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출석·심야조사 등 ‘강압적 수사’ 정황…수사 위기 때마다 ‘단독 보도’ 이어져 여론 요동
#경찰의 공개 출석 요구가 전혀 없었다고?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대목은 서로 말이 맞지 않는다는 점이다. “경찰의 공개 출석 요구는 전혀 없었다”는 김희중 인천경찰청장의 말과 달리 윤희근 경찰청장은 이선균 측의 3차 소환 비공개 조사 요청을 경찰이 거부한 까닭을 묻는 질문에 “그런 수사를 비공개로 진행했다면 그걸 용납하세요?”라고 오히려 되물었다.
같은 날 인천경찰청도 김희중 인천경찰청장의 말과 전혀 다른 입장을 밝혔다. 이날 백브리핑에서 인천경찰청 관계자는 3차 소환 비공개 조사 요청 거절에 대해 “많은 취재진의 안전을 고려했다”며 “많은 취재진이 올 텐데 갑자기 지하 주차장으로 들어가게 되면 취재진의 안전사고가 우려됐다”고 설명했다.
경찰의 공개 출석 요구가 전혀 없었다는 김희중 인천경찰청장의 말과 달리 ‘수사 비공개를 언론 내지는 대중이 용납하지 않으며 취재진 안전도 고려해야 해’ 경찰이 공개 소환 조사를 강행했다는 의미의 발언이다.
이는 경찰청 훈령 위반이다. 경찰청 훈령 ‘경찰 수사 사건 등의 공보에 관한 규칙’ 제13조 1항은 ‘경찰관서의 장은 소환, 조사, 압수·수색, 체포, 구속 등의 수사과정이 언론이나 그 밖의 사람들에 의하여 촬영·녹화·중계방송되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물론 예외 조항은 있다. 2항이 ‘범죄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 제고 등 공익적인 목적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경찰관서의 장은 언론에 의한 취재를 허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 따라서 ‘언론 내지는 대중의 용납’이나 ‘취재진 안전’은 공개 소환을 할 수 있는 예외 조항이 아니다. ‘공익적인 목적을 위해 필요한 경우’라고 경찰이 판단했을 수도 있지만 이런 경우에는 경찰관서의 장이 허가해야 한다. 그런데 김희중 인천경찰청장은 허가는커녕 공개 출석 자체를 요구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경찰청 훈령 ‘경찰 수사 사건 등의 공보에 관한 규칙’ 제13조 1항 위반으로 볼 수 있다.
인천경찰청 마약범죄수사계는 3차 소환조사에서 이선균의 심야조사까지 강행했다. 경찰청 훈령 ‘경찰 수사에 관한 인권보호 규칙’ 제9조는 ‘심야조사의 제한 시간을 준수하고, 예외적으로 심야조사를 할 수 있는 경우라도 이를 남용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심야조사란 ‘오후 9시부터 오전 6시까지 사이에 조사’를 의미한다.
인천경찰청 관계자는 “본인이 동의할 경우 심야조사를 진행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본인이 동의하면 심야조사가 가능할까. ‘경찰 수사에 관한 인권보호 규칙’ 제9조는 ‘수사준칙’이라 불리는 ‘검사와 사법경찰관의 상호협력과 일반적 수사준칙에 관한 규정’을 기본으로 한다. 수사준칙 제21조는 ‘심야조사 제한’을 다루고 있는데 여기에는 네 가지 심야조사 허용 사유가 나온다. ‘피의자나 사건관계인이 재출석이 곤란한 구체적인 사유를 들어 심야조사를 요청한 경우’는 허용 사유에 있지만 동의한 경우는 없다. 동의를 넘어 요청이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인천경찰청이 훈령을 위반했다고 보기는 어려운 측면도 있다. 법률신문은 인천경찰청 마약범죄수사계가 3차 소환 조사 당시 이선균에게 심야조사에 응하면 다음 소환 조사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공개 소환조사에 대한 심리적 압박감으로 비공개 조사를 요청했지만 거절당한 상황에서 이선균은 심야조사에 응하지 않으면 4차 소환조사를 다시 공개적으로 받아야 했다. 이에 따라 이선균의 심야조사 동의를 4차 소환조사를 피하기 위한 이선균 측의 요청으로 풀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상황은 ‘강압적인 수사’라고 분류할 수 있다. 만약 3차 소환 조사가 비공개로 이뤄졌다면 심야조사 요청 대신 4차 소환조사를 선택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선균은 23일 오전 10시부터 경찰 조사를 받기 시작해 24일 새벽 5시에야 귀가했다.
#경찰의 수사 사항 유출이 전혀 없었다고?
“수사 사항 유출이 전혀 없었다”는 김희중 인천경찰청장의 말은 사실일까. 이 부분은 사실 확인이 어렵지만 사건 흐름을 보면 의아한 구석이 많다.
모든 일은 2023년 10월 19일 경기신문이 ‘톱스타 L 씨, 마약 혐의로 내사 중’이라는 기사를 단독 보도하면서 시작됐다. 아직 수사로 전환되지도 않은 내사 중인 내용을 언론이 경찰을 통하지 않고 확인해 보도할 수 있을까. 기사에는 인천경찰청 관계자를 통해 확인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이후 내사가 수사로 전환돼 지드래곤까지 수사 선상에 이름을 올렸지만 이선균과 지드래곤 모두 마약 검사에서 음성이 나왔다. 1차 모발 정밀감정 이어 2차 체모감정까지 음성이 나오면서 11월 24일에는 이선균의 겨드랑이털에서도 음성 판정이 나와 경찰이 사실상 물증 확보에 실패했다는 더팩트의 단독 보도가 나왔다.
그런데 KBS는 같은 날 저녁 ‘뉴스9’를 통해 이선균과 유흥업소 실장의 전화 통화 내용을 입수해 단독 공개했다. 여기에는 남녀 간의 사적인 대화도 포함됐다. 여론의 흐름이 요동쳤다.
12월 23일부터 24일로 심야조사가 강행된 3차 소환조사가 끝난 뒤 이선균 측은 경찰 수사에 강하게 문제를 제기했다. 26일에는 이선균의 변호인이 경찰이 주장하는 마약 투약 혐의 관련 증거가 유흥업소 실장의 진술뿐이니 누구 주장에 신빙성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한 거짓말 탐지기 조사를 의뢰한다는 의견서를 인천경찰청 마약범죄수사계에 제출했다. 관련 내용이 보도돼 화제가 되고 있는 상황인 26일 저녁에는 JTBC가 ‘이선균 “빨대 이용해 코로 흡입했지만, 수면제로 알았다” 진술’이라고 제목의 뉴스를 단독 보도했다.
김희중 인천경찰청장의 말처럼 실제로 경찰의 수사 사항 유출이 전혀 없었을 수 있다. 경찰 수사가 위기에 몰릴 때마다 우연히 언론의 단독 보도가 나와 분위기 반전을 시켜준 것일 수도 있다. 그런데 언론이 경찰의 도움 없이 이선균과 유흥업소 실장의 전화 통화 내용을 단독 입수하고 경찰 진술 내용을 단독 확인할 수 있을까.
형법 제126조는 ‘검찰, 경찰 그 밖에 범죄수사에 관한 직무를 수행하는 자 또는 이를 감독하거나 보조하는 자가 그 직무를 수행하면서 알게 된 피의사실을 공소제기 전에 공표한 경우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내사 단계부터 언론 보도가 시작돼 경찰 수사가 위기에 빠질 때마다 경찰 수사 사항과 관련된 단독 보도가 이어지며 여론의 흐름이 요동쳤다. 결국 이선균은 JTBC 단독 보도가 이뤄진 뒤인 26일 밤 유서 형식의 메모를 남긴 뒤 집을 나섰고 27일 서울시 종로구 한 공원에 주차된 승용차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만약 김희중 인천경찰청장의 말과 달리 경찰에서 수사 사항 유출이 이뤄졌다면 이는 형법 제126조가 규정하는 피의사실공표죄를 범한 게 된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