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 ‘합의된 촬영’ 강조하며 피해자 신상 일부 공개…이은의 변호사 “영상 유포 의심…피해자 또 있다”
축구 국가대표팀 황의조 선수 불법 촬영 혐의 피해자 법률대리인 이은의 변호사가 한 말이다. 2023년 6월 소셜미디어(SNS)에 성관계 영상이 올라오면서 시작된 국가대표 축구선수 황의조 사건이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이에 황의조가 유포자를 명예훼손, 협박 등 혐의로 수사해 달라며 경찰에 고소했다. 그런데 경찰 조사 과정에서 유포된 영상이 동의하지 않은 촬영이었다는 혐의가 발견되면서 11월 20일 경찰은 황의조를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했다고 밝혔다.
이 사건을 두고 황의조와 유포 피해자 A 씨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11월 20일 황의조 측 법률대리를 맡은 법무법인 대환은 입장문을 내고 “해당 영상에는 과거 황의조 선수와 교제했던 여성의 모습이 담겨있으나 당시 연인 사이의 합의된 영상”이라고 밝혔다. 황의조 측은 “황의조는 해당 영상을 현재는 소지하고 있지도 않고, 유출한 사실도 없다”며 “당초 이 사건은 황의조도 영상 유출의 피해자로서 시작됐다. 황의조는 과거 연인에 대해 깊은 유감과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덧붙였다.
황의조가 ‘합의된 영상’이라는 점을 강조하자 피해자 측에서는 즉각 반박이 나왔다. 21일 피해자 측 이 변호사는 입장문을 통해 “피해자가 과거 잠시 황 선수와 교제한 적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 당시나 그 후로나 여타 민감한 영상 촬영에 동의한 바 없고, 계속해 삭제를 요청했다”면서 “당초 황 선수가 불법 촬영을 하지 않았다면, 그리고 불법 촬영한 영상이 유포되기 전에 삭제했다면 피해자가 불법 촬영으로 상처 입고 유포로 두 번, 세 번 인격을 난도질당할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변호사는 “2023년 6월 황의조가 피해자에게 연락을 해와 유포자를 빨리 잡기 위해 고소해달라고 요청했다”면서 “피해자로서는 당혹스럽기 그지없었지만 유포자를 잡지 못하면 추가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고 고심 끝에 유포자도, 황 선수도 정식으로 고소했다”고 전했다.
22일 논란의 ‘2차 가해’ 입장문이 나온다. 이날 황의조 측 법무법인 대환은 “촬영에 사용한 영상 장치는 황의조가 사용하던 일반 휴대전화였으며, 굳이 숨길 필요도 없이 잘 보이는 곳에 놓고 촬영했고, 여성도 이를 인지하고 응했다”는 내용의 추가 입장문을 발표했다. 여기에 황의조 측은 “상대 여성은 방송활동을 하는 공인이고 결혼까지 한 신분이라 최대한 여성의 신원이 노출되는 것을 막으려 공식적 대응을 자제했다”고 덧붙였다.
이 입장문을 두고 굳이 공개하지 않아도 되는 피해자 여성의 신상을 공개했다는 논란이 나오기 시작했다. 서초동에서 근무하는 B 변호사는 “굳이 공개하지 않아도 되는 피해자 신상을 일부 공개한 건, 이 사건이 커지면 피해자 신상이 공개될 수도 있다는 의미가 담겨 있을 수도 있다”면서 “피해 당사자로서는 신상을 유추할 수 있는 그 정도 단어만 나와도 움찔할 수밖에 없다. 법무법인 측에서 경솔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에 이 변호사는 23일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기자간담회 자리는 국가대표 축구선수이자 인기 공격수인 황의조 논란을 취재하기 위해 온 취재진으로 발 디딜 틈 없이 꽉 차 있었다. 이 자리에서 이 변호사는 전날 황의조 입장문은 ‘셀프 유죄 인증’이라고 공격했다.
이 변호사는 “피해자는 가해자가 영상을 찍을 것이라 늘 예의주시하고 휴대전화를 어딘가에 두면 촬영 중인지 알아야 하느냐”면서 “황의조 측이 ‘휴대전화를 잘 보이는 곳에 놓고 촬영했고 상대 여성도 이를 인지하고 관계에 응했다’는 주장은 피해자 동의를 구하지 않았음을 스스로 인정하는 ‘셀프 유죄 인증’이다”라고 지적했다.
이날 이 변호사는 2023년 6월 영상 유출 뒤 황의조와 피해자가 주고받은 카카오톡 메신저 내용과 통화 녹취록도 일부 공개했다. 피해자와 나눈 통화 내용에는 “내가 싫다고 분명 이야기를 했고 그날도 그렇게 얘기했었어”, “내가 보여달라고 하고 분명히 지워달라고 했었다. 그런데 그게 왜 아직도 있었냐”고 물었다. 황의조는 “그때 건 다 지웠다. 그다음에 찍은 거다”라고 설명했다. 황의조는 “나도 계속 힘들었고, 일단 능력 있는 변호사를 선임했다. 지금 피해 안 가게 엄청나게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2023년 6월 27일 카카오톡 대화 내용에는 황의조가 “노력 많이 하고 있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고 진짜 피해 안 가게 하겠다”면서 “불법으로 촬영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소유하고 있던 걸 도난당한 건 내 부주의다. 한 번 더 변호사에게 얘기 잘하겠다.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이에 피해자는 “내 인생이고 내 전부다. 제발 부탁한다”고 했고 황의조는 “응 나도 너보다 더 중요하다”고 하자 피해자는 “난 진짜 너 원망한다. 너 알게 해준 사람도 원망할 거다”는 대화가 오갔다.
이 변호사는 대화 내용을 두고 “황의조가 굳이 ‘불법으로 촬영한 건 아니지만’이라고 강조했는데, 황의조가 변호사 선임 후 조언받아 수습하기 위해 말한 내용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황의조가 이 말을 했다고 불법 촬영이 아니라는 증거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 변호사는 이번 자료 공개까지 가게 된 이유는 황의조 측의 ‘2차 가해 입장문’이라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신상 일부를 공개한 황의조 측 입장문이 발표되면서 피해자가 힘들어하고 고통을 호소했다”면서 “추가로 황의조 측을 고소하거나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가해자의 2차 가해는 심각한 법 위반 행위로 재판에서 양형으로 반영된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신상정보를 공개한 황의조 측 법무법인의 제재를 위해 “대한변호사협회도 나서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 변호사는 황의조의 불법 촬영뿐만 아니라 유포 등 추가 성범죄 혐의 의혹도 제기했다. 이 변호사는 “황의조 형수로 알려진 유포 피의자 영장실질심사에 내가 피해자 측 변호사 자격으로 참석했다. 그때 유포자가 ‘황의조가 지인들과 불법 촬영물을 공유했다’는 취지 발언을 했고, 그 외에 추가 범죄행위 가능성도 언급했다. 상당히 합리적으로 의심할 만한 발언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이 사건 유죄 입증이 전혀 어렵지 않다고 생각한다. 아직 공개할 필요가 없어 드러내지 않은 카드가 많다”고 설명했다.
현재 이 변호사를 선임한 피해자 외에도 추가 피해자가 있다는 사실도 기자간담회 과정에서 공개됐다. 이 변호사는 “만약 유포자 주장대로 피해자 영상을 공유했다는 말이 사실이라면 이는 피해자에게 치명적인 범죄 피해가 더 있다는 의미가 된다. 또한 다른 피해자들도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라면서 “최소한 피해자는 한 명이 더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참고로 그 피해자는 황의조 부탁으로 유포자에 대해 처벌불원서를 냈다. 유포된 영상이 전부 피해자 것이 아님을 밝히기 위함이며 이는 객관적으로 확인된 사실”이라고 전했다.
이 변호사는 “황의조가 누구에게 불법 촬영 영상을 공유했는지 짐작 가는 바가 있다. 황의조 유포 혐의에 대해 경찰 수사가 더디면 추가로 이 부분도 추가 증거를 공개할 생각도 있다”고 말했다.
만약 황의조가 자신의 형수 말처럼 불법 영상을 전달한 게 사실이라면 일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불법 영상을 전달했을 경우 유포한 유포자 외에도 저장, 시청했을 때도 처벌되기 때문이다. 앞서 서초동 B 변호사는 “2020년 개정된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제14조 제4항에 의해 불법 촬영물 또는 복제물을 소지, 구입, 저장 또는 시청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의 처벌을 받게 된다”면서 “황의조 말대로 촬영에 합의했더라도, 유포에 동의를 얻지 않았기 때문에 불법 촬영물이다”라고 말했다.
황의조가 만약 유포한 대상이 또 다른 국가대표 축구선수거나 축구계 인사일 경우 사건 파장이 더욱 확산할 가능성도 있는 셈이다. 기자간담회에서 유포 피해자 측 이은의 변호사가 “황의조 휴대전화가 소위 ‘정준영의 황금폰’이 될 수도 있다”고 한 말도, 이 같은 맥락에서 나왔을 수 있다.
B 변호사는 “피해자 측 의사는 모르지만 지금 나온 내용만을 봤을 때는 황의조가 합의에 나서는 게 최선으로 보인다. 이 사안은 친고죄나 반의사불벌죄에 해당하지 않아 수사는 계속되지만, 최소한 형량을 크게 낮출 수 있어 보이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변호사는 ‘피해자가 황의조가 처벌되길 강력히 원한다’고 밝혔고, 황의조 측도 혐의를 강력 부인하고 있어 합의에 이르기는 지금으로서는 쉽지 않아 보인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