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변호사 ‘지인들과 촬영물 공유 가능성’ 제기…팬들 “만일 국대 선수에 불똥 튀면 대표팀 재앙”
#잊히는 줄 알았더니
논란의 시작은 지난 6월 말이었다. 축구 국가대표 공격수 황의조의 모습이 담긴 영상이 소셜미디어에서 유포됐다. 영상은 내밀한 사생활이 담긴 내용이었다. 영상 유포자는 "황의조의 핸드폰에는 수십 명의 여자들을 가스라이팅해 수집한 영상과 사진이 있다"고 주장했다.
노골적인 장면이 담긴 영상은 소셜미디어에서 사라졌으나 메신저 등을 통해 대중에 전달됐다. 황의조는 즉각 반발했다. 매니지먼트사는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영상이 유포된 시점은 공교롭게도 국내에서 활약하던 황의조가 계약 기간을 마무리한 때였다. 황의조는 현재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노팅엄 포레스트 소속이다. 원소속팀에서 활약이 여의치 않자 임대 생활을 하고 있다. 올해 초 K리그 FC 서울에 합류했던 그의 임대 기간은 6월 말까지였다. 계약기간이 끝나가는 시점에 영상이 유포돼 황의조의 국내 활동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
이후 황의조는 유럽으로 돌아갔고 축구는 계속됐다. 국가대표 생활도 이어졌다. 대표팀은 9월, 10월, 11월로 이어지는 A매치 기간, 황의조를 지속적으로 선발했고 경기에도 출전시켰다.
그렇게 사건은 잊히는 듯했다. 앞서 황의조는 프로 커리어 초반에도 여성에게 사생활 관련 폭로를 당한 바 있다. 당시에는 사진이나 영상이 없었기에 황의조의 범죄행위는 의심되지 않았다. 일부에서 '신의를 저버렸다'는 비난이 나올 뿐이었다. 국내 시민구단에 소속돼 있었기에 구단에서 적극 비호에 나서기도 했다. 이후 1년 뒤 황의조는 일본 진출을 선택하며 폭로는 지나간 일이 됐다. 당시 사건 무마를 위해 구단이 이적에 적극 나섰다는 후문이 돌기도 했다.
올해 11월 A매치 2연전을 치르는 사이, 황의조가 경찰 조사 과정에서 사생활 유출의 피해자가 아닌 피의자로 전환됐다는 소식이 전해져 파문을 낳았다. 경찰은 유포된 촬영물 관련, 황의조에 '불법촬영' 혐의가 있다고 판단했다. 황의조 측은 그간 피해자임을 외쳐왔다. '영상은 합의하에 촬영됐고 휴대폰을 분실해 영상 유포에 대한 협박을 받아 왔다'고 주장했다.
#'가족' 등장의 놀라움
황의조의 피의자 전환이 알려졌으나 그는 월드컵 예선전 중국과 원정경기에 그라운드를 밟았다. 이후 영상물 관련 피해를 주장하는 측도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황의조는 촬영물 관련 자신의 불법행위가 없다고 주장해왔으나 피해자 측은 불법촬영물이라고 알려 말이 엇갈렸다. 피해자 측은 황의조뿐 아니라 그를 경기에 출전시킨 축구협회, 클린스만 감독에 대한 비난도 쏟아냈다.
중국전 이후 황의조 측과 피해자 측은 연일 입장을 발표하며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관건은 불법촬영 여부다. 황의조 측에선 합의 하에 촬영한 영상임을 주장하는 반면 피해자 측은 반대 의견을 내고 있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에 대한 일부 신상을 황의조 측이 공개하며 논란이 되고 있다.
놀라운 점은 영상 유포자로 황의조의 친형수가 지목돼 구속됐다는 것이다. 최초 소셜미디어에서 영상을 유포한 이는 익명의 계정을 이용해 스스로를 '황의조와 만났던 여자'라고 지칭한 바 있었다.
황의조의 친형과 형수는 지근거리에서 황의조의 선수생활을 도와왔다. 이번 사생활 영상 유출 때도 형은 적극적으로 유감의 목소리를 냈다. 현재 황의조 매니지먼트사 일을 도맡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무대로 건너가며 최초 해외 진출을 했던 황의조는 프랑스 생활까지 국내 대형 에이전시에 소속돼 있었다. 그러던 중 영국에 본사를 둔 업체와 손을 잡았다. 그러면서 광고, 화보촬영 등 기타 업무는 자신의 이니셜을 딴 'UJ스포츠'를 통해 일을 진행했다.
영상 유포 당시 UJ스포츠는 "강력히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하지만 수사 과정에서 매니지먼트사 관련 인물이자 가족인 형수가 구속돼 보는 이들에게 놀라움을 더했다. 한 축구계 인사는 "무슨 사연이 있어서 가족 간에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겠다"면서도 "영상을 공개한 시점이 국내에서 뛰던 황의조가 국가대표 경기에 뛰고 소속팀 마지막 경기까지 치른 이후다. 황의조 주장이 사실이라면 작년 11월에 휴대폰을 잃어버렸다는데 폭로를 하면서도 어느 정도 사정을 봐준 느낌이다. 국내 활동이 한창일 때 폭로를 했다면 더 곤혹스럽게 만들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황의조는 폭로로 인한 활동의 어려움은 없었다. 논란이 일어나며 당시 소속팀에서 준비한 소규모 팬미팅만 무산됐을 뿐이다.
황의조 법률대리인은 형과 형수에 대해 "황의조를 음해할 어떠한 동기도 없는 사람들"이라며 "형제 간 금전 다툼이나 형수와 불륜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피해자 측은 "수사 과정 중 황의조 측에서 유포자에 대한 처벌불원서를 제출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전하기도 했다.
#'영상 돌려 봤다'…공포에 떠는 축구계
피해자 법률대리를 맡은 이은의 변호사는 지난 23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황의조가 지인들과 촬영물을 공유했다'는 가능성도 제기됐다. 이 변호사가 피의자 영장실질심사에 참석해 피의자 측의 이 같은 주장을 접했다는 것이다. 이 변호사는 "영상을 공유했다는 말이 사실이라면 치명적인 범죄가 된다"고 설명했다.
소식을 접한 팬들은 불안감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공유 대상이 국가대표 동료들이라면 대표팀에는 재앙'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타인의 불법 촬영물이라도 시청하는 것만으로 징역 또는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현역 국가대표 선수라면 대표팀 커리어를 이어나갈 수 없는 것이 유력하다.
지난 6월 촬영물 최초 공개 이후 축구계에는 '평소 황의조가 주변 지인들과 영상을 주고 받는다'는 풍문이 돌았다. 유포된 분량 외에도 다량의 영상이 있으며 어떤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공유를 했다는 등 구체적인 내용도 돌았다. 일부 축구계 인사들이 언급되기도 했다.
불과 며칠 전까지 국가대표 경기에 출전한 선수가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일에 대해 한 축구계 원로는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그는 "어른들의 잘못도 있다"고 말했다. "황의조는 선수 초년기에도 논란을 일으킨 적이 있다"며 "그때 크게 혼나고 반성을 했다면 과연 지금 같은 사태까지 왔을지 모르겠다. 그때부터 바로 잡았어야 했다. 그땐 어른들이 황의조를 감싸기 바빴다"고 말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