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방영된 SBS TV의 <SBS 스페셜> ‘워싱턴 거리에는 쌍둥이 자매가 있다’는 26년 전 여섯 살의 나이에 미국으로 입양됐지만 양부모의 학대로 힘겨워하다 가출해 미국 워싱턴의 번화가에서 노숙 생활 중인 한국인 쌍둥이 자매의 이야기를 다뤄 눈길을 끌었다.
<SBS 스페셜> 제작진은 미국 워싱턴의 번화가에서 옷가지와 이불 등을 담은 커다란 비닐봉지를 들고 떠돌며 노숙 생활 중인 30대 초반 쌍둥이 자매를 찾아 나섰다. 이들은 약 1년여 전부터 워싱턴에서 노숙 생활 중이다. 제작진을 만난 이들 쌍둥이 자매는 “26년 전에 미국으로 유괴 당했으며 양부모에게 어린 시절부터 학대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26년 전이면 이들 자매가 여섯 살의 어린 아이였다. 쌍둥이 자매는 아버지와 남동생의 이름 등 어느 정도 한국에서의 기억을 간직하고 있었고 제작진은 이를 바탕으로 친 가족 찾기에 나섰다.
@ <SBS 스페셜> 방송 캡쳐 화면 |
쌍둥이 자매에게 용서를 구하기 위해 이들 자매의 남동생이 미국으로 향했다. 그렇지만 남동생을 만난 쌍둥이 자매의 반응은 냉담했다. 심지어 “한국이 우릴 미국에 팔았다” “저 사람들을 사형시켜야 한다” 등등의 절규를 하기도 했다.
이제는 대한민국이 선진국 대열에 이름을 올릴 만큼 발전했지만 여전히 해외 입양이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다. 해외로 입양돼 성공한 입양아들의 모습을 자주 보여주는 드라마와 영화, 그리고 다큐멘터리 등 매스컴이 이런 해외 입양을 어느 정도는 부축이고 있는 지도 모른다. 이런 한국 사회의 분위기는 “한국이 우릴 미국에 팔았다”는 쌍둥이 소녀의 절규 앞에서 침묵할 수밖에 없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