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김 시대’ 이끌었던 지도자 드림팀 뜰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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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제의 명장 프로야구 감독들이 WBC 수장으로 김인식 전 감독(사진)을 적극 추천한 가운데 김성근 고양 원더스 감독, 김응용 전 감독도 코치로 합류시키자는 주장이 나와 눈길을 끈다. 연합뉴스 | ||
WBC 감독 논란이 벌어진 건 현직 감독들의 잇따른 ‘고사성 발언’ 때문이다. 최근 삼성 류중일 감독은 “현직 감독이 WBC 감독을 맡는 건 부담스럽다. 대회 기간이 스프링캠프 일정과 겹쳐 대표팀에 차출되면 자칫 소속팀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며 “외부 전직 야구인이 감독을 맡고, 각 팀이 코치들을 지원하는 게 가장 좋은 모양새”라고 밝혔다.
KIA 선동열 감독도 비슷한 이유로 현직 감독의 WBC 사령탑 선임에 부정적 입장을 나타낸다. 선 감독은 “이미 현역 감독들의 생각을 모아 KBO(한국야구위원회)에 전달한 바 있다”며 “대표팀이 보다 좋은 성적을 내려면 국제대회에만 집중하는 외부 감독이 적격”이라고 말했다.
모 감독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고, 2009년 제2회 WBC에서 2위, 2010년 광저우 아시아경기대회에서 금메달을 땄지만, 당시 야구 대표팀을 이끌던 감독들의 최후가 어땠는지 아느냐”고 반문했다.
모를 리 없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야구 대표팀 사령탑이던 두산 김경문 감독(현 NC)은 영광스러운 금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정작 그해 한국시리즈에선 SK에 패했다. 김 감독은 “대표팀 사령탑이 되면서 공백기간이 너무 길었다”며 “전반기 1위 SK와 8경기였던 승차가 올림픽이 끝나고는 13경기 차까지 벌어졌다”고 회상했다. 2008년 한국시리즈 진출에 실패한 김 감독은 결국 2011년 성적부진을 이유로 시즌 중 자진사퇴했다.
2009년 WBC 사령탑이던 한화 김인식 감독도 비슷했다. 전해 한화는 삼성에 1경기 차가 뒤진 5위로 시즌을 끝냈다. 승률이 5할을 넘을 만큼 한화 전력은 괜찮았다. 김 감독은 “2009년 반드시 한화를 4강으로 이끌겠다”며 이를 악물었다. 하지만, 그에게 KBO는 다시 WBC 사령탑을 맡아달라고 요청했다. 김 감독은 고사했다. 그러나 맡을 감독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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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성근 고양 원더스 감독, 김응용 전 감독.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
김 감독은 일본에 패해 준우승에 그쳤지만 “위대한 도전이었다”고 자평하며 전국민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사실 ‘위대한 도전’은 김 감독의 독창적 코멘트가 아니었다. 한화그룹이 특별히 부탁한 문구였다. 당시 한화그룹은 경제위기를 극복하자는 차원에서 범그룹적으로 ‘위대한 도전’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있었다. 하지만, 김 감독의 발언 이전까지 ‘위대한 도전’을 들어본 이는 없었다. 한화그룹은 “수억 원의 홍보비를 써도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지만, 김 감독이 WBC에서 한마디하자 많은 이가 비로소 ‘위대한 도전’을 알게 됐다”며 “김 감독이 그룹에 커다란 무형의 가치를 제공했다”고 고마워했다. 야구계는 김 감독의 재계약을 확신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그해 한화가 꼴찌로 내려앉자 그룹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김 감독은 졸지에 꼴찌 책임을 진 채 재계약에 실패했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아경기대회 금메달 감독 조범현도 비슷했다. KIA에서 지휘봉을 잡던 조 감독은 2009년 한국시리즈 우승에 이어 다음해 아시아경기대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명장 반열에 올랐다. 그러나 2011년 플레이오프 진출이 좌절되자 KIA로부터 가차 없이 버림받았다. 국제대회 감독들의 수난에 조 감독도 예외는 아니었던 셈이다.
물론 외부 전직 감독은 현역 감독처럼 ‘이겨도 손해, 져도 손해’라는 이상한 등식은 성립하지 않는다. 살펴야 할 소속팀이 없으니 대표팀에 집중하기 수월하다. 성공하면 명장, 실패해도 목이 날아갈 일은 없다.
그러나 문제는 과연 전직 감독이 대표팀을 잘 이끌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KBO 관계자는 “현역 공백기간이 긴 전직 감독들은 현장감을 찾기 힘들고, 요즘 야구의 흐름조차 따라잡기 어렵다”며 “대표팀 선수들의 특성을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귀띔했다. 일본이 현역 감독들의 잇따른 고사 발언에도 외부 전직 감독을 옹립하지 않는 것도 같은 이유다.
국내 현직 감독들은 “이번에도 김인식 전 감독님이 맡았으면 좋겠다”고 주장한다. 김 감독은 가만 있지만, 김성근 원더스 감독 등 베테랑 야구인들도 김 감독 선임을 지지한다. 현역 감독들의 고사가 이어지고, 김 감독이 승낙한다면 3회 WBC 감독은 또다시 김 감독이 맡을 가능성이 높다.
물론 KBO는 원칙을 내세우고 있다. KBO 양해영 사무총장은 “2009년 WBC 이후 KBO와 각 팀 감독은 한국시리즈 우승팀 감독이 대표팀을 맡기로 합의했다”며 “2010년 KIA 조 감독이 아시아경기대회 대표팀 감독을 맡은 것도 약속이행 차원이었다”고 설명했다.
KBO는 현직 감독들이 “특정 전직 감독을 WBC 사령탑으로 내정하자”는 주장에도 불쾌한 반응이다. “자기 할일이나 잘하라”라고 충고했다.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르는 전직 감독 후보군에 대해서도 “김칫국부터 마시지 마라”며 경고 사인을 보내고 있다.
수도권 베테랑 코치는 “현역 감독이 맡지 않는다면 전직 감독을 빨리 선임해야 한다”며 “WBC의 국내 흥행과 야구 관심을 고조시키기 위해서도 화제성과 무게감을 동시에 갖춘 야구인이 선임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 코치는 “이참에 선수만 드림팀으로 구성하지 말고, 지도자들도 드림팀으로 만들자”고 제안했다. 그가 제안한 지도자 드림팀 멤버는 ‘감독 김인식, 투수코치 김성근, 타격코치 김응용’이었다. 김응용 전 삼성 감독은 “WBC 코칭스태프에 선임되면 못 나갈 것도 없다”고 답했다.
박동희 스포츠춘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