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와중에도…역시 삼성이냐’
삼성은 지난 2월 7일 ‘반 삼성 종합대책’ 발표 이후 약 4개월 만에 8000억 원 사회환원 절차를 마무리지었다. 일단 이건희장학재단이 원래 갖고 있던 4500억 원이 토양이 됐다. 그리고 올 초 사망한 이건희 회장 막내 딸 이윤형 씨가 소유했던 삼성 계열사 지분 일부와 이건희-이재용 부자의 삼성전자 지분 일부를 합해 3500억 원을 만들어 이건희장학재단에 기부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건희장학재단의 기금은 이전부터 조성돼 있던 것이고 고 이윤형 씨 유산이 약 2000억 원에 이르는 것을 감안하면 삼성이 이번에 새로 출연한 돈은 1500억~2000억 원에 불과하다는 비아냥거림도 들린다. 장학재단에 기부되는 금액이 증여세 대상에서 면제되고 재단 등기이사진 명부에 이재용 상무가 포함돼 있다는 점에서 ‘삼성이 면죄부도 얻고 경영권 보호를 위한 우호세력도 공식화하는 등 일석이조 카드를 들고나왔다’는 비판론도 시민단체 등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한편 1조 원 헌납을 약속한 현대차는 삼성보다 더 큰 부담을 안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액수도 더 큰 데다 이건희장학재단 기금이나 고 이윤형 씨 유산 같은 밑천이 없는 ‘생돈 1조 원’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삼성이 8000억 원 사회환원 작업을 부지런히 진행시킨 반면 현대차는 정몽구 회장 석방에 주력했던 나머지 1조 원 환원계획에 대한 구체적 청사진을 그리지 못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일단 정 회장 경영일선 복귀를 발판 삼아 흐트러진 그룹 내 분위기를 다잡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관계자도 “아직 구체적 계획은 없다”면서도 “약속한 것이니만큼 곧 계획이 마련될 것”이라고만 밝히고 있다. 일단 숨고르기부터 하자는 것이다.
이미 현대차 측이 정몽구-정의선 부자 승계방편으로 여겨진 계열사 글로비스 지분을 통한 기금 조성을 약속한 터라 후계 승계에도 적잖은 부담을 줄 전망이다. 이에 대해 현대차 관계자는 사견을 전제로 “검찰 수사도 다 받고 했으니 승계에 필요한 적정한 증여세를 내면 될 것”이라며 편법을 동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천우진 기자 wjch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