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지하철 빈대 영상에 영국인들 경악…방역 작업 강화 속 “살충제에 적응” 지적도
빈대의 습격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파리에 이어 이번에는 런던까지 빈대가 확산될 조짐이 보이고 있어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최근 한 시민이 런던 지하철에서 목격한 빈대를 촬영한 영상을 보면 실제 이런 위기가 현실이 되고 있는 모양새다.
틱톡에 올라온 8초짜리 영상에서는 빈대로 보이는 벌레가 승객의 다리 위에서 기어 다니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영상을 올린 틱톡 사용자(@Lassgold)는 당시 빅토리아선에 탑승하고 있었다.
이 영상을 본 영국인들은 경악을 금치 못하면서 당장 런던 교통국(TfL)에 빈대를 “박멸하라”고 촉구했다. 이에 TfL 측은 “현재 런던에서는 빈대가 출몰하지 않았다”고 말하면서 열차를 ‘감시’하고 ‘엄정하고 철저한 청소 및 방역 작업’을 게을리 하지 않겠노라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고객과 직원들에게 깨끗하고 안전한 지하철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안심시켰다.
이 지하철 동영상은 파리를 통해 들어온 빈대가 영국 전역을 휩쓸 수 있다는 우려 속에 호텔과 운송업체가 적색경보를 발령한 가운데 찍힌 것이었다. 도버해협을 건너 프랑스와 영국을 오가는 고속철도인 ‘유로스타’는 영국에 빈대가 확산될 것을 대비해 철저하게 소독을 실시하고 있다고 밝힌 상태며, ‘에어프랑스’는 자사의 항공기에 빈대를 옮길 것으로 의심되는 사람들이 탑승할 경우 ‘항공기를 이륙시키지 않을 것이며, 전문팀이 즉시 파견되어 해충의 존재를 확인하거나 제거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그런가 하면 영국의 ‘밀레니엄 호텔 앤 리조트’는 투숙하는 손님들에게 일일이 프랑스를 여행한 적이 있는지를 묻고 있으며, 체크아웃한 방은 방역 전문업체를 통해 청소를 실시해 안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런던의 유로스타 종착역인 세인트 팽크라스 역에 있는 르네상스 호텔은 아직까지 빈대는 발견되지 않았지만 직원들을 대상으로 지난 2주일 동안 해충을 발견하는 방법에 대한 교육을 실시했다고 말했다.
사실 빈대가 영국에 전혀 없는 건 아니다. 해충 방제 회사인 ‘렌토킬’의 9월 자료에 따르면, 2022년부터 2023년까지 영국에서는 빈대가 6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이 지난 후 여행객이 급증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이 밖에도 전문가들은 ‘이베이’나 ‘페이스북 마켓플레이스’ 같은 중고 사이트에서 중고 가구를 사는 사람들이 많아졌기 때문일 수도 있다고 추측했다.
문제는 과연 이런 예방책만으로 빈대의 확산을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냐는 데 있다. 런던 위생 및 열대 의학 대학의 곤충 전문가인 제임스 로건 교수는 인터뷰에서 “더 이상은 지난 수십 년 동안 빈대와 싸우기 위해 사용해온 살충제들에 의존할 수 없다. 이미 빈대들은 기존의 독성 화학물질에 저항하도록 진화해왔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그는 “최선의 방법은 빈대가 알을 낳기 전에 박멸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요컨대 빈대가 다시 확산되지 않도록 새로운 살충제를 개발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는 의미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