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행보’ 밖에까지 소문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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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 시중은행들이 해외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 반면 중앙은행의 수장인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사진)는 부정적인 평가를 받아 대조를 이루었다. |
국내 은행 중에서 올해 <더 뱅커> 세계 1000대 은행에 포함된 은행의 수는 지난해보다 1개 늘어나며 10개가 됐다. 반면 일본은 2개 은행이 1000대 은행에서 탈락했고, 홍콩과 인도네시아는 각 1개씩 감소했다. 필리핀의 경우 3개가 줄어들어 아시아 국가 중에서 1000대 은행 감소수가 가장 컸다.
상위권에 속하는 100대 은행에 우리나라는 지난해보다 3개가 증가한 5개 은행이 이름을 올렸다. 올해부터 조사대상에 포함된 산은지주가 세계 71위를 기록하며 우리나라 은행 중에서 순위가 가장 높았고, KB지주가 72위로 그 뒤를 바짝 쫓았다. 우리지주가 74위, 신한지주가 79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102위였던 농협은 올해 98위로 4계단 뛰어오르며 100대 은행에 포함됐다. 그 뒤로 하나지주(101위)와 기업은행(117위), 외환은행(154위), 부산은행(316위), 대구은행(354위)이 세계 1000대 은행 안에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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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1000대 은행 순위를 발표한 <더 뱅커>지. |
또 다른 금융전문지 <글로벌 파이낸스>(Global Finance)도 우리나라 은행 등 금융기관의 안정성이 높아진 것으로 평가했다. <글로벌 파이낸스>는 ‘2012년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은행-아시아 편’에 기업은행(12위)과 한국정책금융공사(13위) 두 곳을 포함시켰다. 지난해에 우리나라 금융기관은 단 한 곳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아시아에서 가장 안전한 은행 1위는 싱가포르 개발은행(DBS)이었고, 2위는 싱가포르 화교은행(OCBC), 3위는 싱가포르 대화은행(UOB)으로 1∼3위를 모두 싱가포르 은행들이 차지했다. 중국은 중국개발은행(4위)과 농업개발은행(5위) 2개, 타이완은 타이완은행(6위) 1개였다. 일본은 시즈오카은행(7위) 등 5개 은행이 이름을 올리며 7위부터 11위까지를 차지했다.
우리나라 은행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 흐름에 세계 3대 신용평가사인 무디스(Moody’s)도 합류했다. 무디스는 ‘한국 은행권의 장기차입금 비중 증가는 신용도에 긍정적’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한국 은행권의 취약성이 완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무디스는 “외화자금조달에 있어 시장성 자금에 대한 한국 은행들의 높은 의존도는 구조적인 문제점으로 작용해왔다”고 지적했다.
실제 우리나라 은행들의 외화단기차입차환율(만기가 다가온 대출금을 갚기 위해 새로 돈을 빌리는 비율)은 2011년 103.0%에 달했다. 1년 이내에 갚기로 하고 빌리는 돈의 비율이 늘어난다는 것은 그만큼 은행이 받는 자금 압박 강도가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해외 자금시장이 경색됐을 당시 국내 은행들이 만기 도래하는 외화 차입금을 상환하는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이 문제에 따른 취약점이 부각된 바 있다. 하지만 이러한 외화단기차입차환율은 2012년 7월에 90.4%로 낮아졌다.
반면 만기를 1년 이상으로 늘리는 외화장기차입차환율의 경우 2010년 118%에서 2011년 150.8%로 크게 늘어난데 이어 2012년 7월에는 151.2%로 더 증가했다. 무디스는 “장기차입 비중이 증가하면서 취약성이 부분적으로 완화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무디스는 또 한국 은행권의 외화자금조달원이 다변화되고 있는 점도 높게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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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고 있는 김중수 총재. |
경제규모가 큰 국가 중 C를 맞은 곳은 한국과 일본 두 나라뿐이었다. 최고등급인 A는 호주와 캐나다, 이스라엘, 말레이시아, 필리핀, 타이완 중앙은행 총재가 받았다.
김중수 총재 취임 전 한국은행 총재에 대한 평가는 상당히 좋았다. 전임 이성태 총재의 경우 2008년 B였으나 2009년에는 가장 높은 등급인 A를 받았다. 당시 A등급을 받은 이는 이성태 총재를 비롯해 7명뿐이었다. 김중수 총재는 평가가 시작된 2011년 C에 이어 2년 연속 C를 받았다.
이처럼 김중수 총재에 대한 평가가 나빠진 것에 대해 미국 경제전문 채널 CNBC는 한은이 시장과 소통이 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CNBC는 “한국의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해 12번의 회의 중 적어도 6번의 회의에서 시장의 기대와 다른 방향의 결정을 내렸다”며 “한은이 경제 상황이 아니라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인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김중수 총재가 조직을 개편하면서 소통능력 강화와 국민여론 수렴을 위한다며 커뮤니케이션국을 설립했는데, 단순히 새로운 부서를 하나 만드는 것보다는 성장 우선주의 기조를 가진 현 정부의 입김으로부터 한은을 자유로운 조직으로 만드는 것에 우선하지 않으면 임기 내내 낮은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준겸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