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cm 흉기로 찔러…2006년 ‘박근혜 커터칼 테러’ 땐 살인미수 적용 안 돼
용의자는 50~60대 남성으로 추정되는데, 경찰과 범행 당시 영상 등을 종합하면 용의자는 ‘내가 이재명’이라는 왕관을 쓰고 이 대표에게 “사인을 해달라”며 접근한 뒤 범행을 저질렀다. 용의자는 현장에서 곧장 제압됐지만, 수사 확대 가능성도 점쳐진다. 윤석열 대통령 역시 즉각 경찰 등 관계당국에 신속한 수사로 진상을 파악하라고 지시했다. 법조계에서는 과거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 피습 때처럼 수사팀이 확대될 가능성도 크다.
#경찰, 부산경찰청에 수사본부 설치
윤석열 대통령은 피습 소식이 전해지자 “이재명 대표의 빠른 병원 이송과 치료를 위해 최선을 다해 지원하라”고 경찰청장에게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 사회가 어떤 경우에라도 이러한 폭력 행위를 용납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찰도 곧바로 조치에 나섰다. 윤희근 경찰청장이 이재명 대표 피습 사건과 관련, 부산경찰청에 수사본부를 설치해 신속하고 엄정한 수사를 지시했다. 경찰청은 2일 윤 청장 명의 입장문을 내고 “부산경찰청에 즉시 수사본부를 설치하고, 신속하고 철저하게 사건의 경위와 범행 동기·배후 유무 등을 수사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유사 사례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주요 인사에 대한 신변 보호를 강화하겠다”고 덧붙였다.
야당 대표를 향한 테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6년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도 서울 신촌 유세 현장에서 피습을 당한 바 있다. 이른바 ‘커터칼 테러’였는데, 당시 검찰과 경찰은 합동수사본부를 구성해 대대적인 수사를 벌였다. 이재명 대표 사건처럼 현장에서 용의자 2명은 곧바로 체포됐지만, 사건의 배후 등을 확인하기 위해 강도 높은 수사를 벌였다.
당시 검찰은 테러가 발생한 신촌을 관할하고 있는 서울서부지검에 ‘검·경 합동수사본부’를 구성하고 합동수사본부장에는 당시 이승구 서부지검 검사장이, 검찰 수사반장 겸 주임검사는 곽규홍 형사5부장이, 경찰 수사반장은 김학배 서울지방경찰청 수사부장에게 각각 맡겼다. 특히 일선 지검 차장검사나 부장검사들이 맡던 합동수사본부장에 검사장급이 임명된 것을 놓고 검찰 수뇌부에서는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했다”는 설명이 나왔다. 서부지검 형사5부 검사 5명과 검찰 수사관 10명으로 꾸려졌고 경찰 수사반은 서울지방경찰청 및 서대문경찰서 소속 수사관 20명이 합류하는, 38명의 규모의 매머드급 합동수사본부였다.
#불거질 수밖에 없는 배후설 등 수사로 입증해야
이재명 대표나 박근혜 대표 피습 사건 때 용의자는 모두 현장에서 검거됐다. 하지만 통상적으로 정치인을 향한 테러 사건은 수사 배후를 규명하는 것이 중요하기에 이제부터 경찰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박근혜 대표 테러사건 당시에도 수사 과정에서 공모 여부와 배후를 놓고 ‘설’들이 난무했다. 당시 검경합수부는 피의자 지 아무개 씨가 교도소에서 10년 이상 복역하는 등 사회에 대한 뿌리 깊은 불만을 가지고 있다는 점 등으로 미뤄 단독범행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당시 한나라당은 지 씨가, 그 전에 한나라당 의원을 폭행하는 등 한나라당에 적대적인 성향을 보였고 야당 대표를 표적으로 삼았다는 점을 근거로 ‘정치적 배경’을 의심했다. 또 지 씨가 사건현장에서 ‘대한민국 만세’를 외쳤고 범행 당시 주변에서 “죽여라 죽여”와 같은 외침이 있었다며 범행 배후설을 주장했다.
특히 지 씨가 한국갱생보호공단 인천지부를 나온 뒤 70만 원에 이르는 비교적 고액의 휴대전화를 어떻게 구입했는지, 사건 당시까지 2∼3명과 집중 통화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배후설’은 여러 추론이 나왔다. 여기에 지 씨와 함께 현장에서 난동을 부리다 붙잡힌 박 아무개 씨가 열린우리당 당비를 내온 기간당원이라는 점까지 덧칠해지면서 검경합수부는 ‘단독범행’을 입증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했다.
#살해의도 있었다면 살인미수 적용 가능성
이재명 대표 피습 사건을 맡은 경찰 역시 모두 입증해야 할 대목이다. 단독 범행인지, 배후나 공모 관계의 협력자가 있었는지, 구체적인 범행 동기와 과정을 모두 수사로 밝혀내야 한다. 사건의 성격이 유사하기 때문에 경찰 수사 역시 박근혜 대표 피습 때와 비슷한 흐름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이재명 대표 사건의 경우 용의자가 찌른 흉기가 20~30cm 길이의 칼이었다는 점에서 ‘살인미수’가 적용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또 칼로 베려 한 것이 아니라 찌르려는 시도를 했기 때문에 살인 목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높다.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테러 사건의 경우 연필 깎는 커터칼로 얼굴을 노렸다는 점에서, 수사팀은 생명을 빼앗으려는 목적이 있다고 보고 살인미수죄도 적용해 기소했지만 법원은 지 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하면서도 살인미수죄는 무죄를 선고하고 상해죄와 선거법 위반만 적용했다. 커터칼로 얼굴을 노린 행위가 ‘살인’ 목적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본 것이다.
다만 이번 사건의 경우 칼로 목을 노렸기에 살인미수가 적용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경찰이 수사를 전담해야 한다면 정치적인 논란이나 비판을 피해야 하고, 그 시작은 강력한 엄벌 의지에 있다”며 “수사를 통해 배후를 빠르게 확인하고 동시에 살인미수를 적용해 중형을 받아내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