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메가 서울’에 민주 ‘달빛철도 예타 면제’ 응수…표 얻는 데엔 효과적, 당선 후 이행률 낮아
#불붙은 공약 경쟁
10월 30일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경기도 김포한강차량기지에서 열린 ‘수도권 신도시 교통대책 마련 간담회’에서 “김포시가 시민의 의견을 모아서 절차를 진행하면 공식적으로 서울시에 편입하는 것을 당론으로 정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같은 당 소속 김병수 김포시장이 “김포시의 서울 편입을 검토해 달라”고 건의하자 내놓은 답변이었다. 파장은 컸다. 국민의힘 내부에선 ‘이슈메이킹에서 성공했다’는 호평이 쏟아졌다.
국민의힘은 11월 7일 ‘뉴시티 프로젝트 특별위원회(뉴시티 특위)’를 출범시키며 메가 서울 논의를 공식화했다. 위원장은 5선 중진 조경태 의원(부산 사하구을)이 맡았다. 11월 16일에는 김포 서울 편입 내용을 골자로 하는 ‘경기도와 서울특별시간 관할구역 변경에 관한 특별법률안’을 발의했다. 특별법에 따르면 2025년 1월 1일부터 김포시는 서울시 김포구가 된다.
민주당도 개발 공약 카드를 꺼냈다. 11월 16일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홍준표 대구 시장과의 회동에서 ‘달빛고속철도 건설 지원 특별법’에 예타 면제 조항을 넣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홍익표 원내대표는 “모든 길이 서울만 연결돼야 경제성이 있기 때문에 예타로 가면 어렵다”며 “지방의 거점도시들이 서로 협력하고 연계해서 시너지효과를 내는 이런 동서 간의 철도 연결이나 도로 연결이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달빛고속철도 특별법은 8월 22일 헌정사상 최다인 261명의 의원이 공동 발의한 법안이다. 달빛고속철도는 대구와 광주를 잇는 고속철도로, 두 지역의 숙원사업이다. 달빛이라는 이름은 대구·광주의 순우리말 명칭인 ‘달구벌’과 ‘빛고을’의 첫 글자를 땄다. 1999년부터 검토됐지만, 낮은 경제성을 이유로 국가철도망 계획에 반영되지 못했다. 그러다 2038년 ‘대구·광주 아시안게임’ 공동유치를 위해 정치권이 사업을 다시 추진하기 시작했다. 고속철도가 개통되면 광주에서 대구까지 1시간대로 이동할 수 있다.
관련 법안이 본회의에서 통과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예타 면제 여부 역시 결정되지 않았지만 민주당은 2024년 예산안에 관련 예산을 반영하겠다고 나섰다. 홍 원내대표는 11월 18일 광주광역시청에서 “정기 국회 안에 반드시 관련 법을 통과시키고 설계 용역 예산 일부라도 반영해 내년에는 이 사업이 본격화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한 법안의 예산을 미리 반영하겠다는 민주당을 향해 성급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11조 원대에 이르는 대형 토목사업을 예타 없이 추진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뒤를 잇는다. 기획재정부는 예타 면제에 대해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1기 신도시 재개발 '의견일치'?
1기 신도시 재개발을 위한 신도시 특별법도 추진력을 얻고 있다. 이 법안은 윤석열 대통령 공약이기도 하다. 국민의힘은 3월 1기 신도시 재개발 규제 완화 내용을 담은 ‘노후계획도시 정비를 위한 특별법’을 발의했지만, 법안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국토위) 문턱을 넘지 못했다.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윤 대통령은 11월 14일 국무회의에서 특별법의 연내 통과를 요청했다.
특별법에 따르면 택지 조성 20년이 지났고 100만㎡ 이상인 모든 지역이 재개발 대상이다. 특별법이 통과되면 이 지역은 ‘노후계획도시’로 지정된다. 재건축 관련 규제가 대폭 완화된다. 준공 30년 이상인 재건축 연한 이전에 정비 계획을 짤 수 있다. 일산, 분당, 평촌 등 1기 신도시와 서울 상계·중계, 목동, 개포·수서, 부산 해운대, 대전 둔산, 인천 연수 등 전국 약 50개 지역이 대상지가 된다.
민주당도 법안 통과에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당초 민주당은 특별법 통과에 미온적이었다. 부동산 시장에 혼란을 가져올 수 있고, 수도권과 특정 지역에 특혜를 줄 수 있다는 우려가 국토위 내부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11월 13일 민주당은 입장을 바꿨다. 이날 홍익표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앞장서 연내에 1기 신도시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도록 잘 챙기겠다”고 밝혔다.
더 나아가 11월 15일 민주당은 ‘도시재정비촉진법 개정안’도 연내에 통과시키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개정안은 지방 소도시 원도심의 재개발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민주당은 현재 50만㎡인 사업지 선정 최소 면적 조건을 10만㎡로 낮추고 도시정비사업, 소규모주택정비사업 등 기존 사업에 더해 도심융합특구 등 새로운 유형을 추가하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움직임을 두고 여야가 표를 의식해 개발 공약을 남발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참여연대는 11월 17일 논평에서 “지역구에 30년 이상 노후 재건축 단지가 있는 여야 의원들이 앞 다퉈 법안을 발의했다”며 “발의한 법안은 공통적으로 인·허가 절차 간소화, 안전진단 제도 규제 완화, 초과이익환수 완화, 토지 용도변경 및 용적률 상향 등 특혜 조항이 포함되어 있다”고 꼬집었다.
용적률이 상향되면 수도권 과밀현상이 더 심해질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강훈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생경제위원장은 “용적률 상승에 따라 재건축을 마구잡이로 하게 된다면 그 도시의 도시계획을 망칠 수 있다. 수도권 과밀화도 발생한다”며 “여러 시민단체와 지방에 사는 시민들이 수도권 과밀화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지역 간 불균형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이 위원장은 “(이러한 재개발 공약은) 뉴타운하고 취지가 비슷하다. 재건축이라는 것만 다를 뿐”이라며 “지역구 사정 때문에 (재건축 규제 완화를) 하고 싶어 하는 의원들이 국토위를 많이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앞서 2008년 총선 당시 한나라당(현 국민의힘)은 뉴타운 공약을 내세워 수도권 111개 지역구 중 81곳에서 승리한 바 있다. 이 위원장은 “일단은 여당에서 메가시티론으로 치고 나가니까 야당 쪽에서도 개발 공약이 필요하겠다고 판단한 것 같다”며 “여야가 책임성 없이 개발 공약을 더 남발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국민의힘과 민주당 관계자들은 개발 공약을 내지 않을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유권자들은 직접적인 이익이 되는 개발 공약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지난 21대 총선에서도 전체 6899개 공약 중 지역개발 공약은 1604개로 23%를 차지했다. 가장 큰 비중이다.
그러나 개발 공약의 이행률은 저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5월 더스쿠프가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의 ‘21대 지역구 국회의원 2년차 공약 이행 결과 분석 보고서(2022년 12월 발표)’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역구 의원 193명(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의 질의서에 회신한 의원)의 전체 공약 완료율은 26.95%였다. 저조한 실적이다. 더스쿠프는 이 중 대부분이 조성·건립·설치 등의 개발 공약이라고 설명했다. 개발 공약이 선거용 공수표로 전락한 셈이다.
민희 부산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공약은) 유권자에게 쉽게 전달하는 것이 선거 캠페인에서 중요하다”며 “그런 면에서는 (개발 공약이) 직관적이기 때문에 유권자에게 소구력이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현실성이 부족해도 유권자들이 개발 공약을 선호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개발 공약은) 계속 논의해야 하고 여러 측면에서 살펴봐야 한다. 고도의 주의력을 기울여 판단해야 하는 문제”라며 “이 때문에 짧은 선거운동 기간에 유권자가 (공약의 현실성을) 판단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강원 기자 2000w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