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상청 홈페이지 캡처 사진. |
30일 <조선일보>는 기상청이 태풍 볼라벤의 진로를 조작했을 가능성에 대해 의혹을 제기했다.
<조선일보>가 일부 기상 전문가들의 의견에 따라 “기상청이 자신들의 예보 내용에 맞춰 볼라벤의 실제 진로를 조작한 의혹이 있다”고 주장한 데 대해 기상청은 “오차가 있을 수는 있지만 최선을 다해 판단했다”라며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조작 의혹은 지난 28일 한국 기상청이 서해에서 북상 중이던 태풍 볼라벤의 진로를 세계 유수 기상 기관들과는 많은 차이가 나게 예측한 데서 비롯됐다. 볼라벤이 지나간 후에도 한국 기상청은 “28일 오전 9시, 오후 3시, 오후 9시에 볼라벤의 위치가 각각 경도 125.6도 상에 있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는 미 합동태풍경보센터(JTWC)와 일본기상청(JMA) 발표보다 경도 0.8~1.1도(약 90~120㎞) 가량 차이가 있는 것이었다.
이에 기상청은 30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조작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기상청은 “태풍 중심위치 진로 조작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전문가들의 상호 협의를 거친 분석 결과는 홈페이지와 각종 정보를 통해 공개되고 국제적으로 실시간으로 공유되기 때문에 자료조작은 사실상 어렵다는 것.
이어 기상청은 “이번 태풍 볼라벤의 경우도 위성 영상의 구름의 형태를 주로 분석해 중심위치를 판정했다. 태풍 볼라벤이 북한으로 상륙한 것으로 추정한 당시, 대외적으로 공표하는 기상속보와 기상정보에 각각 위성분석에 따른 결과임을 명시했다. 태풍 정보에 나타난 중심기압과 영향반경도 중심위치와 마찬가지로 대부분 위성분석을 통해 판정했다”며 과학적 방법을 거쳤음을 강조했다.
기상청은 <조선일보>가 “태풍이 지나간 뒤 발표하는 실제 진로가 경도 1도씩 차이 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한 것에 대해 “위성분석을 통해 추정한 태풍 중심 위치분석에는 오차가 따르고 태풍의 강도가 약해질수록 (오차가) 커지는 경향이 있다. 미국에서도 위성분석으로 추정한 허리케인에 대한 중심 위치 오차가 100㎞를 상회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해명했다.
또한 “국지분석일기도를 보면 조작 의혹이 두드러진다”고 한 데 대해서 “국지분석일기도가 실제 상황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국지분석일기도는 슈퍼컴에서 계산되는 수치예보모델의 예측장과 현재 관측자료를 합해서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수치예보모델 예측장에 의존적이다. 이번 태풍에서 수치예보모델은 실제 경로보다 서쪽으로 예측했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국지분석일기도의 중심이 서쪽으로 위치하게 됐다. 기상청의 중심위치값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고 대응했다.
진로를 맞추려는 과도한 부담감 때문에 조작을 한 것이라는 의혹에 대해서는 “국가기상업무는 과학과 전문성에 기반을 둔 업무로서 대외 여건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라며 부인했다. 또한 기상청은 조선일보에 대해 태풍관련 전문가들과의 공개토론을 요구했다.
그러나 기상청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1987년 태풍 ‘셀마’를 자신들의 예보에 맞춰 진로를 조작해 발표해 기상청 주요 간부들이 징계를 받은 바 있어 이번 논란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다영 인턴기자 lata13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