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세에 입문해 12세에 프로행, 신동으로 불려…2021년엔 대만 내 8관왕 올라 최고 기재 입증
쉬하오훙은 8강전에서 박정환을 반집으로 꺾은 것을 시작으로 준결승전에서 강력한 금메달 후보 신진서를 물리친 데 이어 결승에선 모든 이들의 예상을 깨고 커제마저 꺾으면서 대망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작은 사과’라 불린 12세 천재소년
대만의 한 매체는 이번 항저우에서 대만이 거둬들인 19개의 금메달 중 쉬하오훙 9단의 금메달이 가장 극적이며 의미가 크다고 분석했다.
아시안게임 바둑에서 대만에 사상 첫 금메달을 안긴 쉬하오훙은 2001년생으로, 신진서 9단보다 한 살 어리다. 바둑은 네 살 때 형과 함께 배웠다. 대만의 대기업에서 과학기술부문 고위 임원으로 일하고 있는 부친 쉬건쉔은 “쉬하오훙이 바둑을 둘 때 나이답지 않게 집중했으며 전혀 어린아이 같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그의 탁월한 재능은 한국이나 중국에 비해 영재 층이 엷은 대만에서 일찍 두각을 나타냈다. 다른 학생들이 이제 막 계산을 시작할 때 이미 답을 생각해 냈으며, 선생님은 그의 천재성을 알아보고 6세 무렵 개별지도를 시작했다. 방학 때도 바둑 학원에 머물던 소년은 글자도 모르는 상태에서 바둑책을 스스로 찾아보며 바둑에 매달렸다.
생각에 잠기면 두 뺨이 빨갛게 물드는 것으로 유명한 그를 친구들은 ‘작은 사과’라고 불렀다. 신동으로 불리던 그는 불과 12세의 나이에 프로바둑 선수로 승격된다.
중학교 1학년 때, 그의 가족은 그가 스스로 공부하도록 결정했으며 바둑에 전념하도록 허락했다. 독립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었던 쉬하오훙은 대만 바둑의 전설 홍면기왕(紅面棋王) 저우쥔쉰 9단이 운영하는 ‘직업바둑 엘리트 팀’에 합격하게 된다.
쉬건쉔은 “쉬하오훙이 중학생이 된 다음부터는 홈스쿨을 신청하는 한편, 타이베이의 기원에서 공부를 병행했다. 6년간 매일 새벽 집을 나서 차로 통학할 정도로 의지가 강했다. 매일 10시간 넘게 바둑 공부를 하고 스스로 자기 관리를 잘했다”고 아들의 성장 모습을 회고했다.
#“대만 바둑 활성화 모두에게 좋은 일”
15세 때 쉬하오훙은 춘란배 세계바둑대회에 대만 대표 자격을 획득한다. 세계무대 공식 데뷔였지만 중국의 강호 구쯔하오 9단을 만나 24강에서 탈락한다. 하지만 대만 국내 무대에서는 본격적인 폭격 준비를 마친다.
2018년 십단전에서 왕위안쥔 9단을 꺾고 생애 첫 타이틀을 획득한 그는 2021년 대만 내 8관왕에 오르며 대만 최고의 기재임을 실력으로 입증했다. 현재 쉬하오훙은 대만에서 기왕, 천원, 연전배, 십단전, 속기쟁패전, 국수전 등 6관왕에 올라 있다.
쉬하오훙이 금메달을 획득하자 대만 대표팀 린제한 코치는 인터뷰에서 “누구도 쉬하오홍에게 기대하지 않았지만 한국과 중국의 강자들을 전부 물리치고 금메달을 획득해 대만 사람 모두가 감동했다”고 전했다.
또 대만 해봉기원의 린원보 이사장은 “해봉기원이 2013년 정식 오픈하고 바둑 정예팀, 신예팀을 결성해 매년 1000만 위안(약 19억 원)을 투입하면서 세계대회 우승자를 육성해야겠다고 도전한 지 벌써 10년이 됐다”면서 “2015년 쉬하오훙이 해봉기원 신예팀에 들어왔을 때 14세에 불과했는데 마침내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내 아주 감동적이다. 그는 대만을 대표할 뿐만 아니라 대만 바둑 10년 농사의 가장 큰 수확이다”며 기뻐했다.
금메달 획득 후 가진 인터뷰에서 쉬하오훙은 “정말 많은 것을 배웠고 나에 대한 자신감도 높아졌다. 대만을 대표해 획득한 금메달이라 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바둑에 관심을 가져주길 기대한다”고 소감을 말했다.
기대했던 개인전 금메달이 대만으로 넘어갔지만 국내에서는 쉬하오훙의 우승을 긍정적으로 보는 분위기다. 한 바둑 관계자는 웃으며 “중국에게 금메달을 넘겨준 것보다는 낫지 않느냐”면서 “최근 대만 바둑의 수준이 많이 올라왔다. 이러다간 농심신라면배도 한중일 외에 대만도 포함시켜야 되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하다. 쉬하오훙의 금메달을 계기로 대만 바둑 시장이 활성화되면 모두에게 좋은 일”이라며 반겼다.
유경춘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