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력? 중국은 ‘양’ 일본은 ‘질’
▲ 일본 자위대가 관함식을 하는 모습. 사진출처=자위대 홈페이지 |
▲ 중국 첫 항공모함 바랴그. 로이터/뉴시스 |
지난 17일 동중국해 해역에는 중국어선 1000척이 일제히 조어도로 향하는 기이한 풍경이 펼쳐졌다. 조어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일본에 항의하는 의미로 중국어민들이 조어도 인근 해역에서 올가을 조업을 시작한 것이다.
이렇게 중국인들의 반일감정이 극에 달하면서 전쟁을 우려하는 소리도 흘러나오고 있다. <포린폴리시>에 논문을 기고한 미국의 해군대학 교수이자 군사전문가 제임스 홈즈(James R. Holmes)도 전쟁 발발 가능성을 점치는 이들 중 하나다. 그는 중국과 일본이 전면전으로 치닫지는 않겠지만 갈등이 고조되면 대수롭지 않은 충돌만으로도 얼마든지 해상전이 벌어질 수 있다고 단언한다.
그 이유가 단지 요즘 중국의 거센 반일시위 양상 때문만은 아니다. 중국 공산당의 지휘 아래 있는 중국인민해방군 내부 강경파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강경파들은 이미 몇 년 전부터 조어도에 대량의 어선을 정박시키자는 계획을 세워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현재 조어도를 실효지배 중인 일본은 자위대 호위함을 내세울 것이기 때문에 자칫 전쟁이 벌어질 수 있다.
중국의 지도자들은 만약 패배할 경우 정치적인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쉽게 전쟁을 할 수 없을 것이다. 게다가 일본 뒤에는 미국이 있다. 미일상호방위조약에는 일본이 전쟁을 하는 경우 미국은 지원해야 한다고 되어 있다. 중국이 신경 쓰이는 대목이다.
일본은 내심 미국이 나설 것을 바라겠지만 미국은 국내외 여론을 의식해 참전을 꺼릴 공산이 크다. 그렇다면 결국 중국과 일본 두 나라가 조어도에서 벌이는 국지전이 될 확률이 높다. 대다수 군사평론가들도 전쟁이 벌어진다면 우연치 않은 계기로 인해 시작되며 조어도 자체나 근처 해상이 전쟁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럼 승전국은 어딜까? 백중세이기는 하나 홈즈 교수는 “중국 해군에게 일본해상자위대는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고 밝혔다. 앞서 논문에서도 그는 “요사이 일본이 군사소국으로 보이는 게 사실이나 중국이 일본과 싸웠을 때 완벽한 승리는 보장할 수 없다”며 “일본군 자위대 사령부가 장비, 인적자원, 지정학적 위치만 잘 활용하면 중국과의 해전에서 승리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홈즈 교수가 일본이 유리하다고 말하는 근거는 세 가지다. 첫째 전력의 질이다. 외견상 중국해군 규모는 병력, 함정 수 등 모든 면에서 일본 해상자위대를 압도한다. 그러나 홈즈 교수는 “실제 전투에서 어떨지는 미지수”라며 “구소련 등 과거 공산국가에서 군대 내 장비 결함 은폐 사건이 잇따랐던 것에 비춰볼 때 중국해군도 보이는 것과는 달리 실전에서 쓰기 힘든 결함을 가진 장비 등이 많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비해 일본의 함정의 성능은 중국 해군의 수적 우위를 넘어서는 수준이다. 실제 일본 해상자위대가 보유한 이지스함은 고도의 전자기기를 탑재하여 세계적인 수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디젤 엔진으로 가동되는 통상의 잠수함도 어뢰의 공격 능력이 세계 최고라 한다.
게다가 일본은 P3C 초계기, SH60J/K 초계헬리콥터 등 해상을 날며 적의 함정과 잠수함을 탐지·공격할 수 있는 우수한 전투기를 160대나 보유하고 있다. 중국이 핵잠수함을 갖고 와도 격퇴할 수 있는 수준이다.
둘째는 인적 요소다. 일본의 해상자위대는 아시아 해역 전역에서 자체 혹은 미국과 합동으로 정기적으로 군사훈련을 해온 만큼 군사 장비의 운용능력이 좋다. 상대적으로 중국해군은 하이테크 기술을 습득한 지 얼마 되지 않는다. 또 2009년 소말리아 아덴만에서 해적 퇴치 합동작전에 참여한 것 이외에는 실전에 대비한 훈련 경험이 거의 없다.
셋째는 지리적 여건이다. 일본은 남단 오키나와 아래로 위치한 외딴 섬을 여러 개 갖고 있다. 중국 연안 및 조어도와도 가깝다. 그래서 조어도 해상전이 장기화될 경우 섬을 해군의 보급경로나 항공모함 정박지로 쓸 수 있다. 더구나 이런 섬에 함정 공격용 미사일을 배치하면 전쟁에 이길 확률이 높다.
이에 반해 중국은 지정학적 위치가 불리하다. 화력을 광범위한 내륙 해안지역에 분산 배치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중국해군이 조어도 해상전에 집중할 경우 여태까지 남중국해 섬을 두고 다툼을 벌여온 필리핀, 베트남이 때를 틈타 남중국해 섬을 차지할 우려도 있다.
조승미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