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부재 속 보이그룹 정상 누구 손에…‘블핑’ 여동생 그룹 ‘베몬’과 현지화 K팝 그룹 흥행 여부 주목
#BTS 없는 K팝 보이그룹 정상은 누구 손에?
그야말로 K팝의 ‘전설’이 된 BTS 멤버 7명 2023년 12월 기준으로 전원 입대하면서 당분간 ‘톱’의 자리는 공석으로 남는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이들의 입대 소식을 전하면서 전역 후 완전체 재결합 콘서트가 열리려면 최소 1년 6개월, 약 547일, 1만 3128시간, 4700만 초가 걸린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 긴 시간 안에 그들의 빈자리를 채워 넣을 후발주자에 당연히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외신은 일찍이 JYP엔터테인먼트(JYP엔터)의 8인조 보이그룹 스트레이 키즈(Stray Kids)를 주목한 바 있다. 4세대 보이그룹의 패권을 차지한 뒤 해외 팝 시장에서 먼저 두각을 드러냈던 스트레이 키즈는 2022년 3월 6번째 미니 앨범 ‘ODDINARY’(오디너리)로 빌보드 200(전 장르 앨범과 EP 판매량 및 스트리밍을 집계하는 빌보드의 메인 차트) 진입과 동시에 1위에 올랐다.
이후 2022년 10월 미니 7집 ‘MAXIDENT(맥시던트)’, 2023년 6월 정규 3집 ‘★★★★★(5-STAR, 파이브 스타)’, 같은 해 11월 미니 8집 ‘樂-STAR(락 스타)’까지 네 작품이 연달아 빌보드 200 진입과 함께 최정상 고지를 밟는 진기록을 세웠다. 빌보드 200에 차트 진입한 네 앨범이 연속으로 1위를 차지한 K팝 그룹은 BTS와 스트레이 키즈, 두 팀뿐이다. 앞서 포브스 역시 스트레이 키즈에 대해 “BTS에 이어 ‘빌보드 200’ 차트에서 가장 많은 1위를 달성한 K팝 아티스트”로 소개하기도 했다.
해외 K팝 신이 주목하고 있는 또 다른 그룹으로는 8인조 보이그룹 에이티즈(ATEEZ)가 있다. 중소 규모 기획사 KQ엔터테인먼트 소속이지만 막강한 해외 팬덤을 바탕으로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였던 2020년부터 K팝 신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특히 쟁쟁한 대형 기획사 소속 그룹들을 제치고 2022년부터 빌보드 200 차트 최상위권에 이름을 올려 이슈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이어 2023년 12월 1일 발매된 정규 2집 ‘THE WORLD EP. FIN: WILL(더 월드 에피소드 파이널: 윌)이 중소 기획사 그룹 최초로 빌보드 200 차트 1위에 랭크되는 기염을 토했다. 초대형 자본이나 투자 없이 해외 팬덤의 인기만으로 놀랄 만한 기록을 경신하고 있는 만큼 이 같은 해외 성적과 인기가 국내로 역수입된다면 에이티즈 역시 4세대 보이그룹 최정상의 자리를 노려볼 법하다.
#여전한 ‘걸그룹 천하’, 대형 신인 주목도는?
YG엔터테인먼트(YG엔터)의 사실상 유일한 ‘캐시카우’였던 걸그룹 블랙핑크가 장장 5개월간 이어진 진통 끝에 재계약을 마쳤다. YG엔터는 물론, 투자자들도 한시름 놓는 분위기지만 이들의 재계약이 블랙핑크로서의 완전체 그룹 활동에만 한정돼 있기 때문에 재계약 전만큼의 YG엔터-블랙핑크 시너지 효과는 누리지 못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블랙핑크의 부재를 우려한 YG엔터는 다소 성급하게 이들의 여동생 그룹인 베이비몬스터(BABYMONSTER)를 론칭하고 나섰다. 각종 오너리스크로 얼룩진 양현석 YG엔터 총괄 프로듀서가 전면에 나서 홍보했음에도 큰 이슈가 되지 못한 채 ‘내부 사정’을 이유로 9월 데뷔가 연기됐던 베이비몬스터는 2달 뒤인 11월 27일 데뷔 디지털 싱글 ‘BATTER UP(배터 업)’을 들고 대중 앞에 섰다.
YG엔터 소속으로 7년 만에 나온 걸그룹이라는 점, 블랙핑크의 뒤를 이을 것으로 기대된다는 점 등으로 관심을 끌면서 K팝 데뷔곡 뮤직비디오 최단 기간 조회수 1억 뷰를 기록하는 등 초반 이슈는 어느 정도 선점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신인 걸그룹으로서의 신선한 이미지를 부각시키지 않고 YG엔터의 고질적인 색채만을 고집하고 있다는 점으로 인해 ‘보급형 블랙핑크’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혹평도 이어졌다. 더욱이 아직 4세대~4.5세대 인기 걸그룹이 선호도 최상위권을 수성하고 있고 블랙핑크의 완전체 활동도 지속된다면 그 후발주자이면서도 뚜렷한 차별점을 갖지 못한 베이비몬스터에게 향하는 주목도는 낮아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2024년 K팝 신은 여전한 ‘걸그룹 천하’를 예측하게 한다. SM엔터테인먼트(SM엔터)의 에스파(Aespa), 하이브 산하 소스뮤직의 르세라핌(LE SSERAFIM)과 어도어의 뉴진스(NEW JEANS), 스타쉽엔터테인먼트의 아이브(IVE) 등 2020년대 K팝 최상위권을 장식한 걸그룹이 내년에도 무난한 활동을 이어갈 전망이다. 이들 틈새에서 신인 걸그룹이 국내외 어느 정도의 성적을 올릴 수 있을 것인지에 관심이 집중된다.
#K멤버 없는 K팝, 새로운 파도 될까
K팝의 무대가 세계로 향하면서 한국인 멤버가 없는 ‘현지화 글로벌 K팝 그룹’의 활동 도 또 다른 주목을 받고 있다. 먼저 대형 기획사 가운데 가장 글로벌 활동에 힘을 쏟고 있는 JYP엔터 소속으로 전원 일본인 멤버로 이뤄진 걸그룹 니쥬(NiziU)가 지난 10월 30일부터 한국에서 정식 활동을 시작했다. 이와 더불어 JYP엔터의 또 다른 신인 걸그룹 비춰(VCHA)는 2024년 1월 26일 미국에서 정식 데뷔한다. 각각 일본, 미국에 거점을 둔 현지화 그룹으로 일부 이중국적자를 제외하면 ‘한국인 멤버 없는 K팝 그룹’으로 알려져 있다.
SM엔터 역시 글로벌 시장에서 활동할 영국 신예 보이그룹을 제작하기 위해 ‘브리튼스 갓 탤런트’ 등 유명 TV 프로그램을 제작한 현지 엔터테인먼트 기업 문앤드백(MOON&BACK)과 전략적 협약 체결식을 가졌고, 하이브와 유니버설 뮤직 그룹의 합작사인 하이브 유니버설도 미국 현지화 걸그룹 캣츠아이(KATSEYE)를 2024년 미국에서 데뷔시킬 예정이다.
한국 내, 또는 동북아시아 일부 국가에서만 소비돼 왔던 K팝이 세계무대에서 두각을 내기 시작한 것이 ‘K팝 두 번째 물결’이었다면, 세 번째의 거대한 물결은 ‘100% 현지화’가 되는 셈이다. 이전에도 몇 차례 시도가 있긴 했지만 큰 성공은 거두지 못했던 만큼, 이번 파도를 타고 ‘K 멤버 없는 K팝’이 글로벌 무대에서 어느 정도로 힘을 쓸 수 있을지가 2024년 K팝 신의 가장 큰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