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 1위 ‘삼척’ 안정적 전력, 2위 ‘포스코’ 쉽게 지지 않는 끈끈함 강점…3위 ‘서귀포’ 전력누수 아쉬움
삼척은 김채영 8단이 주장전에서 허서현 4단에 승리한 것을 시작으로 2, 3지명인 조혜연 8단, 김은선 6단이 모두 승리하며 정규리그 정상에 올랐다.
2위는 9승 5패의 포항 포스코퓨처엠이 차지했으며, 8승 6패의 서귀포칠십리와 7승 7패의 부광약품이 3위와 4위에 올라 상위 4개 팀에 부여되는 포스트시즌 진출권을 획득했다.
#랭킹 1~3위, 나란히 포스트시즌 탈락해 눈길
올해 여자바둑리그의 가장 큰 특징은 여자랭킹 1~3위 최정 9단, 김은지 7단, 오유진 9단을 포스트시즌 무대에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최정은 정규리그에 12회 출장해서 10승 2패의 성적을 거뒀지만 소속 팀 보령 머드가 3승 11패 최하위에 머물면서 일찌감치 포스트시즌과 멀어졌다.
보령 머드 김미리 감독은 신예 박소율과 고미소에게 최정의 도우미 역할을 기대했지만 박소율이 4승 10패, 고미소가 2승 9패에 그쳐 아쉬움을 남겼다.
김은지와 오유진도 최정의 스토리와 별반 다를 게 없다. 김은지는 11승 2패, 오유진은 8승 6패로 1지명으로서의 역할을 했지만 나머지 팀원들이 뒤를 받쳐주지 못하면서 국내 여자랭킹 1~3위가 모두 포스트시즌에 오르지 못하는 이변이 연출됐다.
김은지 7단이라는 예외적 케이스가 있긴 하나 신예들의 성장속도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익명을 원한 한 바둑 관계자는 “여자바둑리그는 몇 년 전부터 10~20대 초반 신예들과 30대 이상의 중견들이 치열하게 다투는 전장이었다. 지금까지는 관록을 앞세운 언니들이 순위를 주도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올해쯤이면 신예들도 경험이 붙어 한번 해볼 만하지 않은가 하는 예상이 많았는데 아직 아닌 것 같다”면서 “신예 기사들이 좀 더 분발하지 않으면 생각보다 세대교체는 늦어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다승 부문에서는 여수 세계섬박람회 주장 김은지가 11승을 올려 1위에 올랐다. 김은지는 최종 14라운드에서 다승왕을 놓고 경쟁을 벌였던 서귀포 칠십리의 조승아 6단에 승리하면서 첫 다승왕 등극에 성공했다.
김은지와 다승 경쟁을 벌인 조승아와 포스코퓨처엠 김경은은 최종전에서 패하며 나란히 10승 4패를 기록해, 10승 2패를 거둔 보령 머드 최정과 함께 공동 2위에 올랐다.
#부광약품, 중국 용병 우이밍 가세 확실시
정규리그 1~4위 팀이 출전하는 포스트시즌은 10월 25일 3위 서귀포 칠십리와 4위 서울 부광약품의 준플레이오프로 막이 오른다. 서귀포 칠십리는 무승부 또는 1승만 거둬도 플레이오프에 진출하지만, 부광약품은 2경기를 모두 잡아야 다음 라운드 진출이 가능하다.
준플레이오프는 순위로 보나 경기 규정으로 보나 3위 서귀포가 유리한 승부로 보이지만 전망은 그리 밝지 못하다. 서귀포는 1지명 조승아가 건재하지만 2지명 이민진 8단이 개인사정으로 중도에 팀을 이탈했고, ‘1지명급 3지명’이란 평을 들었던 김윤영 4단도 출산 관계로 빠져 전력누수가 심한 상태다. 뒤늦게 이서영 초단을 수혈하고 4지명 유주현 2단을 통해 전력 공백을 최소화하고 있지만, 중국 용병 우이밍 5단이 가세할 것이 확실시되는 부광약품을 상대로 승점을 따내기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바둑TV 해설의 백홍석 9단은 포스트시즌 전망을 묻는 질문에 “김채영 8단, 조혜연 9단, 김은선 6단, 김수진 6단으로 팀을 이룬 정규리그 1위 H2 DREAM 삼척의 전력이 안정적으로 보인다. 또 관록의 김혜민 9단과 돌풍의 김경은 4단, 박태희 3단의 정규리그 2위 포스코퓨처엠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 끈끈함을 갖췄다”고 말하면서 “허서현 4단, 정유진 3단, 김상인 3단에 용병 우이밍 5단의 가담이 확실시 되는 부광약품도 충분히 우승을 노려볼 수 있는 다크호스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준플레이오프 승리 팀은 2위 포항 포스코퓨처엠과 10월 28일부터 플레이오프에서 챔피언결정전 진출권을 놓고 대결한다. 플레이오프 승리 팀은 정규리그 우승팀 H2 DREAM 삼척과 우승컵을 다툰다. 플레이오프와 챔피언결정전은 모두 3전 2선승제다.
2015년 출범 이래 9번째 시즌인 2023 NH농협은행 한국여자바둑리그의 팀 상금은 우승 5500만 원, 준우승 3500만 원, 3위 2500만 원, 4위 1500만 원이다. 정규리그 매판 대국료는 승자 130만 원, 패자 40만 원이다.
유경춘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