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도시계획 입안은 볼수록 ‘복마전’
- 도시건설위원장 임야, 도시개발구역 편입 요구
[일요신문] 경북 포항시가 정부합동감사에서 적발된 엉터리 도시계획 행정(일요신문 2023년 10월 21일 '포항시, 관광숙박시설 부지에 생활숙박시설 허가…유착의혹' 제하 기사)이 일파만파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다른 도시계획 행정에서 시의원들의 적절하지 못한 상황이 제기되면서 복마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포항시 북구 학잠동 93-4번지 일대에는 오래전부터 대형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려 했지만 주민반대와 교통 등 입지조건 불충족으로 번번히 무산됐다. 하지만 지난해 '포항 자이애서턴' 신축공사가 지하 3층, 지상 38층, 15개동 1433세대 규모로 허가됐다.
양학동(득량동과 학잠동의 행정동명) 주민들은 사업 시행사 주원홀딩스가 인·허가 과정에서 주민설명회를 한 번도 개최하지 않았고, 포항시의회 도움으로 사업이 성사됐다고 주장하면서 여기도 도시계획에 문제가 있었다고 했다.
포항시가 인·허가 과정에서 20년간 장기 미집행 시설 계획도로인 양학동~흥해 대련리간 4차선 도로개설 공사비 약 300억원을 시행사가 공공기여금을 납부하는 조건으로 사업을 허가했다는 것. 문제는 이 도로가 '포항 자이애서턴' 건축 현장과는 많이 떨어져 있고 지역 시의원의 땅 주변이라는 것이다.
양학동 주민들은 "아파트가 건축되는 인근 도로는 교통지옥이다. 그런데 도로개설은 무엇 때문에 양학동 끝 산속에 하나, 주민들을 바보로 아나, 그 도로 주변에 지역 시의원의 땅이 있기 때문이다. 당시 양학동 주민들은 백 의원의 낙선운동을 펼치겠다고 공식성명을 발표했고, 급기야 백 의원은 비례대표로 의회에 입성해 현재 의장의 중책을 맡고 있다"면서 "포항시 도시계획 입안이 선출직들의 밥그릇이라는 소문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리고 법 규정에 맞으면 허가해 주면 되지 무슨 공공기여금 명목으로 300억원을 내야 하나, 돈만 주면 다 된다는 뜻인지, 시민들을 위해 일해야 할 시의원과 공무원들이 이런 짓들을 죄의식 없이 일삼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백 의장은 "이 도로 개설에 우리 땅이 포함되고 조상들의 산소 바로 앞을 지나간다. 도로가 나지 않는 것이 더 좋다. 주민들이 도로개설을 원했고, 포항시와 주원홀딩스가 협의해 계획을 그렇게 세운 것이다. 시의원으로 압력을 행사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또 다른 시의원의 비리 의혹도 제기됐다. 포항시의회 건설도시위원장은 남구 이동의 자신의 임야가 이동도시개발 구역에 포함되지 못하자, 포항시 고위공무원에게 압력을 행사해 이 도시개발 시행·시공사인 S건설에 자신의 임야를 높은 가격에 매입토록 요구했다는 것.
이런 내용은 내부 폭로로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상황이다. 특히 조 위원장은 도시개발구역 추진 과정에서 자신의 임야를 개발구역 안에 넣을 것을 종용했으나, 협의 과정에서 인터체인지와 근접해 관련 규정상 포함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위원장은 "이는 사실무근이다. 이동도시개발 사업이 늦어지니 나를 음해하고 있다. 오히려 포항시가 시행·시공사인 S건설에 특혜를 주고 있는 것이다. 예로 배수지를 적정한 위치에 설치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동도시개발 구역에는 가운데 위치했다. 지난 모 국장이 있을 때 에코프로를 보면 특혜를 의심할 정도의 엉뚱한 위치에 배수지를 배치했지 않았느냐, 시의원으로 특혜를 지적하고 견제하는 것이다. 사심은 없다"고 말했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도시계획담당 공무원의 비위 의혹도 있었다. 현 도시계획팀장은 2019년 도시계획팀 직원으로 근무하면서 전국 최초로 신기술·특허공법을 도입 건립했다고 자랑한 '흥해 다목적 재난대피시설'이 신기술·특허공법이 아니었으며, 업자와 유착 의혹을 받은 장본인이다.
그는 "에어돔이 상용화돼 있지 않는 상태여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신기술·특허공법의 인정 여부를 떠나 이 기술을 채택할 수밖에 없었다. 업체가 있는 중국으로 출장도 다녀왔지만 공식적으로 간 것이 아니고 휴가차 갔다가 인근에 회사가 있어 가보았다"는 터무니없는 거짓말도 했다
포항시는 이 재난대피 시설을 2018년 11월 특허기술을 사용하는 조건부 입찰을 통해 낙찰자를 선정, 2019년 8월에 준공했다. 그러나 이 시설의 신기술·특허공법은 특허가 아닌 중국 내의 실용신안 정도로 국내에서는 인정될 수 없는 공법으로 확인됐고, 포항시도 이를 인정했다.
당시 특허가 아니면 당연히 문제가 불거질 것을 알고도 강행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은 보이지 않는 윗선의 압력이 작용하지 않았느냐는 지적도 있었다. 그때 도시계획과장은 "이 기술특허 협약과 관련 나는 아무 것도 모른다. 담당자가 다 알아서 한 일이다"고 한 말도 의혹을 증폭시켰다.
당시 이러한 내용이 언론에 보도되자 포항 남·북부경찰서는 앞 다퉈 서류를 압수해 수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검찰의 재수사 지시도 있었지만 결과는 흐지부지 됐다. 이렇게 큰 잘못을 저지른 담당자는 바로 팀장으로 승진했고, 짧은 기간에 다시 도시계획업무를 담당하는 팀장으로 복귀했다.
취재에 응한 포항시 공무원들은 현재의 상황을 이렇게 진단한다. "포항 송라면 지경리 도시계획 비리도 정부합동감사에 적발돼 알려졌지만, 이강덕 시장의 레임덕에 편승한 내부 폭로일 것이다. 시의원들이 자신들의 권한을 악용해 도시계획, 예산, 인사 등에 개입하는 일은 허다하다"면서 "또한 이런 일이 반복되는 것은 규정이나 관행을 떠나 자신에게 충성을 하면 중용하고 함께 하는 시장의 인사 스타일에 기인한다"고 진단했다.
전국적으로 수많은 단체장이나 선출직들이 도시계획을 활용한 토착비리 혐의로 사법처리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심지어는 대선자금 조성 의혹까지 받을 정도로 도시계획 분야의 비리는 그 규모도 엄청날 뿐만 아니라, 은밀하게 진행되는 단체장의 권한이기 때문에 비리를 밝혀내기에는 상당한 어려움이 있다.
포항시 도시계획은 집행부와 이를 견제하는 시의원들의 독점 사업처럼 이뤄지는 모양새다. 도시 발전과 시민들의 삶의 질 향상은 뒤로하고 자기들끼리 서로 상부상조하면서 이권을 챙기고 편리를 봐주는 상생관계를 이어가고 있는 복마전이다.
나영조 대구/경북 기자 ilyo0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