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제맥주 제조기기 전문 업체로 그룹 차원 아닌 개인 투자 ‘눈길’…주류업계 업황 나빠 우려 시선도
농심그룹에 따르면 신동원 회장은 올해 중순 인더케그 지분 26.29%를 인수해 최대주주에 올랐다. 눈에 띄는 점은 농심그룹이 아닌 신 회장 개인 자격으로 인더케그를 인수했다는 것이다. 농심그룹은 신 회장이 인더케그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해 인수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다만 신 회장이 인더케그 경영에 직접 참여하고 있지는 않다. 실제 인더케그 이사회 명단에서도 신 회장의 이름은 찾아볼 수 없다.
인더케그는 2017년 설립된 수제맥주 제조기기 개발·판매업체다. 인더케그의 기기는 이스트(효모) 캡슐과 맥즙을 발표·숙성해 맥주로 제조해준다. 인더케그는 2020년과 2021년 세계 최대 가전제품 전시회 CES(Consumer Electronics Show)에서 2년 연속 혁신상을 수상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인더케그는 사업 초창기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국세청이 주류면허를 발급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스트 캡슐을 넣기 전까지는 맥주가 아닌 물이나 다름없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인더케그의 CES 성과 등이 알려지면서 중소기업계를 중심으로 과다한 규제라는 여론이 형성됐다. 이에 국회는 2020년 주세법에서 정의하는 주류를 ‘알코올분 1도 이상의 음료’에서 ‘알코올분 1도 이상의 음료 및 이와 유사한 것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것’으로 변경했다. 이에 따라 인더케그도 주류면허를 발급받을 수 있었다.
신동원 회장의 인더케그 인수를 계기로 농심그룹의 맥주 사업 진출설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 농심그룹은 과거에도 맥주 사업에 관심을 보였다. 부산광역시 호텔농심 내 펍인 허심청브로이는 2021년 수제맥주 ‘배홍동 맥주’를 출시했다. 배홍동 맥주는 농심의 ‘배홍동비빔면’을 모티브로 한 것이었다.
농심은 이어 2022년 수제맥주 스타트업 더쎄를라잇브루잉과 협업해 ‘깡맥주’를 출시했다. 깡맥주는 농심의 과자 ‘새우깡’을 모티브로 했다. 농심그룹은 깡맥주 출시 당시 “새우깡과 먹을 때 잘 어울리도록 개발한 제품”이라고 소개했다. 또 호텔농심은 올해 초 허심청브로이를 법인으로 전환했다. 허심청브로이는 직접 수제맥주를 제조할 수 있는 양조시설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배홍동 맥주’와 ‘깡맥주’는 이벤트성으로 출시된 제품이며 현재는 판매하고 있지 않다. 허심청브로이 역시 호텔농심 내에서만 활용되고 있다. 농심그룹 스스로도 맥주 사업 진출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농심그룹 관계자는 “신동원 회장이 사업의 유망성을 보고 개인적으로 인더케그에 투자를 했다”며 “맥주 사업에 진출할 의도로 인수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인수 시점을 두고는 우려의 시선도 제기된다. 주류업계 업황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국내 대표 주류 업체인 하이트진로의 매출은 지난해 3분기 6574억 원에서 올해 3분기 6544억 원으로 0.46% 감소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570억 원에서 435억 원으로 23.72% 줄었다.
이런 가운데 주류업계 경쟁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주류세는 과거 출고 가격을 기준으로 부과했지만 2020년부터 양을 기준으로 부과하면서 가격 경쟁력을 보유한 지역 수제맥주와 PB(자체 브랜드·Private Brand) 제품이 출시돼 시장 경쟁이 치열해졌다”며 “국내 맥주 시장은 지난해 출시된 신제품이 100개가 넘을 정도로 초경쟁 시장이다”라고 설명했다.
삼양식품 '딴 우물' 관광업은? 첫삽 뜨기까지 첩첩산중
농심과 함께 대표적인 라면업체로 꼽히는 삼양식품은 올해 3월 사업목적에 ‘관광사업’을 추가했다. 이는 삼양라운드스퀘어그룹(옛 삼양식품그룹)이 보유한 강원도 평창군 목장 삼양라운드힐(옛 삼양목장)을 염두에 둔 것이다. 삼양라운드힐의 규모는 1983만 4711㎡(약 600만 평)이고, 연간 방문객 수는 40만~50만 명에 달한다. 김정수 삼양라운드스퀘어그룹 부회장도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삼양라운드힐과 연계한 관광 사업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삼양라운드힐이 위치한 대관령 일대 개발이 제한된 곳이다. 2003년 제정된 ‘백두대간 보호에 관한 법률(백두대간 보호법)’에 따라 해당 지역 개발을 위해서는 산림청 등의 허가를 받아야만 한다.
하지만 강원도가 올해 6월 강원특별자치도로 전환하면서 삼양라운드힐 개발에 파란불이 켜졌다. 강원특별자치도 전환 당시 제정된 강원특별법에는 “백두대간 보호법에도 불구하고 진흥지구 내 완충구역에서 등산로, 탐방로, 산림공익시설, 공원시설 등을 설치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게다가 산림이용진흥지구는 강원도지사가 산림청장 등 관계기관과 협의 후 직접 지정할 수 있다.
삼양라운드스퀘어그룹으로서는 강원도지사의 허가를 받으면 삼양라운드힐의 개발이 부분적으로 가능해진다. 이 때문에 삼양라운드스퀘어그룹이 지난 10월 강원도, 한국중부발전과 풍력산업 활성화 및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할 때도 삼양라운드힐 개발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뒷말이 나왔다.
환경단체에서는 이에 대한 반발의 목소리가 거세다. 한국환경회의 등 국내 환경단체는 지난 5월 “강원도에 대부분 위치한 백두대간은 우리나라의 주요 산림생태축”이라며 “특례 조항으로 무장된 강원특별법 앞에 무엇이 강원도지사를 견제하고, 강원도의 개발 앞에 백두대간, 강원도의 환경, 산림을 보호할 수 있을지 암담하다”고 비판했다.
다만 아직까지 강원도의 대관령 개발 관련한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삼양라운드스퀘어그룹도 현재로는 정해진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삼양라운드스퀘어그룹 관계자는 “자연 경관을 보존하는 방향성 하에서 삼양라운드힐 관광 사업을 추진해 나가려 하고 있다”면서도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