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SBS 주말 드라마 <다섯손가락>은 첫 방송 이후 꾸준히 각종 논란에 휘말리며 화제를 양산하고 있다. 드라마가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좋은 방향으로 화제를 양산하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다섯 손가락>은 반대로 각종 논란을 야기하며 논란의 주인공이 되고 있다. 이는 결국 시청률 하락으로 이어졌고 초반부 아역 배우들의 출연 분량에서 쾌조의 스타트를 끊었던 <다섯 손가락>은 결국 지난 16일 방영분에서 시청률이 한 자릿수로 하락하고 말았다. 반면 경쟁작 MBC 주말 드라마 <메이퀸>은 17.7%(AGB닐슨미디어리서치 집계)로 상승세를 이어갔다.
그 시작은 ‘함은정 하차 논란’이었다. 화영 탈퇴로 시작된 티아라 논란이 결국 함은정의 드라마 하차로 이어졌는데 아역 출연 분량이 거의 끝나가는 상황에서 여주인공이 돌연 하차하게 된 터라 드라마는 상당히 혼란스러운 상태에서 성인 분량을 시작했다.
함은정 하차 논란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한연노)이 ‘계약 추가·변경 합의서’를 공개한 것. 이는 ‘프로그램 제작 및 방영 과정에서 티아라 사건으로 인해 제작지원사 및 협찬사에 손해를 끼칠 경우 함은정 측이 이에 대한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일종의 이면합의서였다. 이로 인해 <다섯손가락>은 ‘이면합의서 논란’에 휘말려야 했다.
함은정을 대신해 캐스팅 된 배우는 진세연이었다. 그렇지만 당시 진세연은 KBS 수목 미니시리즈 <각시탈>에 출연 중이었다. 진세연의 겹치기 출연 사실이 알려지자 KBS 드라마국은 타사 미니시리즈 출연 배우를 주말 드라마에 캐스팅한 SBS에 대해 공개적으로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다. 함은정 하차 논란이 이면합의서 논란으로 확산되더니 ‘겹치기 출연 논란’까지 야기한 셈이다.
게다가 한 블로그의 글을 통해 <다섯손가락>은 김주연 작가의 소설 <살인광시곡>을 표절했다는 표절 시비에 휘말리게 된다. 악재의 연속인 셈. 이렇게 불거진 ‘표절 의혹 논란’은 제작진의 강경 대응으로 잠잠해지는 분위기였다. <다섯손가락>의 강신효 CP가 “어느 곳에서나 나올 수 있는 구성요소를 몇 가지 나열하고는 이를 표절로 몰아가는 몰염치함이었다”라며 “이상 이런 논란이 확산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계속 하실 거라면 신속히 법적절차를 밟으시고 중단하실 거라면 자제해 달라”며 강경 대응을 보인 것.
상황이 이렇게 되자 김주연 작가는 ‘중단’이 아닌 ‘계속’으로 대응 방침을 정했고 신속한 법적절차 대신 SBS 우원길 사장에게 편지를 보내는 직접적인 행동에 나서게 됐다. 김 작가는 처음 <다섯손가락>의 외주제작사 예인E&M 대표 만남부터 한 블로거가 표절의혹을 제기하면서 강 CP가 표절에 대한 공개 입장을 밝힌 과정까지를 담담하게 편지에 써 내려갔다.
편지에서 김 작가는 “저는 그저 양자 간의 대화를 통해 확인을 거치고 싶었습니다. 확인을 위해 SBS나 <다섯손가락> 제작진 가운데 한 분께서 제게 연락을 해서 대화를 나누었어야 맞지 않을까요?”라며 “아무 연락도 받지 못한 상태에서 ‘몰염치’하고 ‘무지’한 사람으로 대중에게 노출되고 일방적으로 몰린 상황이 되어 버렸습니다. 이제 입장 표명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됐습니다”라고 밝혔다.
어찌 보면 <다섯손가락>을 둘러싼 논란은 여주인공이던 함은정의 돌연 하차와 소설 <살인광시곡>과의 표절 논란, 이 두 가지뿐이다. 그렇지만 SBS와 제작진이 이들 논란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면서 김 작가가 SBS 사장에게 공개서한을 보내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적절치 못한 대응이 논란에 논란을 야기하는 상황을 초래한 것.
이제 <다섯손가락>을 둘러싼 논란은 다섯 손가락으로 세기도 힘들 만큼 많아져 버렸고 시청률은 열손가락이면 충분한 한 자릿수로 추락해 버렸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