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K 여파에 ‘넘버3’도 진땀
▲ VK가 부도를 맞으면서 적자에 허덕이는 휴대폰업계 3위 팬택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팬택은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 왼쪽은 VK의 제품 광고. 오른쪽은 박병엽 팬택 부회장. | ||
VK의 부도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해석이 나오고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휴대폰 판매가 위축되었기 때문이라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지난해 국내 휴대폰 업체들 대부분 실적이 나빠지면서 업계에 구조조정 바람이 몰아닥칠 것이라는 소문까지 나도는 상황이다.
증권가에서는 GSM 방식의 휴대폰을 만들고 있는 노키아가 CDMA 방식의 북미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팬택앤큐리텔을 욕심내고 있다는 얘기가 돌면서 12, 13일 주가가 반짝 오름세를 타기도 했다.
이에 앞서 LG전자조차도 휴대폰 사업부문의 낮은 수익성 때문에 고민하던 중 모토로라와 이해관계가 맞아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는 소문에 시달리기도 했다.
그러나 LG전자와 팬택은 이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는 반응이다. 팬택은 “지난해 적자를 내자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무성했지만 현재 좋아지고 있는 과정이다. 부도설 매각설은 과장된 것일 뿐이다”라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
지난해 팬택은 매출액 6550억 원, 영업이익 (-)422억 원, 당기순이익 (-)217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7월 말 발표될 올해 상반기 실적도 적자가 예상되고 있다. 팬택앤큐리텔도 지난해 매출 1조7026억 원, 영업이익 (-)596억 원, 당기순이익 (-)1283억 원으로 적자를 면치 못했다. 2004년 두 회사의 당기순이익이 각각 431억 원, 464억 원인 것과는 대조적이다. 게다가 지난해 부채규모가 6041억 원으로 2004년 1400억 원에 비해 급속히 늘어나기도 했다.
팬택은 지난해 적자규모에 대해 “우리만 유독 실적이 나쁘다면 모르겠지만 전 세계적으로 휴대폰 업계가 불황을 맞으면서 구조조정 바람이 불어 현재 10개 업체만 남기고 대부분 지난해 정리됐을 정도”라고 설명하고 있다. 또 부채 규모에 대해서는 지난해 SK텔레텍을 인수하면서 차입금이 는 데다 사옥을 신축하고 있어 일시적으로 부채가 늘어났다는 설명이다.
팬택은 VK와는 사업구조가 다르기 때문에 쉽게 그 전철을 밟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휴대폰은 내수가 뒷받침되어 줘야 버틸 수 있는데 VK는 내수 기반이 약해 해외시장에서 노키아와 모토로라의 저가폰 시장 진출에 직격탄을 맞으면서 휘청거렸다는 것.
국내 휴대폰 시장은 삼성전자가 50% 대를 넘나들고 있고, LG전자와 팬택이 20% 대 초반에서 2위 다툼을 벌이고 있다. 나머지 5%를 KTFT, 모토로라, VK 등이 차지하고 있다. 내수 기반이 5%도 되지 않는 상황에서 해외 시장에 변수가 생기면 버티기 힘들다는 것이 팬택의 분석이다. 특히 유럽시장은 이동통신사에 납품하는 구조가 아닌 직접판매 시장이라 가격인하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살아남기 힘들었다고 보고 있다.
또 VK의 경우 주력인 저가폰 시장에서 모토로라가 레이저 시리즈로 바람을 일으키는 바람에 브랜드 인지도나 가격경쟁력에서 치명타를 맞았다는 것. 하지만 팬택의 경우 주력인 스카이폰의 타깃이 고가폰 시장이라 사정이 다르다는 얘기다.
팬택은 수출시장에서도 가격경쟁이 치열한 유럽보다는 아직은 미국, 중남미, 일본, 한국 등 4대 시장에 주력하고 있다. 유럽은 선두업체인 노키아의 득세로 당분간 관망할 것이라고 한다. 현재 팬택은 김포, 중국, 멕시코, 브라질에 공장을 가동 중이다.
한편 지난해 5월부터 인수 작업이 시작돼 12월 합병한 스카이텔레텍(옛 SK텔레텍)과의 시너지 효과가 잘 날지 의문스럽다는 시장의 반응에 대해서 팬택은 “최근 출시한 슬림폴더폰이 지난해 7월부터 개발한 것으로 합병 후 첫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올 6월부터는 처음으로 KTF용 스카이 제품을 납품하기 시작했다. 반응이 좋다”고 전하고 있다.
팬택은 올해와 내년을 생존을 위한 전력투구 시기로 보고 있다. 이 시기를 잘 버티면 내후년부터는 ‘확 펴질 것’이라는 예측이다. 올해 초까지 인력 구조조정도 마친 상태. 지금까지는 ODM 납품을 위해 해외시장에서 국가별 고유 모델을 만들어 왔지만 지난해 자체 브랜드 사업을 개시하면서 개발 모델 수가 줄어 연구인력에 대한 구조조정이 가능해졌다는 설명이다.
팬택계열은 몇 년 전 대우종합기계 인수라는 카드를 통해 사업다각화를 꾀했다. 하지만 인수가 실패로 끝나고 난 뒤 SK텔레텍 인수라는 ‘한우물 집중’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하지만 인수 뒤 오히려 자금악화설 등 각종 루머에 시달렸다.
시장에서는 이달 말 팬택의 2분기 실적 발표에 주목하고 있다. 연중 최저라는 2분기 실적을 얼마나 선방하느냐에 따라 팬택의 올해 성적표를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팬택의 박병엽 부회장은 최근 팬택의 미국진출에 올인하고 있다. 미국 출장도 잦다. 팬택이 글로벌업체로 살아남을 수 있느냐 여부는 올해와 내년의 실적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팬택은 지금 도태냐 업그레이드냐의 기로에 서있다.
우종국 기자 woobea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