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전 우려’ 김민재 챔스 경기 제외로 꿀맛 휴식…이재성·황희찬은 좋은 흐름 보여
#기세 꺾인 토트넘, '캡틴 손'의 해답은
손흥민이 새롭게 주장을 맡은 토트넘 홋스퍼는 시즌 초반 거칠 것이 없어 보였다. 리그 10라운드를 치르기까지 단 1패도 기록하지 않으며 선두를 질주했다. 그 사이 손흥민도 8골을 기록하며 득점랭킹 상위권에서 경쟁을 이어갔다.
하지만 10라운드 이후 상황이 급변했다. 팀 내 핵심 자원인 제임스 매디슨(잉글랜드), 미키 반 더 벤(네덜란드) 등이 연이어 부상으로 쓰러졌다. 크리스티안 로메로(아르헨티나)까지 출장 정지 징계를 받았다. 최근 경기였던 아스톤빌라전에서 부상, 징계로 기용하지 못하는 선수가 10명이 넘었다.
토트넘은 11라운드부터 치러진 리그 3경기에서 내리 3연패를 당했다. 리그 순위도 5위까지 떨어졌다. 4위권 진입이 목표인 토트넘으로선 분위기 반전이 급선무다.
팀이 하락세를 걷는 사이 손흥민의 득점행진도 멈췄다. 이번 시즌 익숙한 포지션인 측면 공격수가 아닌 최전방에서 대부분 경기를 소화하고 있다. 이적생이지만 적응 기간 없이 좋은 호흡을 보이는 매디슨과 함께 상대 수비를 공략해 나갔으나 그의 이탈 이후 힘이 빠진 듯한 모습이다.
결국 토트넘 상황은 손흥민이 해결해줘야 한다. 공격진의 부상자들은 복귀까지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손흥민으로선 부담이 크겠으나 토트넘은 그의 공격 포인트가 절실하다. 다행스러운 점은 손흥민의 컨디션이 나쁘지 않다는 것이다. 지난 11월 A매치 기간 2경기에서 3골을 기록했다. 리그 13라운드 아스톤빌라전에서도 세 차례 골망을 흔들었다. 손흥민 본인 또는 마지막 패스를 건넨 동료가 오프사이드에 걸려 골로 인정받지는 못했다.
한 달간 7경기가 열리는 12월, 토트넘으로선 중요한 기간이 될 전망이다. 경기 일정이 빡빡하게 몰려 있을 뿐 아니라 1월에는 주요 선수들의 이탈이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손흥민은 아시안컵, 주전 미드필더인 파페 사르(세네갈)와 이브 비수마(코트디부아르)가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에 참가한다. 이들은 모두 시즌 초반 고공행진의 주역이었다. 토트넘은 이들이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을 1월이 되기 전 승점을 쌓아 두어야 한다.
#혼란 지속되는 PSG
이강인 소속팀 파리 생제르맹(PSG)은 혼란함을 겪고 있다. 시즌 개막 이전부터 파리는 어수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프리시즌 때는 에이스 킬리앙 음바페(프랑스)가 이적 문제로 2군에 소속됐다. 이강인 포함 선수단이 방한 경기를 가질 당시 그는 동행하지 않았다. 리그 개막 이후에야 1군 선수단에 합류해 경기를 이어갔다.
파리는 이번 시즌 선수단이 대거 물갈이됐다. 네이마르(브라질),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 세르히오 라모스(스페인), 마르코 베라티(이탈리아) 등 상당수 스타들이 팀을 떠났다. 이들의 공백을 메우는 데 3억 4900만 유로(약 4938억 원)를 투자했다. 이강인의 몸값(2200만 유로, 약 311억 원)을 넘는 영입생만 6명이었다.
파리는 다양한 조합을 두고 벌이는 '실험'을 지속하고 있다. 시즌 초반 3명의 미드필더를 기용하던 루이스 엔리케 감독은 최근 미드필드 숫자를 줄이는 대신 공격수 숫자를 늘리는 전술로 재미를 봤다. 하지만 이는 최근 떠오르는 신성이자 핵심 자원으로 자리 잡고 있던 워렌 자이르-에메리(프랑스)가 부상을 입으며 다시 달라지는 모양새다. 문제는 변화 이유가 기대만큼의 경기력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강인이 활약하는 포지션도 변화무쌍하다. 리그 개막 이후 첫 두 경기에서 양 측면을 한 차례씩 오갔다. 이후 부상과 아시안게임 차출로 스쿼드를 1개월 이상 비웠다. 이강인이 복귀한 파리는 이전까지 4-3-3 포메이션을 사용하다 4-2-4에 가까운 전술로 바뀌었다. 이 체제에서도 이강인은 좌우를 바꿔가며 경기에 나서고 있다. 경기 중에도 선수 교체에 따라 그의 포지션은 달라진다.
부상, 대표팀 차출울 제외하고 이강인은 매 경기에 최소한 교체 출전이라도 해왔다. 하지만 지난 11월 24일 열린 AS 모나코와 리그 경기에선 파리 이적 이후 최초로 벤치에 앉았다. 자이르-에메리의 부상으로 감독이 다시 한 번 전술에 변화를 준 경기였다. 이강인의 입지에 변화가 감지되는 순간이었다. 이강인은 이후 열린 챔피언스리그 경기에서 82분을 소화, 주전 경쟁에 대한 우려를 어느 정도 씻어냈으나 팀의 답답한 경기력까지 뒤집진 못했다. 당분간은 이강인과 파리 구단 모두 변화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11경기 만에 휴식 김민재
김민재는 2021년 여름부터 1년마다 이적하고 있다. 터키, 이탈리아 무대를 거쳐 세계 최고의 팀 중 하나로 꼽히는 바이에른 뮌헨(독일)까지 당도했다. 이적마다 적응, 경쟁에 대한 우려가 따랐으나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물오른 기량을 선보였다.
새 팀 뮌헨에서도 마찬가지다. 월드 클래스 수비수로 손꼽히는 마타이스 데 리흐트(네덜란드), 쥘 쿤데(프랑스)가 지키는 수비진 경쟁을 뚫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있었다. 현실은 김민재가 한 자리를 지키면서 다른 두 선수가 돌아가며 출전 기회를 받고 있다.
시즌이 이어지며 김민재의 체력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김민재는 A매치 직후 열린 리그 경기까지 지난 9월 하부리그팀과 컵대회를 제외하면 뮌헨이 치른 모든 경기에 출전했다. 리그와 챔피언스리그 전 경기에 선발로 나섰다. 출전시간 90분을 채우지 않은 경기는 리그 1, 2라운드 2경기뿐이었다.
독일의 '절대 1강' 뮌헨이 이번 시즌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경기력을 보인다는 점도 김민재의 체력을 갉아먹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뮌헨은 이번 시즌 토마스 투헬 감독이 원하는 보강 작업을 완수하지 못했다. 김민재가 위치하는 후방 지역에서 부족함이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수비 포지션에서 부상자가 연이어 나오며 김민재는 안정적인 환경에서 활약하기 쉽지 않았다. 수시로 주변 포지션의 동료들이 바뀌는 상황을 마주해야 했다. 주전 골키퍼 마누엘 노이어(독일)도 최근에서야 부상에서 복귀했다.
연속 선발 출장은 대표팀에서도 이어졌다. 위르겐 클린스만 국가대표팀 감독은 유럽 리그 개막 이래 김민재를 꾸준히 선발로 내세웠다. 이 기간 5승 1무를 거두었다. 김민재를 교체아웃 시킨 경기는 10월 17일 베트남전이 유일했다. 김민재가 분데스리가 활약 선수 중 경기 출전 시간 1위에 올랐다는 통계 자료가 나오기도 했다. 혹사 논란이 뒤따를 수밖에 없었다. 유럽에서 활약하며 A매치기간엔 한국을 오갔기에 먼 이동 거리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최근 경기인 11월 30일 챔피언스리그 경기, 김민재는 출전 명단에서 제외됐다. 9월 말 열렸던 컵대회 경기 이후 최초로 교체 명단에도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김민재의 결장을 두고 구단 측은 '엉덩이 타박상 때문'이라고 밝혔으나 심한 부상이 아닌 휴식 차원의 결장으로 해석된다. 뮌헨이 챔피언스리그에서 남은 경기 결과에 관계없이 16강 진출을 조기에 확정 지으며 김민재는 비로소 휴식을 취할 수 있게 됐다.
12월 일정에 여유가 있다는 점도 지쳐 보이는 김민재에겐 위안거리다. 연말에 많은 일정이 몰린 잉글랜드와 달리 분데스리가는 12월 말부터 약 3주간의 휴식기에 돌입한다. 12월 한 달간 리그 7경기를 치러야 하는 손흥민과 달리 김민재는 4경기만 예정돼 있다.
#유럽파 활약 중요한 이유
분데스리가 마인츠에서 활약 중인 이재성, 프리미어리그 울버햄튼의 황희찬은 좋은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재성은 팀 성적이 예년에 비해 저조하지만 팀 내 비중만큼은 등번호 7번에서 알 수 있듯 여전히 크다. 이번 시즌 팀이 치른 14경기 중 선발에서 빠진 경기는 단 1경기다. 팀이 리그에서 유일한 승리를 거두던 당시에도 선제 결승골로 승점 3점을 안겼다.
황희찬은 프리미어리그에 발을 들인 2021-2022시즌 이래 최고의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리그 13경기에서 7골을 기록, 득점 순위 공동 5위에 올랐다. 자신의 잉글랜드 무대 커리어 하이 기록을 이미 넘어섰다. 매번 그를 괴롭히던 부상에서도 자유로운 모습이다.
유럽파 선수들의 활약을 누구보다 노심초사하며 지켜보고 있을 사람은 클린스만 감독이다. 월드컵과 함께 대표팀이 참가하는 메이저 대회 중 하나인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을 눈앞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클린스만 감독은 취임 당시부터 아시안컵 우승을 목표로 설정한 바 있다.
손흥민, 이강인, 김민재를 포함해 이재성, 황희찬 모두 클린스만 감독이 주전으로서 신뢰를 보내고 있는 자원이다. 이들 중 한 명이라도 부상이나 부진을 겪는다면 클린스만 감독의 계획에는 차질이 생기는 것이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