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당한 개인” 당 차원 사과 안해 비판론…의원들 20명 줄소환 시 공천 내홍 불거질 수도
서울중앙지법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2월 18일 송 전 대표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밤 11시 59분쯤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유창훈 부장판사는 “피의자가 거액의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하고 당대표 경선과 관련한 금품수수에 일정 부분 관여한 점이 소명되는 등 사안이 중하다”며 “인적·물적 증거에 관해 수사과정에서 확인된 피의자의 행위 및 제반 정황에 비춰 증거인멸의 염려도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검사 최재훈)는 12월 13일 불법 정치자금 수수, 제3자 뇌물수수, 정당법 위반 등 혐의로 송 전 대표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에 따르면 송 전 대표는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둔 지난 2021년 3월에서 4월 국회의원 교부용 돈봉투 20개를 포함, 총 6650만 원을 당내 의원 및 지역본부장들에게 살포하는 과정에 개입한 혐의를 받는다. 이를 위해 송 전 대표가 스폰서로 지목된 사업가 김 아무개 씨, 이성만 의원으로부터 각각 부외 선거자금 5000만 원, 1000만 원을 받았다는 것이다. 검찰은 송 전 대표가 의원용 돈봉투가 살포된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회의실에서 열린 의원 모임에 참석했다는 관련자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송 전 대표는 지난 2020년 1월~2021년 12월 외곽 후원조직인 ‘평화와 먹고사는문제연구소(먹사연)’를 통해 기업인 등 7명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총 7억 6300만 원을 받은 혐의도 있다. 검찰은 송 전 대표가 직접 기업인의 공장을 방문한 이후 먹사연에 후원금 송금이 이뤄지는 등 송 전 대표와 만남 전후로 후원이 이뤄진 정황을 다수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박용하 전 여수상공회의소 회장으로부터 받은 4000만 원은 소각 처리시설 인·허가 로비 대가로 받은 뇌물이라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송 전 대표 구속은 지난 4월 이른바 ‘이정근 녹취록’에서 시작된 돈봉투 수사가 본격화된 지 8개월여 만이다. 송 전 대표는 검찰의 압박이 들어오자 프랑스 파리에서 일정을 앞당겨 귀국, “주변 사람 말고 나를 구속하라”며 두 차례 자진출석했으나 검찰 거부로 무산됐다. 이후 지난 12월 8일 첫 피의자 조사를 받았다.
구속영장 기각을 자신하던 송 전 대표는 법원 설득에 실패하면서, 정치인생 최대 위기에 내몰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일단 민주당은 송 전 대표에 대해 “탈당한 개인”이라며 “민주당 공식 입장은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하지만 전직 당 대표의 구속에 대해 사과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 여론이 적지 않아 향후 부담이 될 전망이다.
검찰은 사건의 최종 책임자로 지목된 송 전 대표 신병을 확보하면서, 돈봉투 수수 의원 규명을 위한 수사 동력을 확보하게 됐다. 현재까지 특정된 수수 의원은 무소속 이성만 의원과 민주당 임종성·허종식 의원 등 3명이지만, 수사 상황에 따라 최대 20명에 달하는 민주당 의원들이 줄소환될 가능성도 있다.
민주당 내에선 송 전 대표 구속 후폭풍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송 전 대표 상황을 잘 아는 정치권 관계자는 “송 전 대표는 돈봉투 수사가 시작되고 정치 검찰 수사에 비판 목소리를 내면서 이미 구속영장 청구도 어느 정도 각오하고 있었다. 법원에서 법리로 싸워나가겠다는 생각”이라며 “만약 법원에서 검찰과 싸워 승리하면 정치적 체급이 더 높아질 수 있다”고 했다.
민주당 한 관계자 역시 “돈봉투 수사는 이미 지난 4월부터 8개월을 끌어온 사안이다. 검찰이 자신이 있었으면 먹사연 관련 별건 수사를 하지 않고 진즉 송 전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았겠느냐. 돈봉투 수수 의원도 아직까지도 냄새만 피우고 수사를 안 하고 있다. 이거야말로 한동훈 장관이 말한 ‘선전·선동하기 좋게 시점을 특정한 수사’”라며 “국민들이 이미 피로감을 느끼고 관심에서 멀어진 이슈라 큰 여파는 없으리라 본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민주당 의원들의 검찰 줄소환이 현실화되면 민주당엔 총선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특히 내년 총선 공천을 앞두고 내홍의 빌미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일부 언론에 따르면 민주당은 앞서 내년 총선 공천 관련 진행한 국회의원 현역 평가에서 ‘돈봉투 수수 의혹’을 받고 있는 의원들의 점수는 깎지 않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세부 규정에 의원이 기소됐거나 5대 비위사건(성희롱·갑질·음주운전·채용비리·금품수수)에 연루된 경우 감산하라 명시돼있는데, 평가위 측이 “이번 돈봉투 사건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다”고 전해진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앞서 돈봉투 사건이 불거지자 송 전 대표를 포함해 윤관석·이성만 의원 등은 탈당을 했다. 그런데 나머지 20명 의원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검찰에 소환조사 받으면 다 탈당하라고 할 수 있겠나”라며 “공천 과정에는 원래도 시끄럽고 말이 많이 나온다. 그런데 돈봉투 사건 관련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면 당 내분이 더 극심해질 수 있다”고 했다.
민주당 임오경 원내대변인은 12월 19일 돈봉투 받은 의원들의 추가 소환 가능성과 그 대책을 묻는 질문에 “의혹만 갖고 명단이 공개된 의원들에게 어떻게 할 수가 없잖느냐”라며 “수사기관에서 정확하게 확인된다면 원내지도부 등 당 지도부에서 대책이 있을 것”이라고 즉답을 피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