엎치락뒤치락 ‘최종국’까지 간 신사와 숙녀 대결…지난해 이어 최정 9단과 맞상대, 또 조 9단 승리
조한승 9단은 지난해 제16기 지지옥션배 최종국에서도 최정 9단을 상대로 흑 반집승을 거두고 신사팀에 우승트로피를 안긴 바 있다. 이로써 신사팀은 통산 8차례 우승을 차지했다. 반면 숙녀팀은 2년 연속 신사팀에 우승을 내줬지만 통산 9차례 우승으로 미세하게 앞서있다.
법원경매 전문기업 지지옥션이 후원하는 지지옥션배 신사 대 숙녀 연승대항전은 남자기사(1983년 이전 출생)와 여자기사 각각 12명으로 팀을 이뤄 연승전으로 우승팀을 가리는 대회다.
2007년 바둑TV에서 기획했는데 지금까지 인기리에 진행될 정도로 대박을 터뜨렸다. 17년째 대회를 후원하고 있는 지지옥션의 강명주 회장은 “살면서 가장 잘한 일 중 하나가 지지옥션배를 개최한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애착을 보이는 대회다.
지난 6월 19일부터 시작된 본선대국에서 신사팀은 첫 주자 이정우 9단이 6연승을 거두며 초반부터 크게 앞서갔다. 이정우는 개막전에서 숙녀팀 김선빈을 꺾은 것을 시작으로 강다정, 조혜연, 오유진, 이나경, 김미리를 잇달아 물리치고 초반 흐름을 신사팀 쪽으로 가져왔다.
연승전은 초반 기세가 중요하다. 앞에서 많이 이길수록 뒤에 등장하는 선수들의 부담이 적어진다. 부담이 적으면 자신의 실력을 십분 발휘할 수 있다. 반대로 부담이 커지면 자신도 모르게 움츠러든다. 이번 여자 기사들이 그랬다. 특히 오유진 9단, 조혜연 9단 같은 맹장들의 조기 탈락은 숙녀팀에게 뼈아픈 대목이었다.
폭발적인 기세로 6연승을 달성한 이정우 9단은 “벌써 1년치 대국을 다 둔 것 같다”고 소감을 말했고 7국에서 김혜민 9단에게 막히면서 무대를 내려왔다.
숙녀팀은 이후 김채영 8단의 5연승으로 추격에 나섰지만 안조영 9단의 3연승으로 스코어는 다시 10-6으로 벌어졌다. 여자랭킹 2위로 급상승한 김은지 6단이 안조영의 연승을 끊었지만, 다시 백대현 9단에게 패하면서 흐름은 신사팀 쪽으로 넘어갔다.
하지만 숙녀팀에는 최후의 보루 최정 9단이 있었다. 백척간두 상황에서 등판한 최정은 백대현, 최명훈, 이창호 9단을 차례로 꺾으며 마침내 최종국까지 끌고 가는 데 성공한다.
최종국 상대는 전기 대회 최종국에서 반집패를 안긴 조한승 9단. 하지만 최정은 1년 만에 찾아온 설욕의 기회를 승리로 연결시키지 못하고, 2년 연속 최종국에서 무릎을 꿇는 아픔을 겪었다. 상대전적에서도 조한승 9단이 5승 3패로 우위를 지켰다.
2년 연속 우승으로 이끈 조한승 9단은 “초반은 괜찮다고 봤는데 중반 대마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생각지 못한 패싸움이 벌어지면서 조금 당했다고 봤다. 하지만 최정 9단이 작은 팻감을 쓴 것 같다”고 승부처를 짚었다. 계속해서 “이번엔 크게 기대하지 않았는데 승리하게 되어 기쁘고, 해가 갈수록 나이를 먹어가는 신사팀이 불리하다 보니까 많은 분들이 응원해 주신 덕분에 이길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승리 소감을 밝혔다.
제17기 지지옥션배 신사 대 숙녀 연승대항전의 우승상금은 1억 2000만 원. 3연승 시 200만 원의 연승상금이 지급되며, 이후 1승당 100만 원의 연승상금이 추가로 지급된다. 제한시간은 각자 20분에 1분 초읽기 5회씩이 주어졌다.
[승부처 돋보기] 최정의 후회
● 최정 9단 ○ 조한승 9단 226수끝, 백 불계승
#장면도(흑2가 패착)
조한승 9단의 인터뷰 중 “대마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뜻하지 않은 패가 나서 당했다는 느낌이 들었다”는 대목이 이 장면이다.
백1 때 흑2의 팻감이 최정 9단이 대국 후 제일 먼저 후회한 수. 이 바둑의 패착이 됐다. 백3으로 패를 해소하면 좌변 백의 사활이 승부가 되는데 이 백은 잡힐 돌이 아니었던 것.
#참고도1(아직 미세한 바둑)
장면도 흑2로는 본도 흑1로 끊어 패를 계속 이어갔어야 했다는 게 최정의 감상. 이에 대해 조한승은 백4로 보강해 사는 정도라고 했는데 이것이라면 아직 미세한 바둑이었다.
#참고도2(인공지능의 의견)
이 장면에서 인공지능(AI)의 의견은 약간 달랐다. 흑은 일단 1의 큰 곳을 막고 버텨야 한다는 것. 백 역시 큰 자리 2로 잇게 되는데 거기서 다시 흑3으로 패싸움을 재개하라는 주문. 이 그림 또한 5-5의 팽팽한 형세라고 한다.(백6…△)
유경춘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