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추미애·송영길 존재감 커질수록 선거 악영향…세 사람 처한 입장 달라 연대 가능성엔 회의적 시선
2019년 광화문과 서초동에서 일어난 대규모 맞불 집회는 ‘조국 사태’로 인해 시작됐다. 조국 전 장관을 둘러싸고 여러 의혹이 제기됐고, 이를 겨눴던 윤석열 검찰총장은 문재인 정부와 대립각을 세웠다. 당시 문재인 정부 선봉장은 조국 전 장관 후임인 ‘추미애’였다. 그 후 윤석열 총장은 유력 잠룡으로 격상했고, 결국 대권까지 거머쥐었다.
조국 추미애 전 장관과 함께 ‘조추송’의 한 축을 이르고 있는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에 휩싸인 상태다. 총선을 앞둔 지금, 여의도에선 이들을 야권 원외 ‘빅3’로 꼽는다. 탄탄한 지지층을 갖고 있는 셋의 행보에 따라 야권 지형이 요동칠 수 있기 때문이다.
조 전 장관과 송 전 대표는 총선 출마 의사를 간접적으로 표현했다. 11월 6일 조 전 장관은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재판을 받고 있는데, 최대한 법률적으로 해명하고 소명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면서 “(법률적 소명이) 안 받아들여진다면 비법률적 방식으로 제 명예를 회복하는 길을 찾아야 하지 않나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총선 출마 뜻을 내비친 것으로 읽힌다.
송 전 대표는 2022년 1월 25일 일찌감치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한 바 있다. 당시 송 전 대표는 “586세대가 기득권이 됐다는 당내외 비판 목소리가 있다”면서 “선배가 된 우리는 이제 다시 광야로 나아가야 할 때”라고 했다. 청년 정치인들에게 길을 터주면서 당내에서 불거졌던 ‘586 용퇴론’에 힘을 싣는 불출마 선언이었다.
그러나 총선이 다가오자 송 전 대표는 총선 출마 가능성에 군불을 때는 모습이다. 11월 14일 송 전 대표는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 인터뷰를 통해 비례정당으로 출마할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송 전 대표는 “개혁적이면서 검찰 독재와 제대로 싸울 수 있는 그런 정당, 민주당을 견인할 수 있는 정당이 필요하다”면서 “선거제도가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로 가게 되면 전국구(비례대표)용 신당이 만들어질 수밖에 없는데, 저 역시 이것을 심각하게 고민 중”이라고 했다.
송 전 대표는 조 전 장관과의 연대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조 전 장관과 연대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송 전 대표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고민하고 있다”면서 “전국구 공간이 열리게 되면 조 전 장관도 뭔가 자기 명예회복을 위해 도모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정치권에선 송 전 대표가 조 전 장관에게 러브콜을 보낸 것이라는 해석을 내놨다.
11월 21일 송 전 대표는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반윤 연대 텐트’ 필요성을 강조했다. 송 전 대표는 “윤석열 검찰 독재에 맞서 선명하게 싸울 수 있는, 실제 싸우고 있는 분들을 중심으로 (신당을) 구상하고 있다”면서 “반윤 연대 텐트가 필요하다”고 했다. 조 전 장관과 연락 여부를 묻는 질문에 송 전 대표는 “간접적으로 소통하고 있다”고 했다.
조 전 장관은 이튿날 송 전 대표 발언을 반박했다. 11월 22일 조 전 장관은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특정인에게 신당 실무 작업을 맡긴 적도 없다”면서 “윤석열 정권을 심판하기 위해서는 무엇이든 하겠다는 마음으로 ‘길 없는 길’을 걸어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송 전 대표가 띄운 ‘반윤 연대 텐트’ 대신 ‘길 없는 길’을 걷겠다는 선언으로 풀이된다.
잠잠하던 추 전 장관도 지역구 출마 가능성이 끊이지 않는다. 11월 6일 추 전 장관은 조승현 정치미래연구소장 출판기념회에서 “항상 뒤늦게 ‘추미애가 옳았다’고 후회하시는데 애초에 후회할 일을 안 만들어야 한다”고 말하면서 총선 출마설에 불을 지폈다.
정치권에선 ‘조추송 연대’ 가능성에 주목한다. 윤석열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는 ‘이슈 메이커’들이 한데 모여 반윤 텐트를 구성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민주당 내부에선 ‘조추송 연대’ 혹은 이들을 중심으로 제기되는 신당 창당에 긴장하는 기류가 존재한다. 외연 확장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이른바 ‘조추송 리스크’다.
박수현 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11월 13일 YTN 뉴스큐에 출연해 “민주당 정치적 지형이 불리한 지역 정치인은 중앙이나 당에서 잡음이 일어나면 가슴이 조마조마하다”면서 “전체적인 민주당 평균 당원들 입장에서 당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발언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고, 진보 진영 전체에 크게 누가 되지 않는 지혜를 발휘해주실 거라 믿는다”고 했다. ‘조추송’ 3인에게 일종의 자제를 부탁하는 메시지로 분석된다.
다만,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조추송 연대’와 더 큰 연대를 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겼다. 홍 원내대표는 11월 13일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 인터뷰에서 “개인의 판단에 대해 뭐라 말씀드릴 수는 없다”면서도 “큰 틀에서 민주 진영, 범야권이 어떻게 가는 게 좋을지에 대해 같이 고민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정가에선 ‘조추송 연대’ 실현 가능성을 낮게 보는 분석도 적지 않다. 한 야권 원외 인사는 “조국 추미애 송영길이 서로 연대하거나 얘기를 나누는 관계는 전혀 아니”라면서 “각자 처한 입장과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그런 부분들을 하나로 모을 트리거가 생기지 않는다면, 조추송 연대는 이뤄질 가능성이 현저히 낮다”고 했다.
이 인사는 “송영길 전 대표의 경우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지속한다면, 비례정당을 만들 가능성이 있다”면서 “조국 전 장관은 여러 루트를 통해 신당 창당 제안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했다. 그는 “이 둘의 공통점은 추 전 장관과 관계가 썩 좋지 않다는 점”이라면서 이렇게 설명했다.
“조국 추미애 송영길 사이는 꼬리의 꼬리를 물고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입장이다. 조 전 장관은 후임자인 추 전 장관으로 인해 본인 리스크가 더 커진 데에 대한 불만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추 전 장관은 추 전 장관대로 조 전 장관에 지원사격을 해줬는데, 그걸 몰라준다는 기류가 있다. 송 전 대표는 조 전 장관의 각종 의혹 등을 이해하기 어려워하는 측면이 있다. 송 전 대표와 추 전 장관은 사이가 그렇게 좋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또 다른 야권 관계자는 “‘조추송 연대’가 실현되기 위해선 셋이 뭉칠 구심점이 있어야 한다”면서 “모두 개성이 강한 스타일이라, 연대까지 가는 길에 교통정리가 쉽진 않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그는 “연말까지 다양한 시나리오가 얽히고설키면서 어떤 결론이 도출될지에 관심이 높아지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조국 추미애 송영길 모두 윤석열 검찰총장 혹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반사이익을 줬던 인물들”이라면서 “이들이 총선을 출마하거나 신당을 창당하게 되면 민주당 지지세 결집력이 약화해 여권이 반사이익을 받을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내부에선 ‘위성정당 방지법’을 당론으로 추진하자는 목소리가 높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존립과 더불어 거대양당이 위성정당 꼼수를 통해 비례대표 의원 수를 늘리는 케이스를 예방하자는 취지다. 11월 22일 이탄희 민주당 의원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11월 21일 위성정당 방지법 긴급토론회를 통해 민주당 의원 53명 마음을 모았다”면서 위성정당 방지법 당론 추진을 재차 촉구했다.
위성정당 방지법이 본격화할 경우 원외 비례정당 창당엔 추진력이 더해질 전망이다. 일부 민주당 의원들이 위성정당 방지법 당론 추진 메시지를 낸 것을 놓고도 원외 비례정당 창당을 추진하는 거물급 행보들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정치평론가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위성정당 방지법은 지역구 혹은 비례대표에만 후보를 내지 못하도록 강제하는 법”이라고 했다. 채 교수는 “비례대표에만 후보를 내든 지역구도 후보를 내든 그것은 정당의 자유”라면서 “이런 부분을 강제하는 법안은 위헌적 요소를 포함할 뿐 아니라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허점을 인정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채 교수는 “위성정당이 난립하게 된 근본적 원인은 선거제도 개편에 있어 여야 합의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면서 “결국 다음 총선에서도 병립형 비례대표제로 회귀를 하든 다시 위성정당이 난립하든 둘 중 하나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조국 신당이나 송영길 신당, ‘조추송 연대’ 같은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결국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허점을 이용해 횡재를 노리는 일환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