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 잠룡 부상, 총선 참패 시 치명상 불가피…비호감 여론 및 여러 의혹 검증도 시험대
이 발언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총선 출사표라고 해석했다. 또 한동훈 위원장 전국 순회를 두고 검찰총장직을 내려놓기 직전 윤석열 대통령의 모습을 답습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2021년 3월 4일 검찰총장직 사의 표명 전 전국의 대구·대전·광주 등 지방 검찰청을 순회하며 세를 과시했다.
한 위원장의 정치권 등판은 이미 법무부 장관 내정 때부터 어느 정도 예고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당선 한 달 만인 2022년 4월 13일 최측근으로 알려진 한동훈 당시 사법연수원 부원장을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지명했다. 역대 최연소 법무부 장관이자, 윤석열 정부 최연소 국무위원이었다. 당시 윤 대통령은 한 위원장에 대해 “20여 년간 법무부와 검찰의 주요 요직을 두루 거쳤고, 수사와 재판, 검찰 제도, 법무행정 분야의 전문성을 쌓아왔다”며 “앞으로 법무행정의 현대화,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사법시스템을 정립하는 데 적임자라고 판단했다”고 소개했다.
한 위원장은 후보자 인사청문회부터 야당 의원들과 충돌했다. 한 위원장은 인사청문회 모두발언에서 시행을 앞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에 대해 “국민적 우려가 큰 상황”이라며 “부패한 정치인과 공직자의 처벌을 어렵게 하고, 그 과정에서 국민이 보게 될 피해는 너무나 명확하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검수완박 법안은 제도용어·법률용어도 아니고 정치적 선동언어였다. 그것을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된 분이 아주 뻔뻔하게 쓰고 있다”고 했다. 야당 의원들이 한 위원장을 둘러싼 의혹들과 관련된 자료제출 누락을 강도 높게 질타하자, 한 위원장은 “과거 법무부 장관들이 냈던 기준에 정확하게 부합해 제출했다”고 반박했다.
8월 21일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최강욱 당시 민주당 의원과 한 위원장이 벌인 설전은 아직도 회자된다. 최강욱 의원은 검찰 업무추진비 관련 질의를 하다가 한 위원장 답변 태도를 문제 삼으며 “법무부 장관은 국회에 출석해서 발언하는 의미나 이유에 대해 좀 생각하고, 태도를 무겁게 했으면 좋겠다”며 “그러니까 자꾸 ‘깐죽거린다’는 소리를 듣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한 위원장은 김도읍 법사위원장에게 “항의를 할 수밖에 없다. 사과하지 않으면 답변하지 않겠다”고 문제 제기하며 “국회의원이 갑질하자고 앉아있는 자리가 아니다. 갑질을 하면서 막말할 권한이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 의원들과 공방을 벌일수록 한 위원장의 존재감은 커졌다. 한 위원장은 지난 11월 22일 국회를 방문한 자리에서 “나는 ‘스타 장관’이 아니다”라며 “국민의힘이 나를 띄운다는 것에 공감할 분은 많지 않을 것 같다. 다만 민주당이 나를 띄운다는 점에는 많은 분이 공감할 것”이라고 했다.
한 위원장의 향후 행보를 두고는 전망이 분분하다. 비대위원장 발탁으로 비례를 받을 가능성이 높지만 전격적으로 수도권 등에 출마할 것이란 얘기도 가라앉지 않는다. 국민의힘 수도권 한 당협위원장은 “내년 4월 총선에 최대 격전지는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이다. 현재로서는 수도권 싸움이 국민의힘에 어려운 것도 사실”이라며 “한 위원장은 여권에서 차기 대권주자로 가장 높은 지지율을 보이는 등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수도권에서 출마하면 국민의힘 바람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반면 ‘비윤계’로 분류되는 여권 관계자는 “내년 총선은 ‘윤석열 정부 중간 평가’ 성격이다. 국민의힘이 어렵다고 하는 것도 윤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이 30%대로 낮기 때문”이라며 “한 위원장은 ‘윤 대통령 황태자’ 이미지가 강하다. 그런 인물이 국민의힘 선거운동 전면에 나서면 총선에 도움이 되겠느냐”고 우려했다. 이어 “한 위원장이 총선에서 승리하려면 윤 대통령과 대척점에 서고, 더 나아가 현 권력에 맞서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런데 한 위원장이 그런 면모를 보여줄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한 위원장이 국회에 입성할 경우 여권 내 대권주자로 입지는 더욱 굳건해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는 총선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성적을 거뒀을 때를 전제로 한다. 패배하면 한 위원장 역시 치명상을 입게 된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비토 기류가 커질 수밖에 없고, 이는 한 위원장에게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한 위원장 개인으로서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호감 못지않게 높은 비호감이다. 한 위원장의 확장성에 의문부호를 다는 이들이 많은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엠브레인퍼블릭이 YTN 의뢰로 11월 19~20일 이틀간 실시한 ‘한동훈 장관 출마’ 관련 여론조사 결과 ‘여당의 선거에 도움이 될 것’과 ‘여당 선거에 도움 되지 않을 것’이 각각 42%와 41%로 팽팽하게 맞섰다.
피플네트웍스리서치(PNR)가 뉴데일리 의뢰로 10월 16~17일 양일간 시행한 여론조사에서도 ‘한 장관 출마 여부’ 관련 문항에서 ‘반대한다’가 58.0%로 절반을 넘었다. 반면 ‘찬성한다’는 32.3%에 그쳤다(이상 여론조사 자세한 사항은 각 여론조사기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 위원장이 막판까지 총선 출마 여부, 지역구 선택 등에 고심을 거듭하는 이유도 여론조사 결과가 좋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전언이다.
윤석열 정부의 인사검증 실패 책임론에서도 한 위원장은 자유로울 수 없다. 윤석열 대통령은 2022년 5월 취임과 동시에 청와대 민정수석실을 폐지하고, 6월 법무부 산하 인사정보관리단을 신설해 공직자의 인사검증 기능을 맡게 했다.
이에 대해 한 위원장은 “공직자에 대한 검증이 정치적 득실의 영향 하에 밀실에서 이뤄진다는 과거 민정수석실에 대한 비판에서 벗어나, 통상의 부처 업무에 편입시킴으로써 인사검증의 투명성을 획기적으로 제고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또한 “임명이 잘못됐을 땐 내가 오롯이 욕을 먹어야 한다”며 “국민적 지탄이 커지면 내가 책임져야 할 상황도 생기지 않겠나”라고 책임을 강조했다.
하지만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의 인사검증 ‘1호’였던 송옥렬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부터 과거 서울대 교수 재직 시절 학생들을 대상으로 성희롱 발언을 한 사실이 드러나 청문회장에도 들어서지 못하고 자진사퇴했다.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는 본인이 창업한 회사 ‘주식 파킹’, 성차별적 발언, 김건희 여사와의 친분 등 각종 논란으로 결국 자진사퇴했다.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역시 부동산 투기 및 농지법 위반, 비상장주식 미신고 및 배당금 수령, 아들의 김앤장 특혜 인턴 등 의혹이 불거져, 국회 본회의에서 임명동의안이 부결됐다.
이외에도 인사정보관리단에서 인사검증을 했지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각종 문제가 드러나 인사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고 임명 강행된 윤석열 정부 내 고위 공직자가 10명에 달한다. 뿐만 아니라 정순신 전 국가수사본부장, 이동관 전 방송통신위원장, 김승희 전 대통령실 의전비서관, 김명수 합참의장 등 자녀들의 학폭 문제가 연이어 터져 나왔다.
투명성을 위해 신설했다는 한 위원장 발언과 달리, 인사정보관리단은 현재 일체의 내용이 베일에 가려져 있다. 몇 명의 후보자를 검증했는지, 결과가 어땠는지, 인력 운용과 현황 등 ‘업무 매뉴얼’ 자료를 국회가 요구했지만 법무부는 거부하고 있다.
본인을 둘러싼 각종 의혹도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수 있다. 앞서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자녀의 논문 대필과 봉사활동 스펙 부풀리기, 검찰 재직 당시 수사, 검언유착 등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임명직 국무위원과 선출직 국회의원은 검증의 수준이 다르다. 특히 한 위원장은 대권주자로 분류되는 인물 아닌가. 내년 총선에 출마하면 본격적인 검증에 들어가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야권 한 전략통의 말이다.
“한 위원장은 본인을 띄운 게 민주당이라고 말하지만, 정작 본인이 민주당을 공격하며 스스로 존재감을 알리고 있다. 문제는 그게 전부라는 거다. 민주당을 향한 공격이 한 위원장 본인과 윤 대통령에게 돌아오고 있다. 한 위원장이 이재명 대표를 향해 ‘잡범’ ‘중대범죄 혐의자’라고 비판했다. 자연스럽게 한 위원장 처남의 후배 검사 성폭행 사건과 사건 무마가 떠오른다. 이 대표를 향해 ‘세금으로 샴푸 사고, 소고기 초밥 먹었다’고 지적했다. 이는 바로 윤석열 대통령의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한우 소고기집 업무추진비 지출 역공으로 돌아왔다. 자신만의 생각과 철학을 가져야 정치권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