비해 군복 디자인은 바뀌었지만 품질은 뛰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사안과 관련해 정치권에 묻자 비행복 품질 실태조사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송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헬기 비행복은 피복의 정전기 발생을 차단해 기체 운행 안전사고를 예방하고 위급 상황 시 외부 충격과 발화로부터 조종사를 보호하는 헬기 비행의 필수 군용품이자 비행사의 방패막”이라며 “헬기조종사의 안전이 성공적인 작전 수행을 담보하는 만큼 우리 군이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품질개선을 위한 전반적인 실태조사를 조속히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소영 기자 upjs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