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지적 이후 바로 조치…구독료 환불 사실보단 고의성 여부가 중요
11월 3일 영등포경찰서는 이준석 전 대표 관련 진정서를 접수해 입건 전 조사에 착수했다. 이 전 대표 유튜브 채널 ‘여의도재건축 조합(여재조)’ 멤버십 구독료 모금이 정치자금법 위반이라는 게 진정서 취지다. 지난 10월 말 여재조에 멤버십 기능을 도입한 지 3시간 만에 약 2000명이 가입했다.
앞서 10월 30일 이준석 전 대표는 유튜브 유료 멤버십 도입 소식을 알렸다. 그는 SNS에 “지난 전당대회 과정에서 천아용인(천하람·허은아·김용태·이기인) 후보를 응원하시던 당원과 지지자 간 연락체계가 확립되지 않아 적시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지 못해 선거 과정에서 매우 어려웠다”며 “그래서 앞으로 실제 회원제로 여러 가지 오프라인 소통 등을 할 수 있고, 별도로 설문조사나 질의응답을 할 수 있는 유튜브 멤버십 기능을 이용해 보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행위는 위법 소지가 있다는 것이 선관위 판단이다. ‘정치자금법상 소셜미디어 수익활동 관련 기준 안내’에 따르면 정치 활동을 하는 사람이 정치 활동을 위해 개설·운영하는 유튜브, 팟캐스트 등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후원금을 받는 행위는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금지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슈퍼챗(유튜브), 별풍선(아프리카TV), 팝콘(팝콘TV), 쿠키(카카오TV), 캐시(팟빵), 스푼(스푼라디오), 자율구독료 등이 있다.
선관위는 외관상 운영 주체가 정치 활동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운영목적·방법·내부관계 등을 종합해 정치 활동을 하는 사람이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것으로 평가될 수 있는 소셜미디어의 수익 활동도 정치자금법 적용 대상이라고 규정했다.
여재조 콘텐츠는 이준석 전 대표와 천하람 국민의힘 순천갑 당협위원장, 이기인 경기도의원 활동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 셋이 함께하는 정책 토크쇼 ‘모델하우스’가 대표적이다. 이 밖에도 이들이 출연한 방송이나 라디오를 편집해서 올리고 있다. 여재조 운영 주체 또한 이 전 대표 최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11월 7일 선관위는 “이준석 전 대표의 유튜브 채널 멤버십 후원 모금이 정치자금법에 위반되는지를 검토한 결과 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보고 멤버십 운영 중지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고 언론에 밝혔다.
이준석 전 대표는 선관위 지적 이후 유료 멤버십을 모두 환불했다. 11월 9일 여재조는 “선관위에서 정치자금법 위반의 소지가 있으므로 멤버십 중지를 요청해 왔다. 이에 따라 법적인 문제와는 별개로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않도록 ‘멤버십 제도’는 중지하기로 결정했다”며 “여러분이 결제한 비용은 유튜브 내에서 자동으로 환불 처리될 예정”이라고 공지했다.
정치인들의 소셜미디어 수익활동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8월 경찰은 장예찬 국민의힘 최고위원 관련 진정서를 접수해 입건 전 조사에 착수했다. 장 위원이 개인 유튜브 ‘장예찬TV’ 라이브 방송 도중 슈퍼챗(후원금)을 받아 정치자금법을 위반했다는 내용이다. 장 최고위원은 슈퍼챗 후원에 대해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하거나, “이왕이면 (댓글을) 슈퍼챗으로 보내줬으면 좋았을 텐데” 등 독려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정치자금법상 장 최고위원은 ‘정당의 간부’에 해당해 정치자금법 적용 대상이다.
8월 21일 장 위원은 SNS에 “지난 2회의 라이브로 제가 얻은 슈퍼챗 수익이 19만 원”이라며 “공식 출마 선언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선거일 전 90일 같은 명확한 기준도 없이 애매모호한 규정을 적용하는 선관위에도 유감을 표명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들이 정치자금법으로 처벌받을 가능성에 대해선 낮다고 내다봤다. 이아영 법무법인 강남 변호사는 “선관위가 문제가 있어 계도를 했고, 이준석 대표 측에서 곧바로 이행했다.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형사적 정치자금법상 처벌을 받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본다”며 “선관위는 소셜미디어 수익활동 관련해서 가이드라인 형식으로 기준을 안내했고, 새로운 형태가 나올 때마다 해석도 하고 있다. 하지만 가이드라인에 따른 선관위 조치나 처벌에 대해서 다툼이 있어 판례로 갔을 때 정치 활동 사람의 범위, 정치 활동 비용으로 사용 여부 등이 어떻게 적용될지는 다른 문제인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선관위는 2019년 초 슈퍼챗을 받아 논란이 된 홍준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전 대표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에게 상반된 판단을 내리며 논란에 오른 바 있다. 홍 전 대표는 현역 정치인이라 정치자금법상 위법 소지가 있으나, 유 이사장은 전직 정치인이라 소셜미디어 수익 활동이 가능하다고 봤다.
양태정 법무법인 광야 변호사는 “멤버십 후원금을 받았다가 환불해 줬다고 문제가 사라지는 건 아니다. 고의성 여부가 중요하다. 이번 건은 불법 정치자금으로 알았다면 유튜브에 공개적으로 안 했을 테니까, 문제 되는지 몰랐다고 해명하면 고의성 없었다고 결론날 것으로 보인다”며 “정치자금법 위법성은 후원금 모집 행위 당시 상황, 정치인 지위, 후원금액 정도, 후원금 목적 등을 보고 판단한다. 방송 후원 정도가 아니라, 정치 활동을 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후원해달라고 했다면 정치자금법 위반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장예찬 최고위원과 이준석 전 대표는 지위를 고려했을 때 정치자금법 조사를 받긴 하겠지만, 선관위 지적 이후 바로 조치한 만큼 처벌을 받을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