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사장 휴비스 합류 후 본업도 신사업도 부진…휴비스 “글로벌 경기 침체 영향, 사업 회복에 박차”
#'솔리얀' 상반기 18억 영업손실
김건호 사장은 김윤 삼양홀딩스 회장의 장남이다. 김 사장은 미국 리하이대에서 재무학을 전공한 뒤 삼양사 글로벌성장팀장으로 일했다. 이후 2018년부터 2021년까지 삼양홀딩스에서 글로벌성장 PU장을 맡았다. 현재는 삼양홀딩스 Staff그룹 경영총괄사무직을 수행하고 있다. 삼양홀딩스에 따르면 김건호 사장은 경영전략이나 M&A(인수합병) 관련 분야에서 어드바이저 역할을 하고 있다.
김건호 사장이 본격적으로 경영 행보를 넓힌 것은 2021년 말이다. 휴비스가 김 사장을 미래전략담당 사장에 임명하면서다. 휴비스는 삼양사와 SK케미칼이 공동으로 설립한 화학섬유 회사다. 현재는 삼양홀딩스와 SK디스커버리가 지분을 25.5%씩 보유하고 있다. 2022년 3월 휴비스는 김 사장을 사내이사와 이사회 의장으로 신규 선임했다.
김 사장이 휴비스에 합류한 이후 휴비스는 신사업과 관련된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우선 지난해 3월에는 ‘화장품 및 관련 상품의 판매 및 수출입, 화장품 및 의약외품의 제조, 판매 및 수출입, 피부관리, 피부미용, 미용기기 관련사업’을 정관에 새롭게 추가했다. 휴비스는 기존에 마스크팩 소재를 개발해왔다. 정관 추가를 통해 직접 마스크팩 시트를 OEM(위탁생산) 하는 사업까지 영위할 수 있게 됐다.
지난해 김건호 사장은 미국 스타트업 ‘솔리얀(Soliyarn)’ 지분 투자도 주도했다. 지난해 4월 휴비스는 투자전문 자회사 휴비스글로벌을 통해 솔리얀 지분 25%를 확보했다. 솔리얀은 섬유에 최적화한 화학증착코팅 기술을 개발해 일반 섬유를 전도성 섬유와 발수 섬유로 가공하는 기술을 보유한 회사다. 휴비스는 솔리얀과 협력해 스마트 섬유 사업을 육성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아직 휴비스의 신사업 성과가 뚜렷하게 나타나지는 않고 있다.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화장품 사업은 아직 개시하지 않은 상태다. 김주덕 성신여대 뷰티산업학과 교수는 “마스크팩은 중국 시장이 가장 크다. 하지만 중국 로컬 기업의 경쟁력이 상당히 올라왔다. 마스크팩 소재도 중국 제품이 굉장히 저렴하다. 전체적인 마스크팩 시장은 중국에 거의 빼앗긴 것 같다”고 말했다. 휴비스는 직접 마스크팩 개발에 뛰어들기보다는 마스크팩 소재인 시트 개발만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솔리얀은 올해 상반기 18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휴비스는 올해 상반기 약 12억 원을 솔리얀에 추가로 투입했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 약 6억 원의 평가손실을 계상했다. 휴비스에 따르면 휴비스와 솔리얀이 협력해 내놓은 스마트 소재는 아직 없다. 스마트 소재이다 보니 개발 시간이 소요된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무엇보다 본업이 좋지 않다. 이는 신사업 투자의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휴비스는 연결 기준 830억 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매출 4571억 원, 영업손실 341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매출 5513억 원, 영업손실 273억 원) 대비 매출은 17% 줄고 손실이 늘었다.
휴비스의 실적 부진은 원재료 값과 에너지 비용 상승으로 매출원가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화학섬유(폴리에스터) 원료인 고순도 테레프탈산(TPA) 가격이 올랐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라 섬유 산업 수요 회복도 더디다.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기존 사업의 리스크가 여전한 상황이다. 신사업의 경우 기존 사업을 대체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지분율로도 승계 시기 예단 어려워
김건호 사장은 경영권 승계가 유력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 사장의 아버지인 고 김상홍 삼양그룹 명예회장의 장남 김윤 삼양홀딩스 회장은 만 70세다. 김윤 회장의 동생 김량 삼양사 부회장을 비롯해 김 회장의 사촌동생인 김원 삼양사 부회장과 김정 삼양패키징 부회장도 60대다. 이와 관련, 박주근 리더스인덱스 대표는 “오너 3세들의 나이도 많기 때문에 (김 사장의) 삼촌들에게 경영권이 갈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고 전망했다. 김 사장은 오너 4세 중 유일하게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경영권 승계 시기는 아직 안갯속이다. 김 사장이 뚜렷한 경영 성과를 드러내지 못하면 경영권 승계 시점에도 변동이 있을 수 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오너 4세의 경영 능력은) 승계 시기에도 영향을 미친다. 상장기업은 이사회 및 주주총회에서 전임 경영자의 경영 성과를 참조해 오너 3세가 추천하는 4세의 경영 역량을 파악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다만 아직은 김 사장이 만 40세에 불과한 만큼 승계 작업을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지분율로도 아직은 승계 시기를 예단하기 어렵다. 김건호 사장의 삼양홀딩스 지분율은 2.92%로 오너 4세 중 가장 높다. 하지만 다른 오너 4세와 큰 차이는 나지 않는다. 김 사장의 동생 김남호 씨(1.58%), 김량 부회장의 장남 김태호 씨(1.85%), 김정 삼양패키징 부회장의 장남 김주형 씨(0.64%)와 차남 김주성 씨(0.63%)보다 소폭 높다.
향후 김 사장에게 경영권 승계가 이뤄진다면 지분에 대한 친척들 사이의 합의가 중요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삼양그룹은 사촌 간 소유권과 경영권이 분리돼왔다. 고 김상하 삼양홀딩스 명예회장은 조카인 김윤 회장에 삼양홀딩스 경영권을 넘겼다. 하지만 현재 삼양홀딩스의 최대주주는 김상하 명예회장의 장남인 김원 삼양사 부회장이다. 박주근 대표는 “지분율이 낮으면 외부로부터 경영권을 위협 받을 수도 있다. 때문에 지분율과 관련해선 합의할 필요성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휴비스 관계자는 “솔리얀과 진행하는 스마트 섬유 사업이나 마스크팩 소재 사업은 계속 진행 중이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글로벌 경기 침체로 실적이 좋지 않은 상황이다. 기존 사업 회복에 힘쓰는 동시에 신사업 비즈니스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삼양그룹 관계자는 “승계와 관련해선 확정된 내용이 아니기 때문에 회사에서 공식적으로 드릴 수 있는 이야기는 없다”고 답했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