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에피스·셀트리온, 해외 오리지널 제약사와 소송전 격화…SK바이오팜은 ‘수노시’ 로열티 기대
#리제네론, 삼성바이오에피스 추가 제소
알렉시온 파머슈티컬스(알렉시온)는 지난 1월 3일(현지시각)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상대로 미국 델라웨어 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알렉시온의 희귀질환 치료제 ‘솔리리스’와 관련해 6건의 특허를 침해했다는 이유에서다. 이번 소송은 알렉시온이 솔리리스와 관련해 바이오시밀러(복제약) 기업을 상대로 제기하는 첫 특허 침해 소송으로 알려졌다. 알렉시온은 아스트라제네카의 자회사다.
리제네론도 국내 기업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리제네론은 안과 질환 치료제 ‘아일리아’ 개발사로 유명한 곳이다. 리제네론은 지난해 11월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제소했다. 리제네론은 당시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가 각각 38건, 37건의 아일리아 관련 특허를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리제네론은 이어 올해 초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상대로 14건의 아일리아 특허 위반 혐의를 추가로 제기했다.
바이오업계에서는 리제네론이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상대로 추가 제소를 한 점을 주목하고 있다. 리제네론은 2022년 8월 미국 제약사 비아트리스를 특허 침해로 제소했고, 지난해 12월 승소 판결을 받았다. 리제네론이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상대로 제소한 두 사건의 관할법원은 비아트리스의 소송과 동일한 웨스턴 버지니아 북부 지방법원이고, 담당 판사도 동일하다. 또 비아트리스 소송과 동일한 계쟁 특허가 사용됐다. 이 때문에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바이오시밀러 제품 출시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바이오시밀러 기업은 특허가 만료된 오리지널 바이오 의약품의 복제약을 만들어 판매한다. 그런데 물질특허의 권리존속 기한이 만료됐어도 오리지널 제약사들은 특허덤불(하나의 제품에 여러 개의 특허권이 걸려있는 경우)을 형성해 보유하고 있다. 제약사가 오리지널 의약품으로 물질특허를 등록한 후 신규물질 개량, 용도특허, 제제특허 등 추가적인 특허를 연속적으로 출원해 독점 판매기간을 확대하는 전략이다.
일례로 솔리리스는 이미 수년 전 물질특허가 만료됐다. 하지만 알렉시온은 솔리리스의 적응증(해당 약물로 치료 효과를 볼 수 있는 질환이나 증세)과 관련한 용도특허 등을 계속 늘려가고 있다. 이 경우 솔리리스의 바이오시밀러 제품을 출시해도 알렉시온이 등록한 적응증 관련 용도로 약을 판매할 수 없다.
바이오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제소를 놓고 판매를 막기보다는 바이오시밀러 출시일을 미루려는 의도로 분석한다. 오리지널 제약사가 관련 매출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이 때문에 결국에는 합의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정말로 특허성이 있으면 오리지널 제약사 입장에서는 밀고 나가겠지만 특허성이 마땅치 않으면 본인들이 먼저 합의를 요청하거나 취하하기도 한다”며 “분쟁 과정 중에 핵심 특허를 아예 잃게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국내 바이오시밀러 업체들은 분쟁 특허를 무력화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알렉시온이 보유한 특허들에 대해 미국 특허심판원(PTAB)에 IPR(무효심판)을 청구해 심리를 받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국내 시장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는 평가다. 한국 특허심판원은 지난해 2월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제기한 솔리리스 용도 특허 무효 심판에서 일부 무효 심결을 받았다. 이어 지난해 12월에도 특허법원의 심결 인용을 받아냈다.
아일리아도 비슷한 상황이다. PTAB는 올해 1월 9일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셀트리온이 청구한 아일리아 IPR과 관련해 일부 특허의 무효를 인정했다. 이와 관련, 삼성바이오에피스 관계자는 “진행 중인 특허 소송과 관련해서는 공식적으로 입장을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특허 분쟁 덕보는 SK바이오팜
글로벌 특허 분쟁이 반가운 기업도 있다. SK바이오팜은 지난해 11월 뇌전증 치료제 세노바메이트(미국 제품명 엑스코프리)의 미국 물질특허 권리존속기간을 2027년 10월에서 2032년 10월까지로 5년 연장했다. 세노바메이트는 출시 후 14분기 연속 매출 성장을 달성하며 SK바이오팜 실적을 견인 중이다.
SK바이오팜이 개발한 수면장애치료제 ‘수노시(성분명 솔리암페톨)’도 주목을 받고 있다. 수노시의 글로벌 판권은 액섬 테라퓨틱스(액섬)가 보유 중이다. 일요신문 취재 결과 액섬은 지난해 12월 20일 인도 제약사 유니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유니켐이 수노시 복제약과 관련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요청했기 때문이다. 액섬은 지난해 9월에도 수노시 복제약과 관련해 알켐, 히크마, 산도스AG 등을 제소했다.
액섬의 이러한 공격적인 특허 분쟁은 SK바이오팜에 긍정적인 효과로 작용할 전망이다. 액섬에 따르면 수노시의 지난해 미국 매출은 약 1000억 원이다. 또 수노시의 지난해 3~4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20% 성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액섬이 목표치로 잡고 있는 수노시의 연간 매출액은 10억 달러(약 1조 3000억 원)다. 액섬이 목표치를 달성하면 SK바이오팜은 향후 매년 1000억 원 이상의 로열티를 받게 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 SK바이오팜 관계자는 “SK바이오팜은 미국에서 유일하게 자사 신약을 직판 중인 오리지널 의약품 제조사로 특허 분쟁으로 인한 리스크가 없다”며 “향후 세노바메이트의 높은 성장 지속과 효율적 운영 등을 통해 지속 가능한 흑자 구조를 정착하고 경쟁력 있는 프로덕트(제품)와 파이프라인의 신규 확보, 차세대 신약 개발 사업의 구체화 등을 통해 도전적인 목표들을 속도감 있게 달성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