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콘텐츠 빵빵한데 영화는 중복 많아 다소 밀려…오리지널 콘텐츠 경쟁력 확보 ‘절실’
현재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OTT 업체는 넷플릭스로 10월 MAU가 약 1137만 명이다. 쿠팡플레이의 10월 MAU는 약 527만 명으로 티빙과 웨이브보다 높다. 디즈니 플러스(+)가 387만여 명으로 가장 낮다. 그런데 3, 4위인 티빙과 웨이브가 합병하면 쿠팡플레이를 훌쩍 뛰어 넘는 것은 기본, 부동의 1위 넷플릭스와의 격차도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합병을 통해 티빙과 웨이브가 거대 토종 OTT로 거듭나 출혈경쟁을 멈추고 경쟁력을 키우면 해외 진출 전략 차원에서도 유리할 것으로 기대된다.
방송가에서는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이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웨이브는 SBS, MBC, KBS 등 지상파 3사 콘텐츠가 주를 이루고, 티빙은 tvN과 JTBC 방송 콘텐츠가 중심이다. 웨이브와 티빙이 합병되면 SBS, MBC, KBS 등 지상파 방송 3사와 케이블채널 tvN과 종합편성채널 JTBC의 방송 콘텐츠를 모두 볼 수 있게 된다.
최근 들어 인기 드라마 등 일부 방송사 콘텐츠가 넷플릭스와 디즈니+ 등 글로벌 OTT 업체에서 서비스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방송 콘텐츠는 웨이브와 티빙에서만 서비스되고 있다.
영화 콘텐츠로 넘어가면 상황이 달라진다. 영화의 경우 최근 개봉 대작은 티빙과 웨이브가 겹치는 콘텐츠가 많지 않지만 기존 영화들의 경우 중복되는 콘텐츠가 상당수다. 이런 부분을 두고 영화계에서는 합병 시너지 미지수라는 반응이 나온다.
게다가 글로벌 OTT가 훨씬 많은 최신 대작 영화 콘텐츠를 확보하고 있다는 부분도 불리하다. 2023년 흥행 순위 10위 안에 오른 영화 가운데 웨이브에서 서비스되는 영화는 단 한 편도 없고 티빙도 ‘콘크리트 유토피아’ 한 편이 전부다. 그나마도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티빙 단독은 아니고 넷플릭스에서도 서비스되고 있다.
영화에서는 디즈니+가 가장 압도적이다. 2023년 흥행 순위 1위에 오른 ‘범죄도시3’를 비롯해 2위 ‘엘리멘탈’, 4위 ‘밀수’, 7위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ume 3’, 10위 ‘아바타: 물의 길’ 등 무려 5편을 단독 서비스하고 있다. 디즈니는 공격적인 인수합병으로 마블, 20세기 스튜디오, 루카스필름,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서치라이트 픽처스 등을 계열사로 두고 있고 여기서 생산되는 콘텐츠들이 디즈니+를 통해 단독 서비스되고 있다. 여기에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범죄도시3’와 ‘밀수’ 등 흥행에 성공한 한국 영화까지 단독 서비스하고 있다. 넷플릭스도 흥행순위 10위권 영화 중에는 티빙과 함께 ‘콘크리트 유토피아’ 한 편만 서비스하고 있을 정도다.
2022년에도 디즈니+는 2022년 흥행 1위인 ‘범죄도시2’와 3위 ‘아바타: 물의 길’, 6위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 8위 ‘올빼미’ 등 4편을 단독 서비스했고 5위 ‘공조2: 인터내셔날’도 단독은 아니지만 서비스했다. 합하면 5편이다.
티빙은 흥행 2위 ‘탑건: 매버릭’을 단독 서비스했으며 ‘공조2: 인터내셔날’도 서비스했다. 웨이브는 10위에 오른 ‘마녀 Part2. The Other One’을 단독 서비스했으며 7위 ‘헌트’도 서비스했다. 넷플릭스는 4위 ‘한산: 용의 출현 리덕스’와 9위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을 단독 서비스했으며 7위 ‘헌트’도 서비스했다. 사실 ‘한산: 용의 출현’은 쿠팡플레이에서 단독 서비스한 영화인데 나중에 넷플릭스를 통해 감독판인 ‘한산: 용의 출현 리덕스’가 다시 단독 서비스 됐다.
2년 연속 흥행 10위 안에 오른 영화 가운데 절반을 점유한 디즈니+가 최근 급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2022년 10월에는 MAU가 180만여 명에 불과했지만 1년 사이 2배 이상 성장해 2023년 10월에는 387만여 명을 기록했다. 영화 콘텐츠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무빙’ ‘최악의 악’ ‘비질란테’ 등 오리지널 콘텐츠가 연이어 성공을 거두며 MAU가 급증하는 추세다.
사실 OTT 업체의 진정한 경쟁력은 오리지널 콘텐츠에서 나온다. 앞서 자료들에서 알 수 있듯 한국 방송 콘텐츠는 물론이고 극장 개봉 영화 콘텐츠에서도 넷플릭스는 가장 뒤처진다. 그럼에도 압도적인 MAU를 기록하는 까닭이 바로 오리지널 콘텐츠에 있다. 방송 콘텐츠와 영화는 별도의 VOD 시장이 존재하는 데다 생방송을 보거나 극장에서 관람할 수도 있다. 또한 다양한 TV 채널에서 재방송 등으로 시청할 수도 있다. 반면 OTT 오리지널 콘텐츠는 해당 OTT에 가입해야만 볼 수 있다.
결국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 역시 승부수는 얼마나 경쟁력 있는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물론 티빙과 웨이브 역시 꾸준히 오리지널 콘텐츠를 서비스해왔으며 상당한 인기를 끌며 화제가 됐던 작품들도 있다. 그렇지만 몇몇 오리지널 콘텐츠만 좋은 평가를 받으며 흥행에 성공했을 뿐 수준 이하라는 평을 받은 오리지널 콘텐츠도 많다.
티빙과 웨이브가 합병하면 출혈경쟁에 따른 비용 절감이 가능하며 마케팅 비용도 줄어들어 이를 오리지널 콘텐츠 제공에 활용할 수 있게 된다. 그렇지만 배우들은 월드스타 등극을 위해, 제작사들은 투자규모가 훨씬 크다는 이유로 글로벌 OTT 업체 오리지널 콘텐츠를 선호하는 현재 상황을 극복해야 한다.
게다가 웨이브와 지상파 방송사의 콘텐츠 공급 계약이 2024년 9월 종료돼 그 이후에는 지상파 방송사들이 웨이브를 떠날 수도 있다. 지상파 방송사와 계약 연장을 이뤄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전에 오리지널 콘텐츠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더 절실해 보인다.
김은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