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 앞두고 검찰 출신에서 법원 출신으로 변호인단 변경…전관들 기피 사건 수임료에도 관심
하지만 최근 마약 사건으로 재판을 앞둔 유아인(본명 엄홍식)은 정반대다. ‘이렇게만 하면 된다’는 것을 보여주기라도 하듯, 변호사 업계의 FM처럼 변호사 선임을 하고 있다. 경찰과 검찰 수사 때는 고검장 출신과 평검사 출신 변호사 2명을 낙점해 두 차례 구속영장을 기각시키더니, 재판에 넘어가서는 고등법원 부장판사 출신과 검찰 내 마약통으로 분류되는 전관 변호사를 각각 새로 보완했다. 변호사 비용만 상당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경찰·검찰 수사 때는 검찰 전관
경찰 수사 시작과 함께, 유아인은 인피니티 법률사무소의 변호사 3명을 선임했다. 변호사 시장에서 ‘마약 사건에 가장 특화됐다’고 볼 수 있는 변호사를 고른 셈이었다.
이 가운데 가장 이력이 화려한 인물은 박성진 변호사였다. 대검 마약과장과 서울중앙지검 강력부장을 역임한, 검찰 내에서 대표적인 마약 수사통이기 때문. 박성진 변호사는 2012~2013년 서울중앙지검 강력부장으로 근무하면서 이른바 ‘연예계 프로포폴 불법 투약 사건’ 수사를 주도했다.
당시 박성진 부장검사는 이승연 등 프로포폴을 불법 투약한 유명 여배우들을 불구속 기소하고, 서울 강남의 미용 시술 의사 두 명을 구속 기소했다. 당시 세상을 떠들썩했던 이 사건으로 프로포폴에 대한 사회적 문제가 제기됐고, 동시에 의사 처방에 따른 마약류 투약도 마약 범죄가 될 수 있다는 경각심이 확대됐다.
안효정, 차상우 변호사 등 함께 경찰과 검찰 수사에 대응했던 변호사들도 모두 검찰 출신으로, 형사 사건이나 특수 사건에 경험이 있는 이들이다. 유 씨가 마약 수사로 이름을 날린 검사 출신이나, 형사 사건 경험이 많은 전관 변호사를 내세워 경찰과 검찰 수사에 맞선 셈이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경찰과 검찰은 프로포폴을 비롯해 대마와 코카인, 케타민을 투약하고 증거 인멸 시도를 했다며 두 차례나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모두 기각됐다. 당시 변호인단은 재판부에 “과도하게 해석해 유아인에게 증거인멸 시도를 적용했고, 마약도 정확한 일자와 장소를 특정하지 못하고 투약했다고 주장한다”고 해명했다는데, 재판부는 변호인단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프로포폴이나 대마처럼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확실한 건에 대해서는 인정하되, 증거가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는 ‘다툼’을 주장해 법원을 설득한 것이다.
#재판 앞두고 바뀐 변호인단
두 차례 구속영장 기각 후 비판을 받은 검찰은 결국 유아인을 불구속 기소했다. 2020년 9월부터 2022년 3월까지 프로포폴을 비롯해 대마, 코카인, 케타민, 졸피뎀, 미다졸람, 알프라졸람 등 7종 이상의 마약류를 투약한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여기에 증거 인멸 지시 및 지인들에게 대마 흡연을 강요한 혐의도 추가 적발해 기소됐는데 혐의만 모두 8개에 달한다. 프로포폴 상습 투약, 타인 명의로 수면제 불법 처방 및 매수, 대마 흡연 및 교사, 증거인멸교사, 국민건강보험법 위반, 주민등록법 위반, 의료법 위반, 사기 등이다.
영장실질심사 때부터 프로포폴과 대마 흡연 외 다른 혐의들을 대부분 부인했던 유아인. 재판을 앞두고는 ‘판사 출신 변호사’를 변호인단에 낙점했다. 유아인 측은 11월 10일 기일 변경 신청서를 제출하면서 변호사 선임계를 추가로 제출했는데 법무법인 동진에 더해 법무법인 해광이 추가로 선임했다.
새롭게 선임된 유아인의 변호인단도 화려하다. 법무법인 해광은 최근 서초동에서 가장 주목받는 재판 전문 부티크 로펌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최근 가장 주목받는 로펌 중 하나인데, 이는 실력파 고등법원 부장판사 출신들이 대거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유아인은 고등법원 부장판사 출신으로 최근 서초동에서 ‘가장 잘나간다’는 최 아무개 변호사와 대검찰청 마약과장 출신 김 아무개 변호사 등 강력한 전관을 새로운 변호인단에 선임했다. 형사 사건 경험이 많은 판사 출신 변호사와 검찰의 재판 전력 및 흐름을 아우를 수 있는 검찰 출신 변호사를 선임해 본격적인 재판 대응에 나서는 셈이다.
이번 사건을 잘 아는 한 변호사는 “원래부터 유아인은 기소 전, 즉 검찰 수사 단계까지만 법무법인 인피니티와 함께 하기로 얘기가 이미 돼 있었고 그 후 재판에 넘어가면서 재판을 전담해 줄 변호사를 찾았다”며 “원래부터 인연이 조금 있던 법조인들을 통해 새롭게 선임을 한 것”이라고 귀띔했다.
기존 변호인단이었던 법무법인 인피니티가 사임을 하면서 재판은 한 차례 연기됐다. 법원은 불구속 기소된 유아인과 그의 지인 최 아무개 씨의 1차 공판기일을 11월 14일 열 계획이었으나 12월 12일로 첫 재판 일자를 변경했다. 변호인단이 교체돼 사건 검토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한 유아인 측의 기일 변경 신청을 받아들인 것이다.
#마약 사건에 ‘전관’들 뛰어든 까닭
마약 사건들은 ‘전관’들이 가장 꺼리는 사건들인데 왜 유아인 사건에는 거물들이 등장할까.
법조계에서는 ‘사건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다른 마약 사건들과 다르게 유아인이 혐의를 부인하며 다투는 여지가 많고, 투약범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마약 유통사범과 투약사범 가운데 ‘단순 투약’이기 때문에 죄질이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것이다. 또, 유아인 측이 지불할 수 있는 변호사 선임 비용이 상당했다는 얘기도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다.
검찰 출신인 한 변호사는 “상세하게 밝힐 수는 없지만 고검장 출신을 쓰면서 두 차례 영장이 기각을 이끌어냈다면 최소 억 단위의 비용이 지불됐을 것”이라며 “관련해 광고 위약금 등 얽힌 문제가 많다 보니 유아인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선택을 한 것 아니겠냐”고 평가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