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스팩 사자왕 ‘와~’ 육덕진 거미손 ‘아…’
▲ 게으른 퇴물? 오해야 오해! 한때 ‘게으른 퇴물’로 취급받던 이동국은 알고보면 자기관리의 대명사다. 그는 꾸준한 웨이트트레이닝은 물론 몸에 나쁜 것은 일절 금하는 등 독종 중 독종이라고 한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아무래도 노장들을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경남FC 골키퍼 김병지는 벌써 42세다. 예전이라면 이미 은퇴해 지도자를 하거나 제2의 인생을 찾을 나이다. 하지만 김병지는 그렇지 않다. 1992년 프로에 데뷔한 이후 20년이 훌쩍 흘렀지만 여전히 현역 선수로 왕성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
술, 담배를 전혀 하지 않고 체중 관리도 철저히 한다. 시즌이 끝난 뒤 휴식기에 돌입하고도 1㎏ 이상 체중이 늘어난 적이 없다. 77~79㎏ 선을 꾸준하게 유지하고 있다. 골키퍼의 필수 조건이라 할 수 있는 민첩성이나 순발력도 전혀 뒤지지 않는다.
▲ 김병지. 사진제공=경남FC |
1979년생 이동국(전북 현대)도 자기관리의 대명사다. 한때 ‘게으른 퇴물’로까지 취급됐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독종 중의 독종이라는 게 이동국을 항상 곁에서 지켜본 국가대표팀 최강희 감독의 평가다. 분 단위로 시간을 쪼개 웨이트트레이닝을 하고 공을 찬다. 조금이라도 몸이 좋지 않으면 아이싱을 하고 붓기를 뺀다. 몸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입증한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20대 때나 지금이나 몸은 항상 일정하다. 사이클이 분명하다보니 컨디션도 항상 좋다. 거짓말이 아니다. 몸에 나쁜 것은 일절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끊임없는 훈련도 선수의 가치를 화려하게 꽃피우게 한다. 수원 삼성 이용래(26)는 프리킥 실력을 연마하기 위해 늦은 밤까지 훈련에 매진한다. 모두가 휴식을 취하는 늦은 저녁에 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수원 클럽하우스 훈련장의 조명은 꺼지지 않는다. 이용래를 주축으로 수원 선수들의 훈련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 프로리그 진출 실패로 인한 후유증을 극복할 수 있었던 비결도 바로 훈련에 있었다.
인천 유나이티드 설기현(33)도 자타가 공인하는 성공적인 자기관리 유형이다. 무뚝뚝해 보이는 외모지만 특유의 성실함과 겸손함으로 항상 꾸준한 플레이를 보여주고 있다. 인천이 시즌 중반까지의 어려움을 딛고 마지막까지 상위 리그 진출을 꿈꿀 수 있었던 것도 설기현의 역할이 컸다. 주연이 아닌, 조연급 역할도 마다하지 않았고 희생을 통해 모두의 귀감을 샀다. 한때 부상 후유증으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으나 멈추지 않는 도전정신과 완벽함을 추구하려는 훈련 태도가 유난히 돋보인다. 설기현의 측근들은 “오직 축구밖에 모르는 그가 철저한 몸 관리로 전형적인 프로 선수의 유형을 만들었다”고 입을 모았다.
거친 무대에서 오래 생활하는 길은 이렇듯 아주 단순하다. 하지만 가장 어려운 길이기도 하다. 누구나 할 수 없었기에 분명한 실패 사례가 있기에 이들의 성공이 더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 살과의 전쟁을 하고 있는 이운재. 사진제공=광주FC |
전남 드래곤즈 골키퍼 이운재(39)가 바로 그런 경우다. 화려했던 한 시절을 풍미한 이운재는 끊임없이 ‘살과의 전쟁’을 하고 있다. 하석주 감독이 새로이 부임한 뒤 가장 먼저 했던 일 중 하나가 바로 이운재의 분발을 촉구한 일이다.
프로 생활 내내 변함없는 체중을 유지해온 김병지-최은성과는 달리, 이운재는 물만 마셔도 불어나는 체중 탓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그러다보니 올 시즌 들어 경기력이 확연히 떨어졌다. 페이스가 예전에 비해 한창 뒤지고, 팀 성적도 곤두박질쳤다. 8위 진입은커녕, 강등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정규리그 막바지에 이운재를 벤치로 돌린 것도 하 감독의 과감한 결단이었다. 이운재도 동의했다는 게 전남 구단의 설명. 조금은 뒤처진 명예회복을 위해서라도 이운재의 체중 감량은 절실하다.
자기관리는 단순히 ‘술, 담배를 하지 않는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절제와 마인드컨트롤도 자기 관리의 일부다. 프로 무대에서 운동선수는 항상 슬럼프의 위험 속에 살지만 그 시기가 길어지면 쇠퇴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추락은 한순간이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도 짧게 빛을 발하다 금세 지고 마는 선수들이 많았다. 실력 이상의 가치는 스스로의 노력과 마음가짐에 의해 달라진다는 걸 새삼 실감하게 하는 K리그다.
남장현 스포츠동아 기자
▲ 사진제공=FC서울 |
FC서울 고요한 ‘고요한 선행’ 훈훈
따스한 행실도 프로 선수들의 가치를 높여준다. 남몰래 하는 봉사 활동으로 ‘진짜 프로’의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있다. FC서울 측면 수비수 고요한(24)의 모습이 딱 그렇다.
외부에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고요한은 ‘암흑의 땅’ 아프리카에서도 특히 암울한 남부 수단에 우물을 파주는 자선 활동을 해왔다.
수단은 오랜 내전으로 폐허가 된 지역. 가톨릭 사제이자 의사로 오랜 세월 수단에서 봉사 활동을 하다 2010년 1월 암으로 세상을 떠난 고 이태석 신부와의 남다른 인연이 고요한의 활동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어린 시절부터 고요한의 가족은 이태석 신부와 가까운 관계였다. 항상 ‘남을 위한 삶’을 강조해온 어머니의 가르침이 뒷받침됐다. 이태석 신부와의 사적인 자리에서 고요한은 “신부님이 우물을 파는 일에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겠다”고 약속했고 지금에 이르렀다.
사실 우물을 파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비용이 상당히 많이 드는 사업이다. 아프리카가 워낙 물이 부족한 지역이기에 우물을 한 개 파려면 수천만 원은 족히 든다. 하지만 고요한은 선뜻 기부 활동에 참여했다. 전혀 고민을 하지도 않았다.
그렇다고 고요한의 형편이 아주 넉넉한 것도 아니었다. 이제 갓 꽃을 피웠을 뿐이다. 서울에서 받는 연봉도 올 시즌에야 1억 원을 넘긴 정도다. 함께 성장해왔던 기성용(스완지시티)이나 이청용(볼턴) 등보다 도약이 뒤처지며 마음에 상처를 입기도 했지만 항상 한결같은 태도로 인정을 받았고 지금에 이르렀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박지성이 그랬던 것처럼 서울의 ‘언성 히어로(소리 없는 영웅)’가 바로 고요한이다. 그러면서도 꾸준한 봉사 활동으로 벌써 여러 개의 우물을 파는 데 일조했다는 전언이다.
서울 최용수 감독은 “(고)요한이를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그 어린 나이에 어떻게 남몰래 그런 선행을 해왔는지 모르겠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행실부터 남다른 아주 착실한 선수다. 프로 선수의 표본으로 봐도 무방하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고요한의 측근들도 “돈을 벌어 쉽게 쓰는 다른 젊은 선수들과는 다르다. 그렇다고 성공에 대한 욕심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다른 또래들처럼 태극마크를 꾸준히 달고 싶어 하고, 유럽에도 나가고 싶어 하는 선수다. 그래도 성공의 기준과 지향점은 다르다. 많은 돈을 벌어 보다 많은 불편한 이웃들을 돕겠다는 생각이 크다. 철저한 가정교육이 (고)요한이의 삶에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고 갈채를 보냈다. [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