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압으로 지불한 견적비 돌려달라 도움 요청…시 “법적 근거 없다” 외면에 결국 보험회사가 되찾아줘
최근 거제시민 이 아무개 씨는 교통사고 후 거제시 연초면에 소재한 S 정비업체에 사고 차량을 입고했다. 이후 해당 업체로부터 수리비 480만 원의 10%에 해당하는 견적비용을 주지 않으면 사고 차량을 내주지 못한다는 얘기를 듣고는 마지못해 30만 원을 지불하고 차량을 찾았다.
이 씨는 갑작스런 사고로 인해 운행이 불가능한 차량을 보험회사인 현대해상 렉카서비스 요원의 설명으로 해당 업체에 입고한 것이 화근이었다. 이 업체는 입고 되자마자 차주의 허락 없이 차량을 무단으로 탈거한 후 정비 견적서를 작성했으며, 견적비용이 있다는 사실도 고지하지 않았다.
이 씨는 억울함에 거제시 교통행정과를 찾았다. 부당함을 알리고 이를 바로 잡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이 씨는 어떠한 행정적인 도움도 받지 못하고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S 정비업체 측은 이에 대해 “법적으로 견적비용을 10% 받을 수 있다. 그리고 수리를 하라고 해서 견적을 낸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차주 이 씨는 정비에 관해 어떠한 내용도 허락하거나 고지받은 사실이 없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자동차관리법상 자동차를 정비할 경우 차주에게 발생하는 모든 사후관리에 대해 고지를 할 의무가 정비업체에 있다. 고지하지 않을 시에는 법률에 의해 1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받는 범죄행위가 된다.
경남자동차정비사업조합 관계자는 “견적비용을 청구할 수는 있지만 고지하지 않으면 받지 못한다”며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가 있어 견적비용을 10%로 따로 정한 것은 없다”고 밝혔다.
거제시에서 정비업체를 운영하는 A 씨는 “법적으로 고지하지 않으면 받지 못하는 것이 견적비용”이라며 “아직도 상혼에 눈이 멀어 소비자를 기만하는 일부 정비업체의 행위는 모든 정비업계의 수치”라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도 거제시 교통행정과 담당자는 “법적으로 도와줄 수 있는 길이 없다”고 밝혔다. 기자가 “자동차관리법에 규정돼 있다”고 말해도 “법적 근거가 없다”고 계속 주장했다. 이에 법적 근거를 제시하자 “상급부서에 질의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이후 문제 해결은 행정기관이 아닌 보험회사의 몫이었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관련 소식을 접한 후 업체가 불법적으로 취득한 금전을 돌려받을 수 있도록 이 씨를 도와줬다. 교통 관련 기관들은 다 아는 사실을 거제시만 모르고 있고 알려고도 하지 않은 것을 결국 보험회사가 푼 셈이다.
익명을 요구한 거제지역 시민단체 관계자 B 씨는 “시민은 행정 절차 및 법률 부분에 있어 잘 모른다. 그러하기에 공직자는 시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으로 법을 집행한다. 공직자들의 노고가 시민을 불법으로부터 보호해 주기에 시민들은 안전하게 생업에 종사할 수 있다”며 “시민으로부터 권력을 이양받은 공직자가 편파적인 행정집행을 하거나 갑질을 한다면 이는 고스란히 시민들의 피해로 다가오기에 그 임무가 막중하다”고 전했다.
정민규 부산/경남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