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퓨지아’는 빙하기를 피해 지구 생물체들이 추위를 피해 살아남을 수 있었던 장소 뜻한다고
이번 전시는 모든 것이 멸종돼도 스스로 살아갈 서식지를 찾아가는 생명체의 꺾이지 않는 생의 의지를 통해 희망의 메시지를 발견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고 한다. 작가가 주제로 선정한 ‘레퓨지아(Refugia)’는 빙하기를 피해 지구 생물체들이 추위를 피해 살아남을 수 있었던 장소를 뜻한다. 작가는 “오늘날 지구도 빙하기 때처럼 생명의 존재 자체가 위협 받고 있고 보고 레퓨지아를 찾는 것은 오늘을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절실한 일”이라면서 이번 전시는 “세상 모든 것이 멸종돼도 삶에 대한 의지를 가지고 살아남을 수 있는 서식지를 찾아가는 여정에 초점을 둔다”고 말했다.
강정하 금호미술관 선임큐레이터는 “포스코미술관 초대개인전 ‘레퓨지아를 찾아서’에서 송필의 인류학적 관점과 서사는 더욱 확장하고 인간 삶에 대한 사유의 깊이는 심화된다”면서 “‘A Chain of Mountain’에서는 한눈에도 오랜 세월을 견딘 듯 시간의 흔적을 간직한 고목의 몸통과 나뭇가지가 함께 공중으로 떠올라 산의 형상을 이루고 있다. 이러한 고목들을 구불구불 하나로 연결하여 완성한 ‘레퓨지아를 찾아서’는 기다린 길 또는 다리의 모습을 연상하게 한다. 잔잔한 물 위로 떠올라 누워있는 나무까지 송필의 조각 설치 작업은 새로운 시각적 체험을 유도하며 낯선 세계로 우리를 이끈다”고 설명했다.
송필 작가는 작가 노트를 통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송필 작가는 “전작 ‘허공에 뿌리내린’ 작품과 ‘레퓨지아’ 작품은 정착하지 못하고 부유하는 현대 유랑민을 표현하는 작품이었다. 다른 한편으론 그만큼 물리적인 장소에 집착하지 않는 자유로운 상태, 정신적 가치를 더 추구하는 심리, 또는 순간순간 고정돼 있지 않고 자유롭게 다른 장소로 이주하거나 떠다니는 유목민, 노마드의 습성을 나타내기도 한다. 하지만 나무는 뿌리박지 않아도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고 그 결실은 빛에 의해 순간순간 형형색색으로 아름답게 드러난다”고 말했다.
이어 송필 작가는 “전작에서는 나무 뿌리를 등에 지고 힘겹게 옮겨 다니는 실크로드 연작, 동물들로 삶의 여정을 표현해 왔다면 2020년부터 2023년까지 제작한 작품들은 기존의 작품에서 한 걸음을 더 내딛어 모든 것이 멸종돼도 삶에 대한 의지로 스스로 살아 남을 서식지를 찾아가는 여정에 초점을 뒀다. 레퓨지아는 빙하기에 모든 것이 멸종돼도 영향을 받지 않아 원래의 동식물이 살아남은 장소를 뜻한다”고 설명했다.
작가 노트에서 보듯 송필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앙상한 고목에서 뚫고 나온 매화꽃 가지 등 다양한 소재로 시간과 공간 속 강인한 생명력과 생명 순환에 대해 표현했다. 이번 전시는 내년 1월 16일까지 테헤란로 포스코센터 포스코미술관에서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