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갑부도 ‘공짜 의료쇼핑’ 누굴 봉으로 아나
▲ 일부 외국인 부자들이 한국의 무료진료 혜택을 편법 이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외국인 연수원들이 무료진료 행사에서 혈압을 재고 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다. 연합뉴스 |
이는 외국인들에게 주어지는 국내 의료 혜택이 일정 부분 과도하다는 점을 비꼬아 나온 말이다. 실제로 국내 주요 의사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이와 비슷한 내용의 글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의사들이 갑자기 외국인 의료복지정책을 두고 볼멘소리를 하게 된 이유는 뭘까.
최근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가 새롭게 시행 중인 ‘외국인 진료비 지원’ 의료복지정책을 두고 의료계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올해부터 외국인 1인당 1000만 원 상당의 진료비가 국민세금을 통해 무료 지원되고, 1000만 원 초과시 초과액의 80%가 추가 지원되는 파격적인 내용의 정책이 도입됐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논란을 빚고 있다. 의료계 일각에선 북미 및 아시아의 부자들이 이런 복지부 혜택을 악용해 국민세금으로 화려한 의료쇼핑을 하고 있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과연 사실일까. 외국인 의료복지정책의 불편한 진실을 알아봤다.
‘외국인 진료비 지원’은 원래 의료 혜택을 받기 힘든 외국인 이주근로자 및 이들의 자녀를 위해 마련된 제도였다. 이 제도를 두고 네티즌들 사이서 논란이 일게 된 건 관광비자로 불법 취업한 외국인들이 3개월 가까이 한국에서 버틴 후 지정병원에서 고가의 CT촬영, MRI 등 수백만 원 상당의 각종 검진을 무료로 받고 간다는 석연찮은 뒷말이 일부 의료사이트에서 나돌면서부터다.
보건복지부 공공의료과에 따르면 외국인 신분증, 한국에서 잠시라도 일했던 흔적, 90일 이상 체류 여부, 질병 기록만 있으면 1000만 원 상당의 진료비를 무료 지원받을 수 있다. 하지만 확인 절차가 다소 허술해 이 제도를 악용하는 파렴치한 ‘의료쇼핑족’들이 있다는 것이다. 왜 이런 일이 생기게 되는 것일까.
현재 외국인 환자들은 일정한 요건만 충족되면 1000만 원 상당의 무료 진료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돼있다. 정부에서 지정한 병원은 국립의료원, 서울적십자병원, 서울의료원 등 전국 58곳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지정병원 관계자는 “환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병원입장에선 좋기 때문에 찾아오는 외국인 환자들을 거부하진 않는다. 가난한 불법체류자와 같이 정말 이 제도의 혜택이 필요한 사람들도 분명히 있지만 누가 봐도 부유해 보이는 외국인 환자가 어떻게 서류를 꾸몄는지 몰라도 고액의 무료진료를 받고 가는 것을 보면 씁쓸하다”며 “일전에는 에르메스 캘리백을 든 태국인들 3~4명이 찾아와 800만 원대 건강검진 및 관련 진료를 무료로 받았다. 간호사들 말로는 태국 귀족이라고 하더라. 직접 확인해보진 않았지만 다른 병원에도 이런 동남아시아 귀족이나 부유층들이 의료쇼핑 목적으로 꽤 많이 찾아온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자격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1000만 원 진료비 획득(?)엔 실패했어도 외국인이 받아갈 수 있는 의료 혜택은 다양하다. 대표적인 예로 의료보험과 ‘고운맘카드’ 등을 꼽을 수 있다.
그동안 외국인들은 개인소득과는 관계없이 국내 입국시 월 5만 원 정도만 내면 의료보험 혜택을 내국인과 동일하게 적용받아왔다. 몇 년 동안 보험료를 지불하지 않고 1~3회 분만 지불해도 내국인과 동일한 의료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는 얘기다.
이를 두고 의사들 사이에서도 여전히 말이 많다. 국내 유명 의사커뮤니티 ‘닥플’, ‘메디게이트’ 등에선 “우리나라 국민이 ‘호구’인 것 같다. 우리 국민은 몇 달만 (보험료를) 연체해도 의료보험혜택에서 단칼에 제외되고 일반진료를 받게 된다. 반면 외국인은 필요할 때 찾아와서 발만 담그면 되니 황당할 따름이다”, “국민연금 돌려받고 이민 갔다가 질병에 걸리면 다시 한국에 와서 5만 원 내고 진료 받으면 되겠네”라는 내용의 글들이 많다. 이렇게 일부 의사들 사이에서도 ‘국내의료보험정책이 지나치게 외국인 위주가 아니냐’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선진국에서도 외국인들에게 의료복지 혜택을 제공하는데 OECD 회원국인 한국도 그런 추세를 반영하는 게 맞지 않느냐’는 몇몇 인권시민단체들의 주장도 있다. 이에 대해 한 산부인과 전문의는 “미국의 경우 외국인이 미국 현지에서 출산을 해야만 일정부분 복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다르다. 이를테면 미국에서 아이를 출산한 미국 산모가 한국에 오면 ‘고운맘 카드’제도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 제도는 임신한 산모에게 50만 원 상당의 복지지원금을 주는 것인데 소득과 관계없이 외국인 산모들에게도 지원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내 보험수가가 워낙에 저렴하다보니 불법 처방도 덩달아 늘고 있다. 일명 ‘돼지병원’ ‘사무장병원’ 등지에서 외국인 근로자들을 상대로 ‘처방전 장사’를 벌이는 곳이 많아 문제가 되고 있다고 한다.
안산 일대 개원의 A 씨는 “외국인 근로자 밀집 주거지역의 경우 일부 개원의들 사이에서 불법처방이 이뤄지기도 한다. 국내의료보험 혜택을 받기 위해 한국인의 이름을 빌어 거짓 처방을 의사들에게 버젓이 요구하는 불법 이주근로자들이 많은데 여기에 의사들이 손뼉을 맞추는 것”이라며 “재수가 없어서 단속이 되더라도 인권단체 등에 요청하면 사정이 어려운 외국인 근로자를 도와주려고 했다가 벌어진 미담(美談) 정도로 마무리되는 경우가 많아 악용하는 사례가 좀처럼 없어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청주시 의사회’처럼 주말마다 외국인 근로자 대상으로 한 의료봉사에도 문제가 없지는 않다. 이주근로자라고 해서 무조건 가난한 것도 아닌데 분에 넘치는 대접을 해주는 건 옳지 않다. 차라리 특정 집단보다는 그 시간에 정말 어려운 우리 이웃을 도우는 게 더 나을 것”고 지적했다.
안그래도 재미교포 등 부유한 외국인들이 대거 몰려와 저렴한 가격으로 의료혜택을 받고 있다는 볼멘소리들이 터져나오고 있다. ‘1000만 원 지원’ 정책은 그보다 더 많은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 취지에 맞게 제대로 시행될 수 있도록 관계 당국이 단속을 강화하고 제도적인 보완을 해야 할 시점으로 보인다.
김포그니 기자 patronus@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