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무명 딛고 ‘파스타’ ‘나의 아저씨’ 등 큰 인기…‘기생충’으로 글로벌 명성 “그 끈 계속 잡진 않을 것” 피력도
![한예종 연극원 1기로 입학한 배우 이선균(향년 48세)은 2001년 MBC 월요 시트콤 ‘연인들’을 통해 처음으로 연기자의 길에 발을 디뎠다. 사진=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제공](https://storage3.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3/1229/1703828645566128.jpg)
‘하얀거탑’에서는 올바른 신념을 가진 의사 최도영으로 김명민의 장준혁에게 밀리지 않는 연기를 선보이는 한편 ‘커피프린스 1호점’에서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닌 음악감독 최한성 역을 맡아 공유와 함께 이 작품의 로맨스를 책임졌다. 이처럼 2007년 한 해에만 연달아 두 작품의 주연으로 큰 인기를 끌면서 이선균의 입지는 ‘단막극 전문 배우’에서 스타의 반열로 옮겨지게 된다.
특유의 중저음 보이스로 특히 여성 팬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던 그는 2010년 MBC 드라마 ‘파스타’에서 공효진과 함께 티격태격 로맨스를 그리며 ‘로맨틱 코미디 전문 배우’로도 여겨졌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서스펜스 스릴러 장르의 영화 ‘화차’(2012), 홍상수 감독의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2013), 조진웅과 호흡을 맞춘 범죄 누아르 영화 ‘끝까지 간다’(2014) 등에서 장르를 가리지 않는 활약을 펼치기도 했다. 단순히 특정 장르의 특화 배우가 아닌 어떤 작품에서든 캐릭터에 녹아든 연기를 펼칠 수 있는 ‘넓은 스펙트럼의 배우’로 호평을 받기 시작한 것도 이 시기의 일이다.
2018년 방송된 tvN 드라마 ‘나의 아저씨’는 국내외 이선균의 팬들이 꼽는 그의 인생작이기도 하다. 이지은(아이유)과 함께한 이 드라마에서 이선균은 세상 어디에도 기댈 곳 없는 이지안의 곁을 지키며 그의 상처를 치유해주는 ‘아저씨’ 박동훈 역을 맡아 시청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지금은 우리 곁을 떠난 그를 추모하는 글에도 “나의 아저씨”라는 말이 그를 가리키는 애칭처럼 사용될 정도다.
![2019년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으로 배우 이선균의 길은 해외로까지 확장됐다. 사진=일요신문DB](https://storage3.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3/1229/1703828770879465.jpg)
그럼에도 이선균은 이 같은 인기에 도취되거나 ‘편한 연기’에 안주하려 들지 않았다. 흥행이나 상업성을 떠나 다양한 작품을 선택하고 그 안에서 한계 이상의 연기 변주를 보여줬다. 2022년 설경구와 함께 한 정치극 영화 '킹메이커' 개봉 후 기자와 가진 인터뷰에서 그는 “‘기생충’이란 작품에 제가 참여했다는 것 자체가 정말 큰 영광이고 행운이지만, 그 다음의 행보에서 제 자신이 ‘기생충’의 끈을 계속 잡고 있으면 안 될 것 같고 또 그런 부담을 느낄 필요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기생충’ 이후의 저는 이전과 큰 차이가 없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 말대로 그는 “시대를 너무 앞서나갔다”는 기묘한 호평을 받은 이하늬와의 로맨틱 코미디 영화 ‘킬링 로맨스’, 드라마로는 JTBC ‘검사내전’과 애플tv 플러스의 ‘Dr. 브레인’ 등 장르를 가리지 않는 열연을 펼쳤다.
2023년 9월 개봉한 영화 ‘잠’에서는 정유미와 함께 정체를 알 수 없는 공포로 미쳐가는 신혼부부를 연기해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 아직 공개되지 않은 ‘탈출: PROJECT SILENCE’(프로젝트 사일런스)와 ‘행복의 나라’는 2024년으로 개봉이 미뤄졌으나 그의 사망으로 인해 일정 자체가 불투명해진 상태이기 때문에 ‘잠’이 그의 마지막 영화가 된다. 드라마 유작은 2023년 1월 6일부터 2월 11일까지 SBS에서 방영된 ‘법쩐’이 됐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