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총장에 TK 이만희 등 ‘친윤’ 인사 다수 포진…“총선 패배 시 정계은퇴” 선언 두고도 회의적 기류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후 이철규 사무총장·박대출 정책위의장·박성민 전략기획부총장·박수영 여의도연구원장 등 임명직 당직자 전원이 일괄 사퇴했다. 하지만 김기현 대표는 물러나지 않았다.
김기현 대표는 선거 패배 다음날인 10월 12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 선거 패인을 냉철하게 분석하고 총선 승리를 위한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겠다”며 차기 총선에 ‘분골쇄신’을 강조했다. 사퇴 대신 수습에 방점을 둔 셈이다.
윤석열 대통령 역시 10월 13일 대통령실 참모진에 보선 참패에 대해 “차분하고 지혜로운 변화”를 여당에 주문했다고 알려지며 김 대표 체제 유지에 힘을 실었다.
국민의힘은 10월 15일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김 대표를 중심으로 당 쇄신 방안을 추진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김 대표는 이날 긴급의총 마무리 발언에서 “내년 총선에서 패배하면 정계 은퇴하겠다”고 각오를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김 대표는 의총 후 공석인 임명직 당직자 인선 방향에 대해 “통합형, 수도권과 충청권을 중심으로 전진배치하는 형태로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국민의힘은 10월 16일 오전 곧바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통해 후임 임명직 당직자 6명 인선을 발표했다. 신임 사무총장 이만희 의원, 정책위의장 유의동 의원, 여의도연구원장 김성원 의원, 지명직 최고위원 김예지 의원, 수석대변인 박정하 의원, 선임대변인 윤희석 대변인, 조직부총장 함경우 경기 광주시갑 당협위원회 운영위원장 등이 임명됐다. 전략부총장 등에 대해서는 고심해 추가 인선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정광재 대변인은 최고위 후 브리핑에서 “인선 기조는 수도권, 60년대 이후 출생자에 대한 전면배치”라며 “6명의 인선 결과를 보면 앞으로 우리 당이 지향하는 방향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김 대표 ‘2기’ 지도부 인선의 지향 방향을 두고 여권 내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보선 참패 책임이 윤석열 대통령에 있다는 비판이 많은데, 인적 쇄신에도 불구하고 당 지도부가 다시 ‘친윤’으로 채워졌다는 이유다.
새 임명직 당직자 중 가장 관심을 모은 자리는 사무총장이었다. 당 사무총장은 당 조직과 자금을 관리하며, 특히 내년 총선 공천 실무를 총괄하기 때문이다. ‘윤핵관’인 이철규 의원이 임명됐던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이만희 신임 사무총장은 계파색이 옅다는 평가도 나오지만 엄연히 ‘친윤’으로 분류된다.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당시 후보의 수행단장을 역임했고, 올해 초 최고위원 선거 출마 때도 친윤 진영의 지원을 받았다. 이철규 전 사무총장에 이어 경찰 출신이 사무총장에 오른 것도 눈길을 끈다. 또한 윤재옥 원내대표와도 경찰대 선후배 관계다.
특히 이 사무총장은 경북 영천·청도에서 재선을 지낸 TK 출신이다. 김 대표(울산 남을), 윤재옥 원내대표(대구 달서을)에 이어 이 사무총장까지 당 서열 1·2·3위가 영남권이다.
신임 임명직 당직자 중 김성원 원장, 윤희석 선임대변인, 함경우 조직부총장도 ‘친윤계’로 분류된다. 김 원장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윤석열 후보 선대본 조직본부 부본부장을 지냈다. 하지만 지난해 8월 수해복구 현장에서 “솔직히 비 좀 왔으면 좋겠다. 사진 잘 나오게”라는 부적절한 발언으로 당원권 정지 6개월 중징계를 받은 바 있는데, 징계 이후 7개월 만에 중책을 맡은 것이다.
윤희석 선임대변인과 함경우 조직부총장도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 캠프 때부터 합류해 선대본에서 각각 대변인과 공보단 부단장 등을 수행했다.
김예지 지명직 최고위원과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계파색이 뚜렷하지 않다. 수도권 3선 중진 유의동 정책위의장 정도가 지난해 유승민 경기지사 예비후보 선대위원장을 맡아, 한때 유승민계로 알려져 ‘비윤’으로 구분할 수 있다.
당 안팎에선 이번 인선을 두고 민심과 괴리된 것 아니냐는 비판이 고개를 들었다.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은 “이번 강서구청장 선거를 통해 내년 총선 ‘수도권 위기론’이 확인됐다”며 “물론 현재 당내 TK·PK 의원들이 많아 인선에 한계가 있다는 것도 이해한다. 그럼에도 이번 2기 지도부 인선을 보면 ‘도로 영남당’으로 돌아갔다. 이래서 내년 총선 수도권에서 싸움을 해볼 수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출신이 수도권 인사라고 만사 해결되는 것 아니다. 쇄신을 상징하는 신선한 인사가 나올 줄 알았는데, 또 ‘친윤’ 지도부에 그쳤다. 친윤 핵심들이 빠지고, 친윤 후보군이 전면에 나선 모양새”라며 “결국 내년 총선 공천의 키를 친윤이 쥐겠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고 아쉬워했다.
유승민 전 의원도 국민의힘이 이대로 가면 내년 총선에서 ‘윤심’ 공천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 전 의원은 10월 17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선거 앞두고 공천 실무 책임지는 사무총장과 부총장이 100% 윤 대통령 사람들”이라며 “김기현 대표와 최고위원들도 전부 다 그렇다. 그러니까 국민들 보기에 ‘이 사람들이 아직 정신을 못 차렸구나’하는 평가가 나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권의 레임덕은 이미 시작됐다”며 “김 대표 체제로 총선 치르기 힘들다”고 강조했다.
결국 김기현 대표 체제에서는 개혁의 이미지를 보여줄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윤계로 분류되는 수도권의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이번 보궐선거로 수도권에서 김 대표의 영향력이 없음이 입증됐다. 김 대표가 ‘내년 총선서 패배하면 정계은퇴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런데 김 대표가 솔선수범해 수도권 험지에 출마하지는 않을 것이다. 본인 지역구인 울산에 다시 출마할 계획일 것”이라며 “만약 국민의힘이 내년 총선에서 패배하고, 본인은 울산에서 무난히 당선되면 어찌할까. 정계은퇴해야 하니 의원 배지 반납하겠다고 하겠느냐. 공허한 각오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한편, 신임 임명직 당직자를 인선하는 최고위원회의 과정에서 조수진 최고위원과 김성호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이 나눈 SNS 메시지 대화가 언론에 노출되는 해프닝도 있었다.
대화 내용에 따르면 조 최고위원은 당직자 임명안 명단을 김 부원장에게 전달했다. 그러자 김 부원장이 “황당하네. 김기현 대표 쫓겨나겠네”라며 “후임 당직은 시기가 아니라, 내용이 중요한데 서두를 필요 없는데. 연기하자고 해요. 국민의 동의를 받기 어렵다고”라고 답했다. 김 대표가 민심을 반영하는 인선을 하지 못했다는 우려였다.
김 부원장은 당일 국회를 찾아 부원장직을 사임했다. 국민의힘 측에서는 메시지 논란과는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통상 여의도연구원장이 바뀌면, 부원장들도 함께 교체된다고 강조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