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실표시기 중앙 설치 계약한 후 측면 설치 요구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광고회사 A 사가 공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지난달 27일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5일 밝혔다.
A 사는 2009년 모회사와 공사의 계약에 따라 16년간 객실과 역사 내 표시기를 이용한 광고사업권을 부여받았다. 그 대가로 사업에 필요한 각종 시설물을 설치·관리하며 광고료 250억원을 공사에 납부하기로 했다. A 사는 객실표시기를 천장 중앙에 설치하는 것을 전제로 시설 설치비와 광고 판매단가를 산출했다.
그러나 2014년 7월 도시철도법 시행령 개정에 따라 공사에 전동차 내 CCTV 설치가 의무화되면서 공사는 A 사에 객실표시기를 천장 중앙에 설치하면 CCTV 사각지대가 발생하기 때문에 측면설치를 요구했다.
A 사는 측면 설치는 불가하다고 했지만 합의가 되지 않자 공사를 상대로 2019년 3월 102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공사는 소송이 진행중이던 2021년 3월 A 사에 계약 해지 의사를 밝혔다.
1심과 2심은 공사의 배상 의무를 인정하지 않았고, 객실표시기를 중앙에 설치해 A 사가 광고 사업을 할 수 있도록 승인‧협조할 계약상 의무가 공사에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전동차 사업의 매출이익과 직결되는 광고 사업의 운영조건으로 이 사건 계약의 가장 본질적인 부분”이라며 “공사는 쌍방이 계약 당시 합의한 광고 사업의 운영조건을 계약기간 동안 유지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판단했다.
또한 “표시기를 중앙에 설치할 때 CCTV 설치가 불가능하다거나 사각지대가 발생한다고 단정하기 어려우며 도시철도법 개정 후 피고가 최근 도입한 신조 전동차 중에는 객실표시기가 중앙설치된 것이 있다”며 “도시철도법 개정으로 객실표시기의 중앙설치를 측면 설치로 변경할 수밖에 없는 불가피한 사정이 발생했다고 볼 수 없다”고 봤다.
이민주 기자 lij907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