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번호 바뀌어” “결혼 말린 적 없어” 거짓말…허위 사실 근원 형수로 파악돼 추가 고소 나서
수화기 너머 방송인 박수홍은 이렇게 수차례 되뇌었다. 10월 13일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 11부(부장판사 배성중) 심리로 열린 박수홍 친형 내외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횡령) 위반 혐의 8차 공판이 열린 직후다.
이날 공판에는 박수홍의 아버지인 박 아무개 씨(84)와 어머니 지 아무개 씨(81)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박 씨는 2022년 검찰 수사 과정에서도 대질조사를 받은 적이 있기 때문에 검찰 역시 핵심 증인 가운데 한 명으로 보고 있다. 또한 재판 중인 장남은 잘못이 없다며 “내가 박수홍의 돈을 관리했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형법상 직계혈족과 동거 친족 등 사이에 발생한 재산범죄에 대해선 처벌하지 않는 친족상도례를 염두에 둔 발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모친의 경우 상황이 다르다. 박수홍 형제의 다툼 과정에 개입한 적이 없고, 검찰 조사 대상도 아니었다. 그러나 장남 측의 요청으로 증인대에 서게 됐다.
이날 공판에서 예상대로 박수홍의 부모는 횡령의 본질과는 관계없는 주장을 거듭했다. 지 씨는 증인 참석을 앞두고 취재진을 향해 “이건 (박수홍이) 큰아들 잡는 짓”이라며 “수홍이가 (박수홍의 아내인) 김다예에게 가스라이팅(심리적 지배)을 당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장남에 대해서는 “사람들은 큰아들이 가식으로 산다고, 걔가 사기꾼이라고 하는데 그렇지 않다”며 두둔했다.
공판 다음 날 필자와 전화통화를 나눈 박수홍의 목소리에서는 참담한 심경이 가득했다. “한숨도 못 잤다”는 그는 “이제 정말 고아가 된 것 같다”는 말 외에는 부모를 향한 그 어떤 원망에 말도 하지 않았다. 평소 “어머니만은 지키고 싶다”며 애틋한 마음을 드러냈던 그였기에, 공판 과정에서 어머니가 내뱉은 말에 심리적으로 크게 무너진 듯했다.
이날 어머니의 주장에는 허위 내용이 상당수였다. 지 씨는 “나는 수홍이가 (소송 이후) 전화번호도 바뀌고 해서 얘기도 못 하고 있다. 이사까지 가버려서 만나지도 못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하지만 박수홍은 이 사건이 불거진 전후 부모와 소통하던 전화번호를 지금도 보유하고 있다. 이 전화번호로 필자와 소통하기도 했다. “전화번호가 바뀌어서 얘기도 못한다”는 지 씨의 주장은 명백한 허위라 할 수 있다.
박수홍은 “(내가) 잘못한 것이 없는데 왜 번호를 바꾸겠는가. 사건 발생 직후 문자로 ‘제발 한 번만 제 말을 믿어달라’ 호소했는데 받아주지 않으셔서 ‘언젠가는 진실을 알아주시겠지’ 생각하고 기다리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2021년 이 사건이 수면 위로 올라온 시점에 박수홍이 보낸 문자에 모진 말로 답했던 어머니는 이후 이 번호로 어떤 연락도 취한 적이 없다는 것이 박수홍 측의 전언이다.
박수홍의 결혼을 말린 적이 없다는 주장도 사실과 거리가 멀다. 지 씨는 “엄마가 어떻게 돈줄 끊어진다고 (아들의) 결혼을 못하게 하겠냐. 내가 증인으로도 창피해서 안 나오려고 했다”면서 “난 한 번도 (김다예와의 결혼을) 말린 적이 없다. 내가 이만큼 나이를 먹고 아들을 말린다는 것도 말이 안 되고 나이가 너무 차이가 나니깐 조금만 더 보자(라고 한 것뿐)”이라고 항변했다.
하지만 이런 주장에 대해서는 대중들도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 박수홍 모자는 이번 논란이 불거지기 전 SBS 인기 예능 ‘미운 우리 새끼’에 장기간 동반 출연했다. 이때 박수홍은 수차례 “오래 만난 여성이 있는데 집안의 반대로 결혼을 하지 못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모습이 담긴 VCR을 지켜보고 있던 지 씨가 별다른 반대 의견 없이 수긍하는 장면이 포착되기도 했다.
이 외에도 부모는 확인할 수 없고 확인되지 않은 박수홍의 사생활 폭로를 이어갔다. 박 씨는 “30년 넘는 기간 수홍이를 돌봤다. 집 청소와 관리 등을 도맡아 했는데 흡혈귀도 아니고 뭘 빨아 먹었다는 거냐”면서 “(수홍이가) 돈을 달라고 하는데 아파트 대출 갚기도 빠듯하니 여자친구들을 위해 사용하는 용도로 비자금을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지 씨 역시 “(남편과) 수홍이가 벌어온 건 절대 건드리지 말자고 했다. 내가 고생하면서도 수홍이 돈은 함부로 쓰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두 내외가 박수홍이 준 생활비 카드를 사용해 왔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박수홍이 더욱 참담함을 느끼는 이유는 이번에 부모가 박수홍을 향해 내뱉은 주장 대부분이 박수홍에 대한 허위 사실을 유포해 명예훼손 혐의로 피소돼 재판을 받다가 10월 12일 극단적인 선택을 한 유튜버의 주장과 일치하기 때문이다. 16일 결심 공판을 앞두고 피고가 사망하면서 ‘공소권 없음’으로 재판이 종결됐는데, 그 허위 주장이 부모의 입을 통해 다시금 기사화되는 기막힌 상황이 빚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박수홍 측은 횡령 재판을 받고 있는 형수 이 아무개 씨를 10월 17일 마포경찰서에 추가 고소했다. 사망한 유튜버가 2023년 5월 열린 공판에서 형수 이 씨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기 때문이다. 박수홍의 법률대리를 맡고 있는 노종언 변호사는 “허위 사실을 유포한 유튜버 측 변호인이 명예훼손 재판 도중 ‘형수 이 씨가 우리 측에 제공한 자료’라고 말했는데, 이 유튜버에게 허위 사실의 근거를 제공한 것이 형수였다는 것이 밝혀졌다”고 전했다.
안진용 문화일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