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자금 사채로 마련 후 유상증자 등 전형적 방식…인수 위해 만든 ‘컨텐츠하우스210’ 껍데기 회사 정황
충북방송은 최대주주 이현삼 씨 지분 24.24%(1358만 2287주)를 주식회사 컨텐츠하우스210에게 넘기는 주식양수도계약을 체결했다고 지난 9월 25일 공시했다. 컨텐츠하우스210은 인수대금 200억 원 중 50억 원은 9월 25일 바로 지급했다. 컨텐츠하우스210은 11월 10일 잔금 150억 원을 내면서 충북방송 최대주주에 올랐다.
컨텐츠하우스210은 충북방송 주식 1358만 2287주 중 99%인 1350만 주를 담보로 160억 원을 11월 8일~10일 대부업체 네 곳에서 빌린 것으로 나타났다. 뒤이어 12월 6일 충북방송 주식을 담보로 또 다른 대부업체에서 30억 원을 빌렸다. 인수대금 200억 원 중 최소 190억 원을 사채로 마련한 셈이다.
충북방송은 주식양수도계약 다음 날인 9월 26일 100억 원 규모 유상증자와 200억 원 규모 전환사채 발행을 공시했다. 유상증자와 전환사채 발행 대상은 사업을 영위하는 법인이 아니었다. 자금 출처를 알기 힘든 투자조합이었다. 전형적인 무자본 M&A 공식이다. 무자본 M&A 세력은 인수대금 대부분을 사채 등을 통해 마련한 뒤 유상증자나 전환사채 발행을 활용해 사채를 갚곤 한다.
충북방송이 화제를 모은 건 11월 1일부터다. 이날 충북방송은 11월 16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겠다고 공시했다. 사내이사로 퀀텀에너지연구소 출신 권영완 KU-KIST 융합대학원 연구교수와 김지훈 박사 등을 영입하고 사업목적에 초전도체 관련 기기 제조 및 판매업 등을 추가하는 내용이었다.
충북방송 주가는 11월 2일과 3일 이틀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이후 충북방송 주가는 연일 널뛰기를 반복하고 있다. 12월 13일 종가는 2365원이었다. 충북방송은 지난 9월 25일 주식양수도계약 전만 해도 주가가 1000원을 밑돌았다.
퀀텀에너지연구소는 지난 7월 세계 최초로 상온 초전도체 LK-99를 만들었다고 주장해 주목받은 곳이다. 초전도체는 전기저항이 0이라 전력 손실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물질이다. 하지만 기존 초전도체는 극저온 환경에서만 작동해 상용화에 한계가 있었다.
컨텐츠하우스210은 11월 13일 보도자료에서 "퀀텀에너지연구소와의 협업 관계도 지속한다"고 밝혔다. 퀀텀에너지연구소를 퇴사한 권 교수와 김 박사에게 LK-99와 관련한 권리는 없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이를 반박하는 차원이었다.
하지만 권 교수가 12월 11일 밝힌 바로는 권 교수나 김 박사가 퀀텀에너지연구소 퇴사 후 이석배 퀀텀에너지연구소 대표와 협업을 지속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권 교수는 "사실 김 박사는 퀀텀에너지연구소에 출근하지 않은 지 2년도 더 됐다. 적(籍)만 두고 있었다. 지난 7월 논문 발표 전부터 이석배 대표와 갈등이 있었다"고 말했다.
컨텐츠하우스210은 충북방송 최대주주에 오른 지 18일 만인 지난 11월 28일 보유 주식 1358만 2287주 중 873만 6617주를 처분하며 차익을 실현했다. 대부업체 4곳 중 3곳에 담보로 맡긴 주식이 주가 급락으로 반대매매되면서다. 이날 오전 충북방송 주가는 장중 한때 하한가까지 기록했다.
컨텐츠하우스210은 지분율이 8.64%로 떨어지면서 최대주주 지위가 불안해졌다. 하지만 금전적으론 오히려 이익을 챙겼다. 반대매매 단가는 1927원이었다. 주식양수도계약 단가 1472.5원보다 30% 높은 가격이다. 결국 컨텐츠하우스210은 내년(2024년) 1월 8일 충북방송 최대주주 지위를 잃게 됐다. 9월 26일 공시한 100억 원 규모 유상증자 배정 대상자가 12월 13일 바뀌면서다.
당초 유상증자 배정 대상은 컨텐츠하우스210 대표 김완섭 씨가 지분 50%를 가진 퀀텀이구성장1호조합이었다. 퀀텀이구성장1호조합은 12월 13일까지 투자금액인 100억 원을 납입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납입 예정일에 유상증자 대상자가 바뀌었다.
새로운 유상증자 배정 대상자는 주식회사 그린비티에스와 퀀텀포트다. 배정 주식 수는 그린비티에스 623만 5828주, 퀀텀포트는 510만 2041주다. 유상증자가 내년 1월 8일 마무리되면 충북방송 주식 484만 5670주를 가진 컨텐츠하우스210은 최대주주에서 3대 주주가 된다. 충북방송은 두 달 만에 최대주주가 다시 바뀌게 됐다.
경영 공백이 발생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그린비티에스와 퀀텀포트는 충북방송 사내이사진 소유기 때문이다. 지난 11월 16일 충북방송 공동 대표이사로 선임된 정평영 대표는 그린비티에스 지분 40%를 갖고 있다. 충북방송 사내이사 권 교수는 그린비티에스 지분 20%, 퀀텀포트 지분 70%를 보유 중이다.
애초부터 컨텐츠하우스210이 재무적 투자자(FI), 정 대표와 권 교수 측이 전략적 투자자(SI)로 충북방송 M&A를 계획했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재무적 투자자가 기존 최대주주 지분을 매입해 주가가 급등하면 수익을 낸 뒤 전략적 투자자가 할인된 가격에 신주를 인수하는 방식은 과거 무자본 M&A에서 여러 차례 사용됐다.
컨텐츠하우스210은 충북방송 최대주주에 오르기 위해 200억 원을 동원했다. 이에 비해 정 대표와 권 교수 측은 절반인 100억 원으로 충북방송 최대주주에 오르게 됐다.
컨텐츠하우스210은 충북방송 잔여 지분 484만 5670주를 장내 매도하면 수익을 더 챙길 수 있다. 12월 13일 종가 2365원보다 낮은 주당 2000원에 팔아도 96억여 원을 챙긴다. 컨텐츠하우스210은 이미 반대매매로 인한 주식 처분으로 168억여 원의 수익을 냈다. 총 수익은 약 265억 원인 셈이다. 인수대금 200억 원과 비교하면 약 65억 원의 차익 실현이다.
컨텐츠하우스210은 충북방송 인수를 위해 동원된 껍데기 회사인 정황이 짙다. 컨텐츠하우스210 최대주주는 지분율이 99.97%인 김완섭 씨다. 김 씨는 9월 25일 충북방송과 주식양수도계약 직전 컨텐츠하우스210을 인수했다. 김 씨는 9월 19일 컨텐츠하우스210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이후 9월 22일 컨텐츠하우스210 자본금은 1000만 원에서 5억 1000만 원으로 늘었다.
방송법에 따라 케이블TV 방송사 최대주주가 되려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승인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충북방송 11월 8일 공고에 따르면 컨텐츠하우스210은 과기부에 최대주주 변경 승인 신청을 하지 않았다.
김 씨는 주식회사 O 인베스트 대표이사도 맡고 있다. O 인베스트는 법인등기부상 의학 및 약학 연구개발업 등을 사업목적으로 두고 있다. 하지만 회사 홈페이지조차 없는 등 아무런 정보도 검색되지 않는다.
O 인베스트의 흔적은 한 코스닥 상장사 2022년 감사보고서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해당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O 인베스트 실소유주는 과거 시세조종 혐의로 수사받던 중 해외로 도피한 적 있는 남 아무개 씨였다. 남 씨는 이후에도 여러 무자본 M&A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 씨가 현재도 O 인베스트를 소유하고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일요신문은 컨텐츠하우스210 대표 김 씨에게 무자본 M&A 의혹에 대해 묻고자 여러 차례 연락을 취했다. 김 씨는 충북방송 홍보대행사를 통해 12월 12일 "답변이 어렵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이에 앞서 권 교수는 12월 11일 언론 대상 설명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저는 컨텐츠하우스210과 전혀 관계가 없다. 같은 팀이 아니"라며 "조만간 정리가 돼야 하는 상황이다. 그런 내용은 이야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LK-99의 상온 초전도체 여부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권 교수는 지난 12월 11일 "LK-99는 초전도체라고 믿는다. 충분히 확인했다"고 자신했다. 국내외 다른 연구진이 LK-99 재현 실험에서 초전도성을 확인하지 못한 결과에 대해선 "한두 달이라는 기간에 확인한다는 건 매우 불가능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틀 뒤인 12월 13일 한국초전도저온학회가 꾸린 LK-99 검증위원회는 "LK-99 논문 데이터와 국내외 재현실험 연구 결과를 종합하여 고려해 보면 LK-99가 상온 초전도체라는 근거는 전혀 없다"고 발표했다. LK-99 검증위원회는 지난 8월부터 11월까지 세 차례에 걸쳐 LK-99 검증을 위한 시료 제공을 퀀텀에너지연구소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LK-99 검증위원회에 따르면 퀀텀에너지연구소는 해외 투고한 논문 심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면서 시료 제공이 불가하다고 답변했다.
남경식 기자 ngs@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