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죄 선고 시 과거 무죄 사건에도 재심 사유 발생…법원 휴정과 법관 인사 일정 앞둬 1심 선고 시기 주목
#위증교사 혐의 별도 심리
11월 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3부(김동현 부장판사)는 이재명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 첫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재판부는 “김진성 씨(김병량 전 성남시장 수행비서) 같은 경우 대장동 사건 등과 관련이 없고, 두 사건은 쟁점도 다르다”며 “사건 분량에 비춰서 따로 분리해서 심리해도 될 것 같다는 의견”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사건 심리를 급하게 진행하지 않고 통상적인 위증교사 사건처럼 심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12월 11일 2차 공판준비기일이 진행될 예정이다.
그동안 이 대표 측은 방어권 보장을 위해 위증교사 혐의를 △성남 FC 불법 후원금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 특혜 △백현동 개발 특혜 등의 사건과 병합 심리해달라고 요구해왔다. 반면 검찰은 대장동 등 사건과 병합한다면 재판이 지연된다며 별도 심리를 주장했다. 김진성 씨 측도 헌법에 보장된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침해돼선 안 된다며 병합에 반대했다.
앞서 9월 27일 유창훈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재명 대표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위증교사 혐의는 소명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명시했다. 구속 수사할 필요까지는 없지만, 법정에서 타인에게 거짓 증언을 하도록 한 혐의는 인정한 셈이다. 이후 10월 16일 검찰은 김진성 씨에게 위증 교사한 혐의로 이 대표를 불구속 기소했다.
위증교사 사건의 발단은 21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재명 대표는 2002년 최철호 KBS PD와 함께 ‘분당 백궁 정자지구 파크뷰 용도변경 및 특혜분양 사건’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김병량 성남시장에게 전화를 걸어 검사를 사칭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 대표는 2003년 7월 수원지법 성남지원에서 공무원자격사칭죄 등으로 벌금 150만 원을 선고받았고, 2004년 12월 대법원에서 판결이 확정됐다.
이재명 대표는 당시 재판부에 “지방선거를 앞둔 김병량 시장과 검사 사칭 관련 책임을 덜고 싶은 KBS 측이 이재명을 주범으로 몰기 위해 일종의 야합이 있었다. 김 시장이 최철호 등 KBS 취재진에게 이재명 가담 부분에 관해 허위진술을 하도록 사주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최철호 등 취재진 진술의 신빙성이 충분히 있다며 이 대표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로부터 14년 뒤 검사 사칭 사건이 지방선거 국면에서 재조명됐다. 이재명 대표는 2018년 5월 경기지사 후보 초청 방송 토론회에서 검사 사칭에 대해 “저는 검사를 사칭해 전화를 한 일이 없다. 피디가 한 거를 옆에서 인터뷰하고 있었다는 이유로 제가 도와준 걸로 누명을 썼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경기지사에 당선됐으나 2018년 12월 11일 공직선거법상 허위 사실 공표 혐의로 기소됐다.
2019년 5월 수원지법 성남지원은 이재명 대표의 검사 사칭 관련 발언에 대해 “구체적인 사실의 표현으로 볼 만한 단계가 되지 않았다”며 “개별적인 허위 사실의 주장 없이 누명을 썼다는 내용이 있는 표현을 확정판결에 대한 구체적 사실의 공표까지는 되지 못하고 피고인의 입장표명 내지는 평가 정도”라고 무죄 판결했다. 2020년 7월 대법원에서도 무죄 판결이 확정됐다.
그런데 이재명 대표가 검사 사칭 관련 재판 과정에서 김진성 씨에게 위증 교사를 했다는 것이 검찰 측 판단이다.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실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공소장에 따르면 이 대표는 2018년 12월 검찰 기소 이후 ‘백현동 로비스트’로 불리는 김인섭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를 통해 김진성 씨에게 법정에서 위증을 해줄 것을 부탁했다. 김 전 대표가 김 씨에게 이 대표의 부탁을 전달하며 검사 사칭 사건에 관해 알고 있는지 물어봤으나, 김 씨는 오래돼서 당시 사정이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공소장에 따르면 이재명 대표는 2018년 12월 22일 김진성 씨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혹시 내가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 싶어서. 시(김병량 측), KBS, PD 측이 이재명이가 한 걸로 하는 방향으로 정리를 했던 것으로 기억하고. 내가 타깃이었던 거. 이게 매우 정치적인, 또 배경이 있던 사건이었던 점들을 좀 얘기해주면 도움이 될 것 같아”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이에 김 씨는 “기억도 잘 안 납니다. 사실은 안 나는데 아무튼”이라며 필요한 부분이 무엇인지를 물었다.
그러자 이 대표는 “이 사건이 매우 정치적인 거래가 있는 그런 사건이었던 걸로 기억된다 정도, KBS 측하고 시청 측이 일종의 협의를 한 거, 그 부분을 좀 기억을 해주면 도움이 될 것 같아. (김병량과 KBS 측) 전부 다 이해관계가 일치돼서 나한테 덮어씌우면 도움이 되는 사건이었던 거예요. 이렇게 좀 전체적으로 한번 얘기를 해주면 크게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취지로 김 씨에게 구체적으로 증언을 요구했다고 적시됐다.
김 씨는 “어떤 취지로 그 저길 해야 되는지”를 다시 물었고, 이 대표는 김 씨에게 변론요지서를 텔레그램으로 보내주겠다고 했다. 이후 이 대표는 2018년 12월 24일 김 씨에게 재차 전화를 걸어 김병량 측이 최철호 PD에 대한 고소를 취하해주는 대신 KBS와 함께 이재명의 단독 범행으로 몰아간 것이라는 취지로 법정에서 증언해 줄 것을 요구했다. 이후 2019년 2월 김 씨는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관련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 대표 요구대로 증언했다.
정치권에선 이재명 대표 위증교사 사건이 이르면 내년 4월 총선 전에 1심 선고가 나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우선 사건 구조가 단순하고, 검찰이 이재명 대표와 김진성 씨 통화 녹취록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법원도 이 대표 구속영장 실질심사에서 혐의가 소명됐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대장동 사건 등과 별도 심리하기로 했다.
다만 재판부는 별도 심리 진행을 결정하면서도 “심리 경과에 따라 사건을 병합해 선고할지를 결정하겠다”고 부연했다. 대장동 사건 등과 병합해서 선고할 가능성을 열어 놓은 셈이다.
이에 대해 형사사건을 전문으로 하는 한 변호사는 “선고 병합 여부는 재판부 재량이 많이 들어가는 부분”이라면서도 “원칙적으로 심리를 분리해서 진행했다면, 특별한 일 없으면 선고도 별도로 하는 것이 원칙이다. 아무래도 정치적 부담 때문에 선고 병합 가능성 여지를 둔 것 같다. 이미 한 차례 병합 여부를 놓고 논란이 불거졌는데, 다시 병합하려고 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조직폭력배를 동원해 기자를 협박한 혐의 등으로 징역형이 확정된 오영호 전 경남 의령군수는 2022년 9월 한 조폭에게 위증을 교사한 혐의로 징역 8월을 선고받은 바 있다. 검찰이 오 전 군수를 기소한 지 4개월 만에 나온 1심 선고였다. 오 전 군수 사건은 조폭이 자백을 하면서 빠른 선고가 나왔다. 이재명 대표의 경우에도 김진성 씨가 위증을 자백한 상황이다.
11월 14일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서 “총선 전에 1심 나올 수밖에 없다”며 “왜냐하면 사건 자체가 너무 단순한 거다. 그러니까 이거는 녹취록이 있는 건데 (이재명 대표 측에서) 그걸 가지고 감정을 받아 달라 이러면서 계속 질질 끌 것”이라고 말했다.
총선 전에 이재명 대표가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는다면, 1심 결과만으로도 민주당 총선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형법상 위증(교사)죄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될 정도로 형량 자체가 가볍지 않다. 공직선거법상 국회의원은 일반 형사사건으로 집행유예 금고 이상의 형을 받으면 5년간 피선거권을 잃는다. 2023년 사법연감에 따르면 2022년 위증교사 1심 판결 441건 중 215건(48.7%)에서 징역형 집행유예 이상의 형이 선고됐다.
11월 14일 박성배 변호사는 YTN 뉴스라이브에서 “총선 전에 1심 선고 결과가 나온다면 정치적으로 이재명 대표에게 타격은 불가피하다”며 “더 문제는 위증교사 혐의가 유죄 확정판결이 이뤄지게 되면 이전에 이 대표가 공직선거법,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무죄 확정판결을 받은 사건에 재심 사유가 발생한다. 공직선거법 위반은 100만 원 이상의 벌금형만 확정돼도 의원직 내려놓아야 하고 피선거권도 5년간 정지된다. 즉 위증교사 혐의 자체로만 끝나는 사안이 아니라 그로 인한 여파가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으로도 미치게 된다면, 이 대표가 다음 대선, 그다음 대선에도 피선거권이 상실될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말했다.
친명계 좌장인 정성호 민주당 의원은 11월 15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총선 전 1심 결과가) 안 나온다고 본다. 결과가 나온다고 하더라도 저는 무죄가 나올 거라고 확신한다”며 “공판 준비 기일도 있고, 법원은 연말 연초에 재판이 없고 또 인사도 있다. 3월 20일 전후 해서 (총선) 후보 등록하게 되는데 그 안에 어떻게 재판을 할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이어 “구조는 단순하다고 얘기하지만, 검찰 증인 신문해야 될 것이고 또 변호인 측, 또 피고인 측 증인 신문을 해야 될 것이고 그렇다고 보면 (총선 전 1심 결과가 나오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11월 14일 김광삼 변호사는 MBC ‘뉴스외전 이슈+’에서 “사실 사건 내용마다 다르지만 이 정도 사건은 빠르면 3개월 적어도 5, 6개월 사이에는 끝날 수 있는 사건은 맞다”면서도 “이 사건이 곧 시작한다고 하더라도 공판 준비 기일을 거쳐야 한다. 그러면 또 한 달 정도 갈 수 있고. 또 법원은 12월 말과 1월 초에 휴정을 한다. 재판 일정이 없다. 2월에는 법관 인사가 있다”고 말하며 총선 전 1심 선고가 나오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