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광대 한방병원 테라피, 매일 운동코치 받는 웰니스 투어
#한방힐링센터에서 테라피 여행
갱년기에 들어선 중장년층을 위해 익산으로 떠난다. 그런데 익산엔 뭐가 있지? 사실 익산은 관광지로 유명한 지역은 아니다. 여행지로 이름 난 군산과 전주 사이에 끼어 있으니 관광객을 이쪽저쪽에 양보하기 일쑤고 특별한 관광지도 퍼뜩 떠오르지 않는다. 그런 익산을 여행지로 선택한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익산에는 양․한방이 결합된 원광대학교 한방병원이 있다. 이곳에서 중장년층을 위해 한방병원을 연계한 웰니스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W한방힐링센터에서 개인의 체질과 컨디션에 따른 맞춤 한방 처방이 진행되는데, 먼저 전문 장비로 동맥경화 위험도와 스트레스 정도 등을 측정한 후 온열 치료, 약족 치료 등을 하며 기혈순환과 면역력 강화를 돕는다. 한방 자원을 활용한 의료 케어로 몸의 회복과 쉼을 체험할 수 있다.
중장년기에 접어든 참가자들은 일단 건강에 관심이 많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우리나라 3대 생활병이라는 당뇨, 고혈압, 고지혈 등의 대사증후군을 흔하게 앓고 있고 개인에 따라선 신체적인 갱년기 증상이 심하거나 마음의 우울, 심리적 불안감을 호소하기도 한다. 그냥 경치를 구경하고 맛 집을 찾아가는 여행만으로는 어딘가 허전한 마음을 채우기 아쉬운 이유다.
이번 여행은 그런 중장년층의 몸과 마음을 살핀다. 최근 나이 듦의 신체적 변화를 본격적으로 체감하고 있다는 한 참가자는 “고지혈증 약을 몇 년째 먹고 있어서 혈관건강이 걱정되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했는데 이곳에서 동맥경화 위험도 검사를 하고 의사 상담까지 받을 수 있어서 다소 안심이 됐다”며 “병원은 보통 병이 생긴 후 찾아가 처방을 받게 되는 시스템인데 이곳에서는 건강한 상태에서도 현재 몸의 상황을 체크하고 한방으로 뜸과 온열치료까지 받을 수 있어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가자는 스트레스 정도를 측정하는 검사를 받은 뒤, 한방차를 마시고 족욕체험을 하면서 “병원이 아닌 스파에 온 듯 편안한 기분이 들면서 병원에 대한 친근감까지 생겼다”고 전했다.
#운동코치 동행 해 아침저녁 운동도
건강에 진심인 중장년층을 위해 이번 여행에는 운동코치도 동행했다. 일정 시작 전과 후인 아침저녁으로 전문 코치에게 운동 레슨을 받는다. 아침엔 조깅으로 시작하고 저녁엔 호텔 내 피트니스센터에서 스트레칭을 비롯해 런지와 스쿼트 등의 근력운동을 배운다. 일명 ‘원포인트 레슨’으로 30분~1시간가량 중장년층이 쉽게,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동작들을 어렵지 않게 알려준다. 여행 후 집으로 돌아서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알차다.
평소 유튜브를 틀어놓고 혼자 홈트(홈트레이닝)를 한다는 한 참가자는 “유튜브를 보고 동작을 따라하면서도 늘 긴가민가했는데 운동코치에게 PT를 받듯 평소 궁금했던 동작을 물어보고 조심할 점들을 체크하며 제대로 배울 수 있어서 좋았다”며 “보고 즐기는 여행도 좋지만 웰니스 프로그램을 곁들이니 여행이 더 풍성해진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이번 여행에 동행한 최재희 운동코치는 참가자들에게 “여러 동작을 이것저것 많이 하는 것보다는 스쿼트나 런지 같은 단순한 동작 하나라도 정확히 배워서 일상에서 매일 실천하는 게 관건”이라며 “운동은 어쩌다 한 두 번이 아니라 밥 먹듯 잠자듯 평소 꾸준히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2박 3일간 아침저녁으로 운동코치와 함께 한 운동 루틴이 참가자들에게 작은 운동 습관을 들이는 동기부여가 됐다. 특히 본격적으로 근 손실이 시작되는 중장년층에게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근육운동을 배워보는 시간이 실용적이다.
#관광하는 오후, 저녁엔 팜 파티
건강도 좋지만 익산의 대표적인 관광지를 빼놓고 가기는 아쉽다. 익산의 자랑이자 유네스코 세계유산 백제역사유적지구의 미륵사지를 해설사의 설명을 곁들여 관람한다. 미륵사지는 백제 30대 무왕이 세운 국가 사찰로 미륵사지 석탑을 통해 목탑에서 석탑으로의 변화 과정과 당시 국제교류의 흔적을 엿볼 수 있다. 국립익산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1만 9000여점의 미륵사지 출토 유물도 관람할 수 있다.
메타세쿼이아길이 특히 아름다운 아가페 정원 산책은 마음에 평화를 준다. 아가페 정원은 사회복지시설인 ‘아가페 정양원’이라는 무료 요양원으로도 사용되고 있는데 이곳의 정원이 워낙 아름답게 가꿔져 있어 지금은 익산의 대표 힐링 정원으로도 이름 나 있다. 입장료는 따로 없으며 다양한 꽃과 나무가 심겨진 정원에서 이국적인 정취를 한껏 느끼며 산책을 즐길 수 있다.
일제강점기 수탈의 흔적을 간직하고 있는 춘포마을도 지역 명소다. 호남평야와 봉개산, 만경강이라는 아름다운 자연환경속의 춘포는 과거 일본 농업이민자들과 조선 농민들이 섞여 살던 마을로 곳곳에 일본인의 집이었던 적산가옥과 쌀도정 공장 등이 남아있다.
마을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폐역이라는 춘포역이 있다. 1914년부터 2011년까지 97년간 기차가 다녔던 폐역에서 기념사진도 한 장 남긴다. 고향으로 돌아온 청년들이 운영해 춘포청년회관이라고도 불리는 카페춘포에서 여유롭게 차 한 잔 마시고 민박도 할 수 있다. 춘포마을을 둘러싼 만경강 갈대밭은 고요히 사색에 잠긴 채 산책하기 좋다.
밀새싹을 직접 키워 새싹차를 만드는 왕궁굿파머스에서는 밀새싹으로 차 만드는 체험도 해본다. 밀싹을 녹찻잎처럼 여러 번 덖고 말리고를 반복하다가 로스팅한 밀싹씨앗과 섞으면 구수한 밀새싹차가 탄생한다. 의학박사이기도 한 대표가 밀싹의 효능을 설명해 주고 차 만드는 방법을 안내하니 더 믿을 만하다.
저녁엔 농원에서의 팜파티가 이어진다. 크리스마스 장식품을 만들고 야외 잔디밭에서 군고구마와 차를 즐기며 편안하게 겨울의 분위기에 흠뻑 젖어보는 시간이다.
#로컬 콘텐츠로 놀맨살맨
시니어를 대상으로 웰니스 프로그램을 큐레이션 하는 플랫폼 ‘노는 법’의 허정 대표는 “중장년층들이 갱년기에 접어들면서 나타나는 신체적 변화와 심리적 어려움의 극복을 돕기 위해 ‘노는법’에서 또래 친구들을 소개해 주고, 코칭 프로그램으로 갱년기를 극복 하는 방법을 제시한다”며 “로컬 농가를 방문해 힐링 콘텐츠를 체험하는 프로그램이 많다”고 전했다.
이번 여행을 기획한 익산문화관광재단은 지역 내 매력적인 자원을 발굴해 지역 내 기관과 협업 하는 방식으로 익산의 여러 문화관광체험 상품을 개발하고 있다. 이번 ‘힐링 투 익산’ 여행도 그 일환이다. 익산의 숨겨진 관광자원을 발굴하고 연결해 방문자들에게 삶의 쉼과 회복을 느낄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50~60대 참가자들이 은퇴 후 제2의 삶의 터전으로 익산을 떠올릴 수 있도록 귀농인들의 삶을 엿보는 프로그램도 있다. 서울에서 KTX로 1시간 15분밖에 안 걸리는 익산은 생각보다 더 가까이 있다.
이송이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