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들이 ‘말춤’ 가르쳐달래요~
▲ 홍순국 사진전문기자 |
제가 메이저리그 데뷔 후 한국 노래를 응원곡으로 선택한 건 처음입니다. 이전에 원더걸스의 ‘노바디’란 노래를 훈련할 때 틀어놓고 운동한 적은 있었지만 본 경기 때는 아예 응원곡을 사용하지 않거나 팝 음악을 선택해서 틀곤 했어요. 한번은 한국 가요를 알리고 싶은 마음에 신나는 한국 댄스 음악으로 응원곡을 쓰려다가 그 노래를 아는 사람들이 없어 결국엔 포기한 적도 있었죠.
싸이 씨의 ‘강남스타일’은 저는 물론 선수들, 구단관계자들, 그리고 야구장을 찾는 관중들이 대부분 알고 있는 노래라 제가 고민할 이유가 없었어요. 오히려 선수들이 ‘강남스타일’을 서로 응원곡으로 사용하겠다고 신경전을 펼치는 기현상도 벌어졌었죠. 제가 한국인이라는 사실이 유리하게 작용했고 결국엔 제 응원곡으로 ‘강남스타일’을 사용할 수 있게 됐습니다.
선수들이 이미 유튜브 동영상을 통해 싸이 씨의 ‘말춤’을 본 탓에 저한테 그 춤을 가르쳐달라는 부탁이 수시로 들어옵니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지나쳤다가 춤에 대한 관심이 보통이 아닌 것 같아 저도 집에서 아내한테 개인교습을 받은 후 다음 날 경기장 가서 선수들에게 가르쳐주기도 했습니다.
제가 선수들에게 물어봤어요. ‘강남스타일 노래가 왜 좋으냐?’고. 선수들은 이구동성으로 신나는 멜로디와 재미있는 ‘말춤’이 압권이라고 말하더라고요. 그리고 이 얘기도 덧붙였습니다. 뮤직비디오에 나오는 여성들이 너무 아름다워서 자꾸 ‘강남스타일’을 반복해 보게 된다고^^.
무엇보다 전 싸이 씨가 ‘강남스타일’을 영어 버전으로 바꿔 부르지 않고 미국 땅에서도 한국 가사로 부르는 당당함을 보며 묘한 쾌감을 느꼈습니다. 음악의 장르나 분위기가 싸이 씨와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면서 미국에 사는 한국인들에게 자부심을 갖게 해주는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아마 제가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있는 모습이나 아시안게임, 올림픽에서 한국 대표팀이 좋은 성적을 냈을 때 국민들이, 또는 외국에서 살고 있는 한국인들이 대리만족을 느끼며 비슷한 희열을 느끼는 것도 ‘싸이 열풍’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금은 캔자스시티 로열스와의 원정 경기를 위해 캔자스시티에 와 있습니다. 이곳에서 3연전을 치르고 시카고로 넘어가서 마지막 3연전을 치르고 홈인 클리블랜드로 돌아가면 마지막 시즌 원정경기가 마무리됩니다. 어느새 시즌 종료를 코앞에 두고 있는 셈이죠.
시즌 마치고 한국으로 들어가면 한두 군데 부상도 치료를 받을 예정이지만 무엇보다 집중적으로 심리 치료를 받을 예정입니다. 그동안 왼손 투수에 두려움과 공포감을 가졌던 나름의 트라우마를 고치려면 심리 치료가 정답이라는 결론에 도달했거든요. 그래야 올 시즌 내내 절 괴롭혔던 왼손 투수에 대해 어떤 대비책이나 보완할 방법 등을 오프 시즌 때 찾아낼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어요. 좌투수한테 약했던 저를 보고 많이들 답답해 하시고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도 많았다고 들었어요. 선수인 저는 오죽했을까요? 아무쪼록 내년에는 이런 얘기들이 더 이상 나오지 않도록 시즌 마치고 잘 준비해야 할 것 같아요. 어느새 가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