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델 될래” 꾀어 100명 넘게 몹쓸짓
후쿠이는 패션 미용 동호회 이른바 ‘걸 서클’을 만들어 여중생 회원을 모집한 후 패션지 표지 모델이 되게 해주겠다는 대가로 잠자리를 가졌다. 일본 전국에서 이 동호회에 가입한 여중생만 8500명이기 때문에 실제 성적 피해를 당한 학생은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후쿠이가 수많은 여중생들을 꾀어낼 수 있던 배경으로는 이색 일본 문화 ‘갸루상(특이한 패션과 화장을 한 10대 소녀) 모델’ 붐이 거론되고 있다. 일본 네티즌들은 “희대의 로리콘(롤리타 콤플렉스) 사건이 일어났다”며 혀를 내두르고 있다. <주간사이조>를 중심으로 일본 역대 최대 로리콘 사건의 전말을 살폈다.
연예인이나 모델을 시켜준다는 미끼로 나이가 어린 소녀를 유혹하는 범죄는 일본도 흔하다. 하지만 이번 사건에서 놀랄 만한 건 전례가 없는 규모 때문이다. 지금까지 경찰 조사에서 드러난 피해 여중생만 적어도 100명이다. 여중생들은 콘돔도 하지 않은 채 후쿠이와 관계를 가졌으며 모델 알선료 명목으로 한 사람 당 20만 엔(약 280원) 정도 갈취당했다.
후쿠이에게 피해를 입은 여중생들은 모두 ‘헬로 DJ 후쿠이 프로젝트’란 걸 서클 회원이다. 걸 서클이란 패션, 헤어스타일, 미용 등에 흥미가 있는 10대 소녀들이 몇몇 혹은 몇 십 명이 모여서 만든 동호회를 통칭한 것이다. 회원이 되면 떼로 몰려다니면서 서로 패션 아이템이나 화장법에 관한 정보를 공유하는 등의 활동을 한다.
예쁘고 키가 큰 연예인, 모델 지망생들이 회원일 것 같지만 의외로 키도 별반 크지 않고 흔한 용모를 가진 소녀들 소위 ‘갸루상’ 회원이 대부분이다. 갸루상은 독특한 패션 감각과 화장술로 서양에서도 일본의 특이한 스트리트 문화의 상징으로 널리 알려졌다. 그을린 피부와 고데기로 강하게 컬링을 넣은 금발 염색 머리, 짙은 아이라인과 무거운 인조 속눈썹을 하고 노출이 심한 의상에 화려한 네일아트와 장신구를 치렁치렁 달고 다닌다. 요사이 일본에는 외모가 그다지 뛰어나지 않은 소녀가 갸루상 스타일로 갑자기 유명 모델이 되어 스타덤에 오르자 일명 ‘갸루상 모델’이 생겼다. 자연스레 갸루상들이 모이는 걸 서클이 주목을 받게 됐다.
13년 전 후쿠이는 ‘헬로 DJ 후쿠이 프로젝트’을 만들었는데 요즘 갸루상 모델이 부각되면서 회원이 우후죽순으로 늘었다 한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후쿠이가 올해 회원 1만 명을 무난히 채울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을 정도다.
‘헬로 DJ 후쿠이 프로젝트’는 걸 서클 중에서도 가장 회원 수가 많은데 대표 후쿠이가 발이 넓어 회원이 되면 금방 갸루상 모델이 될 수 있단 소문이 무성했다. 그러나 실제 ‘헬로 DJ 후쿠이 프로젝트’는 후쿠이가 자신의 로리타가 될 여중생들을 조달하던 모임일 뿐이었다.
회원 모집 수법은 단순했다. 후쿠이는 여중생들의 블로그를 무작위로 둘러보다가 사진을 보고서 마음에 들면 메일을 보냈다. 메일을 받은 여중생들이 안심하도록 발신자를 또래 여중생인 것처럼 속였다.
사냥감이 될 여중생이 나타나면 후쿠이는 만나서 보통 갸루상이 관심을 갖기 마련인 피부 태닝, 마사지, 네일아트를 공짜로 할 수 있다면서 회원 가입을 권유했다. 걸 서클은 피라미드 형태로 관리했는데 그야말로 가관이다. 회원은 1~5등급까지로 나뉘어 있는데 상위등급 회원은 하위등급 회원이 동호회 룰을 잘 지키는지 감시한다. 각 등급에 총괄, 부총괄이란 직책을 마련해 놓고 여중생 두 명을 뽑아 다른 여중생들을 단속하고 룰을 지키지 않으면 후쿠이에게 알리도록 했다. 규칙은 블로그 사진을 수시로 바꿀 것, 휴대폰 번호 등 연락처가 바뀌면 바로 알릴 것, 다른 동호회 가입금지 등이다.
상위 1, 2, 3등급은 얼굴이나 몸매가 예쁘거나 후쿠이가 섹스에 만족한 여중생들이 들어갔다. 1~3등급은 일본 최고 인기 걸그룹 AKB48의 알파벳을 한 자씩 따서 ‘A등급’, ‘K등급’, ‘B등급’이라 불렀다. 4등급은 ‘연습생’이라 불렀고 5등급은 ‘지부’라고 부르며 주로 신입회원을 넣었다.
<주간스파>에 의하면 밑바닥 5등급부터 시작해 단계적으로 하나씩 위로 올라가려면 섹스는 필수 코스였다고 한다. 게다가 돈도 내야 했다. 한 단계 상승할 때마다 후쿠이가 내키는 대로 요구하는 금액을 갖다 바쳐야 했다. 용돈이 넉넉지 않은 여중생들은 상위 등급이 되기 위해 심지어 캬바쿠라(유흥주점)에서 일하며 돈을 벌기도 했다.
상위 등급이 되면 패션지에 모델로 나갈 기회가 생겼다. 물론 패션지의 정식 모델은 아니고 기껏해야 유명하지 않은 패션지의 부록으로 주는 음악 CD 앨범 재킷에 얼굴이 실리는 정도다. 부록은 연간 한 차례씩 후쿠이가 자비를 털어 제작했다고 한다. 체포 직전까지 후쿠이는 그야말로 닥치는 대로 회원들과 관계를 맺었다. 일부 회원들 사이에서는 “후쿠이랑 관계를 가지면 무조건 성병을 옮는다”며 “1, 2등급은 후쿠이의 기쁨조”란 말이 나돌기도 했다.
결국 후쿠이는 한 회원의 고발로 경찰에 붙잡혔다. 후쿠이는 경찰조사에서 “원래부터 워낙 어린 소녀를 좋아했다”고 변명했다. 여중생들에게 빼앗은 돈은 그간 생활비로 다 썼다고 한다. 후쿠이를 신고한 여중생은 “갸루상 모델이 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매번 모텔에만 가자고 해 실망했다”고 밝혔다.
▲ 걸 서클 출신 유명 모델 고모리 준의 ‘민낯’과 화장 후 얼굴. 평범한 얼굴에서 섹시한 얼굴로 완전히 바뀌었다. |
갸루상 모델은 대체로 민낯은 딱히 미인이랄 수 없고 키와 몸무게는 150~160㎝, 37~43㎏로 작은 체격이다. 하지만 화장을 하고 옷을 차려 입으면 영 딴판이다. 한 문화평론가는 “패션감각과 화장술을 익혀 별 볼일 없는 용모와 집안환경에서 벗어나 성공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갸루상 모델이 일종의 롤 모델인 셈”이라 분석하고 있다.
조승미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