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개월 만에 ‘빌보드 200’ 진입 앨범 4연속 1위…“JYP의 해외 팬덤 선점 전략이 성장 발판”
해외 팝 시장에서 먼저 두각을 드러냈던 스트레이 키즈가 11월 10일 선보인 새 미니 앨범 ‘樂-STAR’(락스타)는 발매 첫 주 미국에서만 22만 4000장의 판매고를 올리면서 11월 25일자 ‘빌보드 200’ 1위에 등극했다. 빌보드 200은 모든 장르의 앨범과 EP 판매량 및 스트리밍을 집계하는 메인 차트다.
2022년 3월 ‘ODDINARY’(오디너리)로 해당 차트 진입과 동시에 1위에 올랐던 스트레이 키즈는 같은 해 10월 ‘MAXIDENT’(맥시던트), 2023년 6월 ‘★★★★★ (5-STAR, 파이브스타)’에 이어 ‘樂-STAR’까지 네 작품이 연달아 빌보드 200 진입과 동시에 최정상 고지를 밟는 진기록을 세웠다. 이어 앨범 타이틀곡 '락(樂)'이 빌보드 '핫 100' 90위에 오르면서 해당 차트 커리어 첫 진입이자 K팝 4세대 보이그룹 최초로 진입에 성공했다.
‘빌보드 200’에 차트 진입한 네 앨범이 연속으로 1위를 차지한 K팝 그룹은 방탄소년단과 스트레이 키즈 두 팀뿐이다. 특히 차트 진입한 모든 앨범이 1위로 등극한 K팝 그룹은 스트레이 키즈뿐인 것으로 알려졌다. 첫 ‘빌보드 200’ 1위를 달성한 2022년 3월부터 2023년 11월까지 약 20개월 동안 이뤄낸 이 같은 성적표는 K팝 기준 가장 빠른 속도다. 또 전세계적으로도 16개월여가 걸린 미국 싱어송라이터 테일러 스위프트를 잇는 두 번째 기록이다.
스트레이 키즈는 빌보드의 벽을 무너뜨린 최초의 K팝 그룹인 방탄소년단의 뒤를 이을 차세대 K팝 스타로 꼽힌다. 앞서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뱅크 오브 캘리포니아 스타디움(BMO Stadium)에서 단독 공연을 개최하며 K팝 보이그룹 사상 두 번째로 미국 스타디움에 입성해 매진을 달성하는 한편, 데뷔 첫 돔 투어의 일환으로 후쿠오카 페이페이 돔, 반테린 돔 나고야, 교세라 돔 오사카, 도쿄돔까지 K팝 4세대 보이그룹 최초로 일본 4대 돔 공연장 입성과 동시에 전 좌석 매진 행렬을 이뤄냈다. 11월 19일 개최된 ‘2023 빌보드 뮤직 어워즈’ 퍼포머 공연 역시 방탄소년단에 이어 쓴 새로운 K팝 역사였다.
또한 스트레이 키즈는 일본 최고 권위의 연말 방송 프로그램인 NHK '홍백가합전'에 출연할 예정이다. 올해 홍백가합전에는 스트레이 키즈 외에도 르세라핌, 세븐틴, 니쥬 등 K팝 그룹이 대거 출연한다(관련 기사 ‘K팝이 6팀이나…’ 일본 NHK 홍백가합전 시청률 승부수 막후).
스트레이 키즈를 일찍이 주목했던 외신도 그들의 성장세를 눈여겨보고 있다. 포브스는 스트레이 키즈에 대해 “방탄소년단에 이어 ‘빌보드 200’ 차트에서 가장 많은 1위를 달성한 K팝 아티스트”로 소개하며 이들의 신곡 ‘락(樂)’이 ‘핫 100’ 차트에 첫 입성하면서 지난 한 주간 미국에서 가장 큰 사랑을 받은 노래 가운데 하나가 됐다고 조명했다.
실제로 11월 21일 공개된 빌보드의 2023년 연말 결산 차트(YEAR-END CHARTS)에 따르면 스트레이 키즈가 6월 발매한 정규 3집 ‘★★★★★(5-STAR, 파이브스타)’는 앨범 종합 차트인 ‘빌보드 200 앨범’ 82위를 차지해 K팝 아티스트 가운데 가장 높은 순위에 안착했다. 이와 더불어 ‘월드 앨범 아티스트’ ‘월드 앨범’ ‘톱 앨범 세일즈 아티스트’ ‘톱 커런트 앨범 세일즈’ ‘톱 앨범 세일즈’ ‘빌보드 200 아티스트’ 등 각종 차트의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빌보드 연말 결산 차트는 한 해 동안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앨범, 노래, 가수를 선정하는 차트다. 집계 기간은 2022년 11월 19일부터 2023년 10월 21일까지다.
이 같은 스트레이 키즈의 약진에는 소속사인 JYP엔터테인먼트의 철저한 해외 시장 마케팅이 큰 몫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걸그룹 트와이스(TWICE)와 더불어 JYP엔터테인먼트 소속 그룹 가운데 해외 인기의 쌍두마차로 여겨지는 스트레이 키즈는 2018년 데뷔 후 다양한 각종 자체 영상 콘텐츠를 통해 해외 팬들과 꾸준한 소통을 이뤄왔다. 해외 팬들이 가장 걸림돌로 꼽는 ‘언어 장벽’ 역시 한국의 현재 유행어까지 완벽하게 번역한 자막으로 허들을 낮추며 더욱 많은 국가의 K팝 팬 유입을 이끌어 냈다.
이와 더불어 자사 아티스트들의 미국 진출을 늘 꿈꿔왔던 JYP엔터테인먼트의 숙원을 풀 듯, 2022년 3월 설립된 북미법인 JYP USA를 통해 북미 거점을 구축하며 더욱 넓어질 활동 스펙트럼을 예고하고 나선 상태다. 미국 최고의 레이블로 꼽히는 리퍼블릭 레코드와 형성한 긴밀한 협력 체제가 트와이스에 이어 스트레이 키즈로까지 시너지 효과를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 역시 스트레이 키즈의 빠른 성장에 일찍이 해외 팬덤을 주목한 소속사의 선구안이 영향을 끼쳤다고 평가했다. 한 엔터계 관계자는 “‘K팝’과 ‘팝’의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4세대부터는 국내에서 먼저 충분히 인기를 끌어야만 해외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공식이 깨진 상태”라며 “빌보드 차트 진입 여부가 인기와 성공의 척도 중 하나가 된 지금의 K팝 시장에 비춘다면 스트레이 키즈는 초반부터 국내보다 해외 팬덤 인기를 선점하고 나선 것이 성장의 가장 큰 발판이 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성장 후 선보일 영역이 더욱 넓어진 상태에서 아직 소속사와의 전속계약 기간이 남아있는 점, 입대까지도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점, 새로운 유닛 활동도 기대해 볼만하다는 점 등은 앞으로의 활동 호재로 꼽힌다. 앞선 관계자는 “해외 팬덤은 무조건 완전체 활동만을 원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스트레이 키즈의 팬덤은 각 멤버들에 대한 애정도 굉장히 크기 때문에 군백기(입대 공백기)로 개별 활동이 이뤄진다 하더라도 인기가 분산되지 않을 것”이라며 “JYP 소속으로 활동할 기간이 비교적 길게 남은 상태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룬 만큼 2024년부터 더 전폭적인 지원이 이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