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유학 앞두고 이사직 수락 ‘거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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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철수 후보가 대선 출마선언을 하자 그를 둘러싼 각종 의혹들에 대한 검증작업도 본격화되고 있다. 사진제공=서울시청 | ||
2005년 2월 25일 포스코 사외이사로 선임된 안철수 후보는 다음 달 23일에 미국 유학을 떠났다. 주목할 점은 안 후보가 이사직에서 물러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국민 입장에서는 선임된 지 한 달도 안 된 상황에서 돌연 미국으로 출국한 안 후보나, 이를 허락(?)한 포스코나 이해할 수 없기는 매 한가지다.
안 후보는 3년여의 유학생활 중 포스코 이사회에 19번 참석했다. 포스코는 안 원장이 이사회 참석을 위해 귀국한 19번 중 13차례나 600만 원에 달하는 왕복 항공료를 부담한 것으로 확인됐다. 2008년 4월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안 후보는 바로 카이스트 교수가 됐지만 이때도 사외이사직에서 물러나지 않았다.
가장 논란이 되는 것은 안 후보의 포스코 사외이사 활동 내용이다. 사외이사제도는 경영진과 대주주의 전횡과 독단경영을 막기 위해 도입됐지만 안 후보가 사외이사로 활동하면서 대기업과 경영진의 편에 서거나 방관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금감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안 후보는 그가 활동한 2005년~2011년에 사측이 제시한 안건 대부분을 통과시켰다. 재벌 개혁을 주장했던 안 후보가 사외이사라는 감투를 쓰고 결국 친재벌적인 행각을 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눈에 띄는 것은 안 후보가 사외이사로 활동하던 기간 동안 포스코의 자회사가 43개나 늘어났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 한 대기업의 고위관계자는 “다른 이사들도 대부분 동일한 의견을 냈다는 점에서 안 후보에게만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 하지만 그가 이사회 의장을 맡았던 기간(2010년 2월~2011년 2월) 동안 승인된 건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책임이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문제는 안 후보가 자본이 재벌기업에 집중되는 것을 비판해온 사람이라는 점이다”라고 말했다.
새누리당 조원진 의원도 “국내 대기업 중 2007년부터 2010년 사이 가장 많은 자회사를 만든 기업이 포스코다. 당시 사외이사였던 안 후보는 포스코의 문어발식 자회사 설립과 관련 한마디 반대 의견도 표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안 후보가 정준양 회장 선임관련 정권 차원의 외압 의혹이 불거졌을 당시 언론에 “4차례 이사회에 참석하면서 정치권의 개입에 관한 어떠한 조짐도 느끼지 못했다”며 포스코를 적극 대변한 것에 대해서도 뒷말이 나오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은 평소 안 후보가 경영진에 대한 감시와 견제를 강조하고 재벌가의 독식을 비판했던 것과 배치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있을 수 있다.
포스코 사외이사 시절 거수기 의혹도 주요 논란 중 하나다. 모든 사외이사들이 수많은 안건 중 대부분의 경우 이의 없이 100% 찬성하거나 반대했다는 것이 지적되고 있는 것이다. 공시자료 분석 결과 안 후보 역시 235건의 이사회 의결안에 대해 단 한 건의 소수의견 없이 다수의견에 동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안 후보가 6년간 총 3억 8000만원 상당의 급여를 받은 것 외에도 보너스 형태로 받은 스톡옵션으로 3억 원이 넘는 차익을 챙기고 여러 가지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과 맞물려 논란에 불을 지피고 있다. 이사회에 참석하고 거수기 역할을 한 보수치고는 지나치게 많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안 후보 측 유민영 대변인은 “다수 의견이 모두 사측 의견은 아니었다. 일부 안건에 대해 반대의견을 내기도 했다. 포스코는 이견이 있을 경우 사전 조율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소수의견이 없는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흥미로운 것은 안 후보가 몇 안 되는 반대의견을 던진 안건 중 ‘불우이웃돕기 성금’이 있다는 것이다. 2006년 포스코의 불우이웃돕기 성금안에 대해 안 후보는 타 이사들과 함께 반대의견을 던졌다. 거수기 역할을 하지 않고 안 후보가 의견을 냈다면 불우이웃성금 반대 역시 안 원장 본인 소신에 따른 결정이었다는 얘기가 된다.
이와 관련 한 여권 관계자는 “반대의견을 낸 3건 중 하나가 기껏 ‘불우이웃 돕기 성금 모금’이라니… 다른 안건에 대해서는 소신있는 목소리 한 번 안 냈으면서 재벌기업이 연말에 좋은 일 좀 하겠다고 사외이사 승인을 받으려 했는데 그것을 반대했다? … 그것만 봐도 안 후보에 대한 답이 나온다”라고 꼬집었다.
안 후보 포스코 사외이사를 둘러싼 모든 논란의 핵심은 특혜 시비다. 그리고 이는 미국 유학 예정이었음에도 안 후보가 포스코 사외이사직을 받아들인 것에서 시작한다. 한 정치 컨설턴트는 “‘돌연 유학을 간 건지, 포스코 측이 이를 인지하고 있었는지, 그렇다면 포스코는 이를 왜 허락했는지 등은 중요한 문제다. 핵심은 사외이사로서의 정당한 역할을 제대로 했는지다. 안 후보 혼자의 의견이 가부결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해도, 또 다른 사외이사들이 관행적으로 일을 처리했다 해도 안 후보가 대통령 후보인 이상 이는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다”라는 의견을 보였다.
그렇다면 포스코는 안 후보가 바로 유학을 떠난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까. 하지만 포스코 관계자는 “사외이사직을 제안할 때 안 후보는 시애틀에 있었다. 유학 예정을 우리가 알고 있었는지를 비롯해 당시 상황에 대해서는 말씀드리기 곤란하다. 공시에 나와 있는 내용 외 안 후보의 사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개인정보보호 상 어떤 답변도 할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
그렇다면 안 후보의 입장은 어떨까. 안 후보측 유민영 대변인은 “우리가 파악하지 못한 부분이라 당장 답장은 어렵다. 의혹들이 있다면 어떤 사정이 있었을 것이다. 질문지를 보내면 알아보고 답을 주겠다”고 말했다. 기자는 유 대변인의 요구에 따라 메일로 질문지를 보냈으나 끝내 어떤 답변도 들을 수 없었다.
이수향 기자 lsh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